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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의 회장, 가이 도시오(甲斐利雄 78)씨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의 회장, 가이 도시오(甲斐利雄 78)씨 ⓒ 오마이뉴스 심규상
가이 도시오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의 회장은 구마모토현 아소(郡) 지역에서 중학교 교사를 은퇴한 후 '명성황후 시해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남은 생을 바치고 있다.

아소 국립묘지 입구에 서 있는 마츠무라 다츠키를 기리는 기념비에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가담한 일을 '치적'으로 새겨 홍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찾아내 알려온 것도 그다.

그는 지난 2004년 <오마이뉴스>와의 첫 언론인터뷰에서 "10년째 시해사건에 가담한 사람들의 일대기를 추적하고 있다"며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남은 생애 동안 조사작업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해' 후손 찾아내 묘소 참배하게 만들기도

실제 그는 첫 인터뷰 이후에도 시해사건에 가담한 후손들을 찾아 선조들의 잘못된 행위를 알리는 일에 몰두해 이중 2명의 후손을 명성황후 묘소를 찾아 사죄 참배를 하게 하기도 했다.

지난 달 말에는 이 모임의 20명의 회원 중 13명을 이끌고 명성황후가 시해된 경복궁과 명성황후의 묘가 있는 경기도 남양주시 홍릉을 찾아 전체 일본인을 대신해 '사죄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다른 일본인들에게 "친선우호는 먹고 즐기는 유희가 아닌 서로의 역사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며 "한국에 가서 명성황후 묘소를 참배하거나 서대문형무소·독립기념관 등을 꼭 둘러보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를 최근 현지에서 다시 만나 최근 몇년 동안의 활동과 심경을 들어 보았다.

그는 명성황후 시해사건 가담자의 후손들을 찾아 사죄참배를 설득하고 있다. 사진은 명성황후 시해사건 가담자인 마츠무라 다츠키의 기념비에 시해가담 전력을 '치적'으로 새긴 것을 지적하고 있는 모습.
그는 명성황후 시해사건 가담자의 후손들을 찾아 사죄참배를 설득하고 있다. 사진은 명성황후 시해사건 가담자인 마츠무라 다츠키의 기념비에 시해가담 전력을 '치적'으로 새긴 것을 지적하고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심규상
- 건강은 어떤가
"아직까지는 건강하다."

- 3년 전 인터뷰 당시와 지금의 모임 활동은 어떤가
"<오마이뉴스> 보도로 한국의 다른 언론사와 연계되는 등 활동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일례로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가담한 사람들의 후손들을 찾아 이 중 2명을 한국으로 데리고 가 명성황후 묘소를 찾아 사죄 참배를 하게 한 일이 그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를 명성황후와 연결시켜 새로운 삶으로 이끈 것은 10여년 전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처음 알려준 한국인 소녀와 우리 모임을 처음 세상에 알린 <오마이뉴스>이고, 이를 보고 찾아온 정수웅 다큐멘터리 PD(다큐서울 대표)다."

- 지금은 어떤 활동에 치중하고 있나
"시해사건에 가담한 후손들을 찾아 선조들의 잘못된 행위를 알리고 사죄를 이끌어내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또 다른 사업으로 한국에서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빼앗아온 조선왕실 의궤(儀軌)를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 모임에서 관련 내용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다. 명성황후와도 연계가 돼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 회원 모두가 퇴직한 교사들인데 2명의 회원이 병에 걸려 활동을 못하고 있다. 새로운 사람의 양성이 꼭 필요한 때다."

- 시해사건 가담 후손들도 사죄의 마음은 갖고 있나
"아직 다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사죄의 뜻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잘못한 일이지만 한국까지 사죄하려 가기는 어렵다고 말하는 후손도 있다."

- 명성황후 시해사건 가담 후손들을 찾는 일은 순조로운가
"어렵다. 일본에는 한국의 '족보' 같은 게 없다. 때문에 3대가 지나면 선조가 무슨 일을 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알지 못한다.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

- 아소 국립묘지 입구에 서 있는 마츠무라 다츠키를 기리는 기념비에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가담한 일을 '치적'으로 새겨 홍보하고 있는 기념비 문제점을 처음 지적했는데?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가담한 후손들을 찾다 마츠무라 다츠키의 기념비를 찾아 냈다. 한 나라의 국모를 시해한 일을 '치적'으로 새겨 국립공원에 세운 것은 잘못된 일이다. 매우 잘못된 일임을 기록해 아소국립공원을 찾는 관광객들 모두가 역사를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명성황후 시해, 들어온 적도 배운 적도 없었다"

일본 구마모토 신문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명성황후 시해사건 가담자가 쓴 <민후조락사건>.
일본 구마모토 신문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명성황후 시해사건 가담자가 쓴 <민후조락사건>. ⓒ 오마이뉴스 심규상
- 일본인들이 명성황후를 시해한 역사적 사실에 대해 알고 있기는 한가
"모른다. 구마모토에서 평생을 살아왔지만 들어본 적도 학교에서 배운 바도 없다. 나 또한 한국인 소녀가 이를 일깨워주지 않았더라면 평생 알지 못했을 것이다. 기념비 문구를 다시 새겨 많은 일본인들이 보게 하자는 것도 잘못된 역사를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일본인들을 일깨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 한국을 오가며 시해 가담 후손들의 참배를 조직하고 있는데 가족들은 이같은 활동을 이해하고 있나
"아내와 장성한 아들과 딸이 있다. 모두가 당연한 일이라며 활동을 돕고 있다. 하지만 아내는 사죄참배를 조직해 한국에 건너가는 일만은 말리고 있다. 건강을 우려해서다. 아내가 제일 무섭다(웃음)."

- 계속 이 일을 할 생각인가
"당연하다. 다만 회원들도 나이가 많아 3개월에 한 번씩 모임을 하고 있다. 때문에 새로운 회원을 양성하려 애쓰고 있다. 여력이 다할 때까지 활동을 계속할 생각이다."

- 다른 일본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본과 한국간 친선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자치단체 뿐만아니라 정부차원, 민간차원 교류가 참 많더라. 하지만 '친선우호'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친선우호'는 먹고 즐기는 유희가 아니다. 서로의 문화와 역사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일본인들이 한국에 가서 관광만이 아닌 명성황후 묘소를 참배하거나 서대문형무소, 독립기념관 등을 꼭 둘러보고 느꼈으면 좋겠다."
#명성황후 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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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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