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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김종남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7일간의 금강 탐방을 다녀온 뒤 <오마이뉴스>에 보내온 글 전문입니다. <편집자주>

 

당장 내년부터 금강에 운하를 판다고 한다. 그런데 운하에 대한 정보는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종점은 서천하구둑인데 출발지가 대전인지, 오송인지 오리무중이다. 폭과 수심은 어느 수준이며, 하천 생태계를 전혀 파괴하지 않는 수로의 횡단면은 어떻게 만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저 '6세기 고대 국가 백제의 해상교통로를 복원한다'는 아이디어 차원의 거친 사업구상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시속 120㎞ 고속도로가 사방으로 뻗어 있고, 시속 300㎞로 달리는 고속철도가 보편화되는 21세기 첨단과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운하를 통한 경기부양, 운하를 통한 물류혁명, 운하를 통한 관광산업진흥이 정말 필요한 일이고 옳은 방향일까?

 

최근 꼬박 일주일간의 도보순례를 통해 확인한 금강운하에 대한 결론은 '아니올시다'다.

 

우선은 경제성이 없다. 인수위 측은 금강운하 건설비용을 1조2천억원으로 추정하고 민자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교량교체나 제방증고, 암반굴착, 토지보상은 필요 없다 한다. 순수 수로건설비만 1조2천억원인 셈이다. 수로건설비+교량교체비+제방증고 및 배수설비+토지보상비+암반굴착공사비 등이 빠져 있는 셈이다.

 

여기에 연간 약 500억원의 유지관리비가 소요될 전망되지만 이 금액은 빠졌다. 이에 비해 운하건설로 얻는 이익은 골재 판매금 2천5백억원과 화물운송수입, 관광수입이 전부다. 언뜻 보기에도 수지타산이 안 맞는 사업이다.

 

지난 1995년에도 건설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금강(대청)운하 건설을 검토하였으나 1조원 이상 소요되는 건설비용에 비해 편익이 작아 사업추진을 포기했다.

 

금강운하는 한 마디로 살아있는 자원을 죽여 인공적인 시설을 만드는 공사다. 이명박 당선인과 인수위 측은 운하건설의 목적으로 물류혁명, 관광산업 진흥, 지역개발 촉진을 든다. 그러나 한국의 전체 물동량 중 금강권 물동량은 1%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상행과 하행의 운행 편차가 2.0이 넘어 운행효율마저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

 

살아 있는 자원을 인공시설물로 교체하겠다?

 

금강권 전체에서 관광객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지만 공주, 부여보다 서천, 청양 등 자연경관이 우수하고 쉴 거리, 볼거리가 있는 지역의 관광객이 훨씬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는 운하나 백제역사재현단지 같은 거대한 시설물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보다 금강의 살아있는 자연과 생태자원을 활용한 관광산업 활성화가 경쟁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지역개발 기대감은 운하건설 예정구간 전체에서 땅값이 오르는 부동산 투기 조짐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이 일반화되면 금강유역의 지역과 주민공동체가 와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금강운하는 물류혁명도 아니고 관광수요 확대에도 크게 기여할 수 없는 부동산 투기와 지역 난개발에 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반면 금강운하로 인해 우려되는 부작용은 재앙에 가깝다. 우선 폭 200m, 수심 6m의 운하를 건설할 경우 제방 양안의 사면둔치와 물길이 만든 하중도, 수초군락지 등 하천 지형은 대부분 사라진다. 폭 1.5㎞에 이르는 하류지역을 제외하고 공주, 연기 등 중류지역의 하폭은 300m 수준에 그쳐 하천양안의 인공구조물 설치와 지속적인 준설이 불가피하다.

 

금강 하류의 수질이 BOD(생물학적 산소 요구량)기준 3급수를 유지하는 데는 각종 오염원을 정화하는 사주와 갈대, 달뿌리풀, 갯버들 군락지가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특히 부영양화의 주범인 질소와 인의 정화에 유용하다. 따라서 운하건설에 의한 하천 지형과 생태계의 말살은 하천의 수질개선기능을 현저하게 떨어뜨려 금강의 수질을 악화시킬 것이 자명하다.

