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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의 적, 목회의 적>(도서출판 누가)은 김청수 목사가 자신의 목회 30년을 총 망라한 직·간접적인 경험들을 자기반성적 고백으로 풀어놓은 회고적 기록이다. 이 책은 ‘참된 하나님의 종 되기 위해 피 흘리는 목회자들에게’ 보내는 지혜와 경고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목회의 길을 가거나 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30년 목회경험 속에서 더 이상의 실수와 실패를 하지 않도록 하고 돕고자 쓴 글이다.
 
무엇보다도 속 시원하게 내놓지 못하는 목회자들의 고민과 갈등, 문제들을 어떻게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신학생을 비롯해 목회 사역을 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씩은 읽어봐야 할 책이다.

 

만약 쉽게 생각하고 신학교를 가려고 한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뜯어말리고 싶을지도 모른다. 참으로 하나님의 종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이 책을 읽다 보면 하나님의 부르심이 아니라면 그 어찌 사명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 아찔한 생각이 든다.

 

세상일과는 달라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종으로 사는 것은 그야말로 예수님이 많은 사람들의 대속물로 하나님의 아들이지만 이 땅에 가장 낮은 곳에서 나셔서 십자가를 지시고 죽으셨던 것처럼, 그의 제자로서의 삶은 곧 십자가를 지는 것이다.


“자녀이면 또한 후사 곧 하나님의 후사요, 그리스도와 함께 한 후사니, 우리가 그와 함께 영광을 받기 위하여 고난도 함께 받아야 될 것이니라.”(롬8:17)

 

저자는 목회를 해오면서 자기가 경험했던 많은 시련과 고통스러웠던 날들을 돌아보며 다른 후배목사들에게 좋은 지침이 되리라 생각하고 같은 실수를 하는 일이 없도록 충고하고 권면하기 위해 이 책을 쓴 듯 하다.

 

저자가 직접 경험했던 일들, 그리고 주변에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분들의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하고 함께 나누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지나간 목회사역을 돌아보며 후회와 반성, 지금에서야 깨달은 잘못들을 솔직하게 내놓고 용서를 구하기도 한다. 하나님께서 맡겨 주시는 분량이 아닌, 자기 욕심과 야망이 어떤 결과들을 가지고 오는지에 대해서도 고백하고, 자기 욕심 때문에 성도들을 희생시키지 말라고 경고한다.

 

목사의 야망은 바로 성도들과 목사 자신과 가족들의 시련과 연단으로 이어지는 죄악임을 말한다. 그는 한때 열정적으로 교회구입을 위해 힘쓰는 가운데 성도들을 시험에 들게 했고 떠나게 했던 것을 이렇게 고백한다.

 

"그것은 하나님의 영광이라는 아름다운 색깔의 포장지에 곱게 싸인 나의 야망이요 허욕이었다. 그 탐욕이 하나님에 대한 믿음으로 착각되어 과도한 요구를 성도들에게 강요했고, 그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시험에 들게 된 것이다."

 

이것을 깨닫는데 10년 세월이 걸렸다고 그때의 부끄러움을 고백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맡겨 주시는 분량에 감사하며 ‘진실된 작은 종’이 되는 것이 충성된 종이라고 그는 말한다.

 

오랜 시간을 지나고 견딜 수 없는 목회의 고통을 당하고 나서야 괴로움과 시련의 진상을 깨달아 알게 된 것들과 부족해서 성도들을 아프게 한 것들 또한 진솔하게 고백하고 있다. 시련과 연단의 의미를 바로 감지하지 못한 채 회개하지 못했고 고통을 겪었던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것들의 고백을 통해 실제적인 교훈을 주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실제적인 경험담과 예화들이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저자의 친구 목사 이야기였는데, 하나님의 종으로 25년 동안 생애를 바쳐 교회를 사랑하고 성도를 사랑하며 몸을 아끼지 않고 목회한 분의 갑작스런 죽음과 그 이후 남겨진 가족들의 비참함.

 

병든 사모와 세 자녀가 냉대 받고 갈 곳 없이 지내다가 결국 목사가 죽은 뒤 7개월 뒤에 사모도 죽고 세 자녀만 남겨진 것을 읽고 나는 울었다. 개인적인 재능도, 꿈도 다 접고 사모로서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주의 종인 남편을 보필하고, 힘든 일, 괴로운 일, 모든 고민들을 오직 기도하며 해결했고 가족과 교회를 사랑했던 사모였다.

 

성도들한테도 교회에도 인정받지 못한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이 지금까지 내가 보아왔던 많은 목회자의 사모들을 생각하게 했다. 오래 전에 섬겼던 한 교회의 사모님이 생각났다.

