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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암포 해수욕장에서 주민들이 이젠 일상이 되버린 기름제거작업 모습
▲ 태안피해지역 학암포 해수욕장에서 주민들이 이젠 일상이 되버린 기름제거작업 모습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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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 만리포 앞 바다 4.6마일 해역에서 지난 7일 홍콩선적 선박 헤베이 스피리트호(14만 6천급, 원유 263,000kl)와 삼성중공업 소속 해상크레인이 충돌하여 1만 810톤의 원유가 바다에 유출된 지 나흘째에 접어들었지만 좀처럼 피해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7일 강무현 해수부장관은 사고 발생 당일 태안해경 대책본부상황실에서 “해상과 기상 상황을 감안안 시물레이션 결과 24~26시간내에 남동쪽 해상으로 오염이 확산될 것”이라며 “방제작업을 서둘러 인근 양식장으로 유출유가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태안 앞바다가 유조선 충돌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바닷가 바위가 온통 기름범벅이 되어있다.
▲ 태안피해지역 태안 앞바다가 유조선 충돌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바닷가 바위가 온통 기름범벅이 되어있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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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사고 당일 저녁 무렵부터 거대한 기름파도 물결이 해안가를 뒤덮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모항항~태안화력에 이르는 17km 해역이 기름바다로 변해버렸다.

늦장 대책이 이루어낸 결과였다. 언론사마다 관계기관의 늦장 대책에 대한 질책으로 뉴스를 보도했다.

이미 늦장 대책으로 태안군의 많은 해역이 오염되었지만 주민들은 더 이상 피해가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관계기관 또한 “피해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주요 길목에 오일펜스를 설치할 것”이라며 피해 최소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허나 9일 저녁부터 유출된 기름은 가로림만과 천수만에까지 영향이 미쳤다. 관계기관의 말을 믿고 있던 주민들은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피해상황 보도를 위해 본 기자가 학암포~통계항까지 9일 오전까지 차량을 이동하며 취재에 나섰다. 먼저 현재 태안은 뉴스에 보도된 상황보다 더 좋지 않다. 이번 사건으로 태안군은 많은 것을 잃었다. 또한 이로 인해 발생한 문제점은 너무나 광범위해 일회성 보도로는 알릴 수도 없는 실정이다.

올해 태안군으로부터 최우수해수욕장으로 선정된 학암포는 이제 더 이상 하야디하얀 학이 앉은 모습을 한 해수욕장이 아닌 검은 학의 형상으로 변했다. 넓은 백사장과 붉은 해당화로 뒤덮인 아름다운 해변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피해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안가 기름을 실어 나른 드럼통
▲ 태안피해지역 피해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안가 기름을 실어 나른 드럼통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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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기름과 부직포로 쓰레기장을 방불케할 정도이다. 아니 쓰레기장이 어쩌면 상황이 더 좋을지 모른다. 주민들은 이제 더 이상 장사나 바다로 일을 하러 가지 않는다. 사고 이후부터 온몸에 기름을 묻혀가며 하루 종일 유출유와 실랑이를 하고 있다.

죄송스런 마음에 작업복과 장화는 신지도 않는다. 취재한답시고 피해 지역을 돌아다니며 사진 찍는다는 것이 몹시 거북하게 느껴졌다. 허나 이런 사태에 대한 상세한 보도로 피해지역에 관한 모든 문제들이 원만이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어 다시 맘을 고쳐먹는다.

신두리 해수욕장 앞 바다에 있는 나무 모습. 기름바다에 잠긴 깊이를 가늠할 수 있다.
▲ 태안피해지역 신두리 해수욕장 앞 바다에 있는 나무 모습. 기름바다에 잠긴 깊이를 가늠할 수 있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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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두리 해수욕장 앞 바다에서 양식되던 굴이 온통 기름범벅이 된 모습
▲ 태안피해지역 신두리 해수욕장 앞 바다에서 양식되던 굴이 온통 기름범벅이 된 모습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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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CF촬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신두리 해수욕장 상황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넓은 백사장은 물론이거니와 신두사고, 심지어 해안가 굴양식장도 기름범벅이 되었다. 기름제거 작업을 하고 있던 어르신에게 “이 일을 어쩌면 좋냐고” 물으니 “아마 이렇게 더럽혀진 바다가 원상복귀까지는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한숨을 내쉰다. 그러면서 “내 생애 그런 날을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눈가를 적시며 이야기 하신다.

신두리 해수욕장에서 기름제거 작업을 하던 어르신 모습.
▲ 태안피해지역 신두리 해수욕장에서 기름제거 작업을 하던 어르신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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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신두리와 학암포는 많은 인원 배치로 그나마도 일을 하기에는 수월한 편이다. 의항해수욕장을 비롯해 구름포 해수욕장 등은 채 100명도 안 되는 인원이 동원되어서 기름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구름포에서 작업을 하던 어르신은 “인원 배치를 어떻게 했는지 사람이 없어 일에 진척이 없을 뿐더러 어제는 물 한 모금도 먹지 못하고 일만했다”면서 “인원을 제대로 배치해야지, 만리포는 어제 8000명이나 왔다고 하더니 그 뭐야 대선주자들이 그쪽을 방문해서 그런지 나 원 참~” 하며 불만을 토로하신다.

태안군 소원면 소근리 굴 양식장에서 기름제거하는 자원봉사자들 모습
▲ 태안피해지역 태안군 소원면 소근리 굴 양식장에서 기름제거하는 자원봉사자들 모습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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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들의 참가 접수를 받고 있는 태안군도 몇 가지 문제점으로 인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자원봉사자들이 숙식과 식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서는 이같은 문제가 부담이 안 될 수 없다. 또한, 현재 주변 학교를 비롯한 체육관 등은 이미 포화 상태로 수용이 어렵다.

태안군 관계자는 “태안군에 깃든 최악의 사태에 자원봉사자들의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어 너무나도 감사하다”면서도  “허나 이미 숙박할 수 있는 곳은 모두 포화상태이고, 재정자립도가 낮은 태안군이 수 천~수 만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들의 식사를 감당하기가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지금 태안은 말 그대로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굴 양식을 주로하는 구름포 해수욕장 해변 모습
▲ 태안피해지역 굴 양식을 주로하는 구름포 해수욕장 해변 모습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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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항해수욕장 문제는 인원 동원이 미약한 부분도 있지만 독살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곳으로 바닷물이 밀물때 들어왔다 나가지 않아 고생이 더욱 심하다. 기름이 독살로 연거푸 들어오면서 축적되기 시작하여 손을 댈래야 댈 수가 없게 돼버렸다.

각 피해 지역마다 피해 대체 방법이 제 각기인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갑작스런 상황에 주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른다. 우선 부직포를 해안가에 깔고 양동이에 기름을 담아 나르고 있는 실정이다.

최악의 기름 유출사건으로 어수선한 현재 태안군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단합이다. 관계기관과 주민을 비롯해 여론도 다시 태안을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어 나가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문득 기름 제거를 하던 어르신의 넋두리가 생각난다.

“일본이 맞은 원자폭탄도 이번 사건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거여, 앞으로 태안바다에 희망이 안 보여.”


태그:#태안반도 기름유출, #태안반도 기름유출, #태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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