 

또 금강 운하 건설로 대청댐 이하 금강하구둑까지의 110㎞ 구간이 3개의 갑문과 1개의 댐으로 막힌 정체 수역으로 변하게 돼 수질 악화를 가속화 시킨다.

 

운하건설을 위한 갑문설치는 부여, 익산, 서천 등 금강 주변 농경지의 배수관리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여름철 강우패턴이 국지성 호우가 많아 침수 피해 등 농업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운하가 아니더라도 금강 하류지역은 매년 한 차례 이상 둔치가 범람하고, 7년에 한 번꼴로 큰 홍수가 나 주변 농경지가 물에 잠기는 홍수피해가 컸다.

 

인수위는 인공수로건설위원회?

 

금강권의 많은 문화유산 및 역사유적은 금강 물길과 연접해 있다. 행정도시 건설지역인 연기군 송원리의 백제시대 고분군, 공주 석장리와 공산성을 비롯한 역사유적들, 부여와 강경의 유적과 근대문화유산, 그리고 익산의 삼한시대 역사문화유적 등이 그것이다.

 

어디에 어느 만큼의 문화 역사유산이 산재해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운하와 포구 건설로 소중한 유산이 파괴될 수 있다. 경부운하의 경우 문화재 발굴비용만 약 2천억원이 든다고 하니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백제문화를 간직한 금강유역의 문화유산발굴비용 또한 천문학적 숫자에 가까울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금강운하 건설예정 구간인 대전 대동~금강하구둑에는 보호가치가 큰 하천 생태계가 여러 곳에 존재한다. 연기군 부용면 일대에 형성된 하중도와 갯버들 군락지, 하천 습지는 다양한 류의 생물과 야생동물이 번식하고 서식하기에 아주 적합한 자연생태계다.

 

미호천과 금강 본류가 만나는 연기군 금남면 합강리는 수달과 삵, 맹꽁이, 남생이, 흰꼬리수리와 검독수리, 새매,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큰기러기떼 등 20여종의 희귀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매우 안정된 생태지역이다. 세계적인 생태도시를 지향한 행복도시 건설과정에서도 이 일대의 자연생태계를 유지, 보전하는 방안이 적극 도입됐다. 얕은 물과 깊은 물, 하중도와 다양한 수초군락지가 이들 야생동물의 서식처와 은신처가 돼 종 다양성 및 풍부도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금강하구의 10여만평에 이르는 갈대군락지와 하중도를 중심으로 큰고니와 큰기러기, 가창오리 수 만마리가 서식하는 것도 소중한 일이다. 금강하구둑의 철새서식지와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환경부와 UNDP가 습지보전지역으로 지정,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금강운하가 건설될 경우 생물자원은 금강의 주요 생태지점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자연과 사람의 공존 위해 적당한 거리 둬라

 

순례 길에 본 금강과 사람의 거리는 명확했다. 경작지로 변한 하천둔치는 이미 금강의 것이 아니었다. 주변 새들도 섬처럼 떠다니며 사람의 움직임이 느껴지는 순간 몸을 피했다.

 

반면 너른 백사장과 하중도, 수초군락지가 형성된 강에서는 경작에 의한 생태계 교란은 적었고 새들도 안전하게 쉴 수 있었다. 순례단도 새들의 유영을 오랫동안 관찰할 수 있었다. 이것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고 공영하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

 

공주나 부여보다 서천에 더 많은 관광객이 찾는 이유는 아름다운 자연과 볼거리, 쉴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생태적으로 황폐하고 무리한 대역사를 일으켜 금강과 주변지역의 생태문화자원을 파괴하는 것은 무모한 행위에 가깝다.

 

정말 뱃길복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군산-서천 앞바다에서 부여까지 밀물과 썰물에 의한 자연의 물길을 복원하고, 옛날의 포구와 생활권을 되살려 생태관광자원화해야 한다. 금강과 사람이 같이 사는 길 찾기에 나서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이고, 실현 가능하고, 지역도 살리는 길이라는 얘기다.


태그:#금강운하, #김종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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