 

그 사모님은 교회에서 봉사하는 교사들과 성도들의 점심,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토요일이면 시장에 갔고, 주일날 주일예배를 마치고 나면 부엌에서 결코 적지 않은 분량의 음식을 준비하느라 바빴다. 몸이 허약한데도 쉽지 않은 그 일을 오랜 세월이 흘러도 홀로 담당했다. 몇몇 분들이 함께 돕긴 했지만 잠깐 거드는 것 뿐 이었다.

 

그 분 외에도 여러 사모들을 만났지만 모든 분들이 힘든 자리임을 직감했다. ‘사모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처럼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나는 죽었다 깨어난다 해도 감당 못할 일로 보였다. 정말 힘들어 보였다. 아무리 많은 일들을 해도 인정받지 못하는 자리, 말 많은 자리였다. 끝까지 그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며 또한 존경스러웠다.

 

저자가 말하는 목사와 사모는 교회개척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녀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정상적인 아이로 자라지 못한 두 아들과 정상인 아들을 두게 되었다. 그 당시 사택이 따로 없이 교회당 지하실을 사택으로 개조해 살았는데 쾌쾌한 냄새와 연탄가스, 여름이면 방수되지 못한 지하실엔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고 사람이 살만한 형편이 못되는 곳에서 면역성이 없었던 어린아이가 병을 얻었을 것이라 한다.

 

돌아가신 목사 내외분은 교회를 위해 모든 것을 완전히 희생했지만 장래 자녀들을 위한 교육보험, 생명보험, 암 보험 등 그 어느 것 하나 들지 않았고 자기 이름으로 된 집 한 칸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제와 오늘의 목회현실이다. 사실, 목회자의 죽음, 남겨진 가족들…, 오늘날 당면한 문제 중의 문제다.

 

목사의 사모로 내조하는 가운데 우울증, 심장병, 대인공포증 등 각종 질병이 걸리는 경우가 있다. 요즘은 많이 달라져서 적극적인 목회자의 영적 협력자로서의 사모의 역할을 하고 있고 건강한 사모역할을 위한 노력도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사모의 역할은 애매한 자리에 있다.

 

저자는 목회자들을 향해 '지금 있을 때 사모한테 잘 하라'고 말한다.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해주고, 손이라도 잡아주라고 말이다. 그는 또한 친구 목사와 사모의 죽음을 보고 이렇게 고백하고 있다. 

 

“한 가지 내 친구 목사부부의 죽음에 대하여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직도 하나님의 좋은 종이 되지 못한 이유가 아닌가라고 생각해본다. 하나님의 좋은 종! 죽어도 좋고 살아도 좋고 멸시를 받아도 좋고 천대 무시를 받아도 마냥 좋기만 한 하나님의 종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 내 마음에는 아직도 무엇이 남아 눈물을 흘리게 하는가?”

 

어떻게 하면 ‘무익한 종이 마땅히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하고 주님과 성도들을 위해 고통당하는 것만을 즐거움으로 알고 목회를 하는 성자다운 목사가 될 수 있을까?‘ 하고 저자는 고민한다. ‘자녀이면 또한 후사 곧 하나님의 후사요, 그리스도와 함께 한 후사니, 우리가 그와 함께 영광을 받기 위하여 고난도 함께 받아야 될 것이니라.’(롬8:17) 목사와 성도의 갈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첫째, 낮아지라. 둘째, 성도들을 끌어올리라. 셋째, 목사와 성도들의 갈등은 십자가에서 풀어야 해결된다. 다른 길은 전혀 없다"고 말한다. 또한 목사는 성도들로 인한 스트레스는 "기도하여 풀고, 평상적인 기도로 풀리지 않으면 철야하고, 그래도 안되면 철야금식을 해서 풀어야 한다. 그리고 성도들에게는 언제나 평안하고 경건하며 거룩한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고 권면한다.

 

하나님의 종은 더욱 ‘비둘기같이 순결하고, 뱀 같이’ 지혜로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비둘기같이 순결한 마음과 생활’이란 ‘하나님 앞에서의 목사상을 의미하고, ’뱀과 같이 지혜로움‘은 성도와 사람들 앞에서의 목사상을 말씀’하신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험난한 길을 가는 모든 목회자들과 특히 목회의 길로 들어서려고 하는 신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아울러 목회의 길이 어떤 것인지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 읽는 다면 다 이해할 순 없을지라도 최소한 그 길이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목사의 적 목회의 적 1

김청수 지음, 도서출판 누가(2002)


태그:#목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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