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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당신에게 편지를 쓸 때마다 마음이 두근거림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되고, 어떻게 당신이 읽어줄지 궁금합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만날 되풀이 할 수 없는 일이고, 아이들 이야기를 우리 사이에 자꾸만 개입시킬 수도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이럴 때 한 번씩 책이라는 3자를 당신과 나 사이에 개입시켜 함께 나누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일입니다. 독후감이란 형식의 편지는 감정만이 아니라 이성(理性)을 통하여 서로를 더욱 깊게 만들 수 있습니다. 편지 내용이 꼭 사랑만 담을 이유가 전혀 없지요. 사랑만 있는 편지는 조금 식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책을 통한 이성 교감은 매우 뜻 깊은 일입니다.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올 11월에 있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후세인 오바마 후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입니다. 2월 4일 슈퍼 화요일에서 서로 박빙 승부를 펼쳐지만 그 후 경선에서는 오바마 민주당 경선 후보가 앞서가는 상황이지만 힐러리 후보가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힐러리 후보가 누구인지 아시지요. '힐러리 클린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부인이었지요.

 

만약 힐러리 상원의원이 대통령이 되면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되며 남편과 함께 대통령이 되는 역사를 이룩하게 됩니다. 역사가 과연 이루어질지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힐러리 상원의원을 대상으로 지은 책이 나왔는데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입니다.

 

힐러리 상원의원 자서전이나 미국 사람이 지은 책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인 이지성이란 분이 쓴 책입니다. 남자들이 읽기에는 약간 거북한 점이 많답니다. 특히 나 같은 보수적인 생각이 강한 사람이 읽어가기에 여간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왕 접한 것 당신과 나누기로 했으니 이렇게 글을 씁니다.

 

힐러리 상원의원은 자신을 굉장히 존중했던 사람입니다. 자존감을 가진 당당한 사람, 여성으로 살았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대부분 결혼하면 남편 성을 따라가지만 힐러리 상원의원은 자신의 본래 성인 ‘힐러리 다이앤 로댐’이라는 이름을 썼다고 합니다.

 

최초의 미국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힐러리 상원의원 이름은 이제 힐러리 클린턴이지만 여성으로서 자신의 자존감을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은 강한 자존감을 가진 힐러리 상원의원의 어떻게 성공한 삶을 살았는지를 14가지로 정리한 자기계발서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단어 중에 '성공'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당신은 내가 ‘성공’이라는 단어를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아님을 당신도 잘 알 것입니다. 성공한 힐러리이기 때문에 그를 존경하고, 존중하는, 따라야 한다고 설득해가는 저자의 필력에는 그리 동감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 인간, 여성으로서 자신을 귀하게 여겼던 힐러리는 나와 당신이 한 번 반추할 필요가 있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조심스럽게 가르칠 필요가 있기에 당신에게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여자라면 힐러리처럼>를 쓴 글쓴이는 힐러리의 이기는 생각, 이기는 신념에 주목합니다. 자본주의와 경쟁 사회에서 이기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심리학자들은 말한다지요 생각한대로 된다고. 꿈과 비전을 어떻게 세우는가에 따라 그 꿈은 이루어진다고 외칩니다. 많은 사람들도 동의합니다. 힐러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최고로 일을 잘할 수 있다” 신념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자기 자신을 불신하면서 떳떳하거나 성공한 삶, 꿈을 이루는 삶은 불가능한 일이지요.

 

이런 신념도 준비된 삶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준비하지 않고 꿈을 이룰 수는 없습니다. 그럼 준비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그것은 힐러리 상원의원의 좌우명처럼 "계획을 세우는 데 실패하는 것은 실패하려고 계획을 세우기 때문이다."이라는 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던져줍니다. 철저한 계획, 그 계획을 위한 다른 세부 계획도 짜야 합니다.

 

계획 없이 섣부른 실천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습니다. 내가 이런 일에 부족합니다. 힐러리 상원의원 좌우면이 이런 면을 강조하고 있기에 나에게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최고로 잘할 수 있다는 신념은 오만하게 읽혀질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가진 한계를 인정하는 일도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모든 삶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힐러리 상원의원의 이런 도전은 반추할 필요가 있지요.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이 나에게 부족한 것을 당신은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열악합니다. 환경이 열악하면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고 지금 상황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지요. 최고가 반드시 물질과 권력만은 아닙니다. 처한 환경을 탓하지 말고 도전하고 새로운 미래를 위하여 노력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미국 사람들, 특히 남자들은 이런 힐러리 상원의원을 두고 이렇게 생각한답니다.

 

“힐러리 같은 아내는 싫지만 딸은 힐러리처럼 키우고 싶다”

 

우리나라 남자도 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대부분 남자들,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남자들 중에서도 의외로 다른 여성들 지위향상을 위해서는 노력해도 자기 아내만은 현모양처가 되기를 은근히 원합니다. 나같은 경우는 말할 것도 없지요. 우리 서헌이가 자신과 사회, 직장에서 당당한 여성으로 자라기를 원하지만 왠지 당신은 나에게 현모양처가 되기를 원하는 것을 사실 숨길 수 없습니다.

 

힐러리 상원의원은 문제가 발생하면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과 그 문제를 해결하여 자신의 역량을 넓히는 기회로 활용했다고 합니다. “예기치 못한 일이 우리 앞에 닥쳤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보험은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는 한 철저하게 준비해 놓는 것이다.”

 

사실 우리 시대는 예기치 않는 일들이 수없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준비된 사람이 일을 할 수 있으며 성공할 수 있습니다. 준비 없이 성공한 삶만 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준비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나에게 적합한 말입니다. 준비하지 않고, 어정쩡한 상황, 성급한 행동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지는 많은 일들 때문에 당신도 당황하고, 주위 사람들도 힘들어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에서 능력 있는 여성이 되기 위해서 가져야 할 삶의 긍정적인 자세를 이렇게 말합니다. ‘삶에 대한 긍정적인 두려움을 가져라’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세워라’ ‘일보다 가정을 중요시하라.’

 

삶에 대한 긍정, 큰 꿈은 대부분 성공한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지만 세 번째 일보다 가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라는 것은 조금 의외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가정이 불안한데 사회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가장 작은 공동체도 바로 세우지 못한 사람이 더 큰 공동체에서 성공할 수 없지요. 인간은 결국 공동체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특히 이 책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독서입니다. 텔레비전을 볼 시간에 책을 읽으라, 책을 읽고 나서 토론을 하라, 책 쓴이와 만나는 기회를 자주 가져라, 10대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라, 하나의 사건에 관련된 모든 입장을 알려고 노력하라는 말은 굉장히 좋은 말이지만 쉽게 할 수 없는 일이지요.

 

나도 책은 조금 읽는 사람이지만 토론과 책 쓴 이와 만나는 일은 그의 하지 못하지요.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인터넷이 갇혀버린 우리 시대입니다. 눈과 감정은 진보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머리와 이성은 갈수록 퇴보하고 있습니다. 지식 홍수, 정보 홍수 시대이지만 정작 그 지식과 정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적 능력이 부족한 것입니다. 지적 능력은 책을 통하여 얻어집니다. 독서를 하는 이유도 단순히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특히 책을 읽고 나서 토론을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토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자기가 읽은 책 내용을 알고 있다는 말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읽어가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같은 책을 읽어도 깨달은 내용이 다르며, 토론을 통하여 다른 사람이 읽고 느낀 생각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한 권을 읽고 열 명이 토론을 하면 열권을 읽은 것과 같은 의미가 됩니다. 생각하지도 못한 새로운 생각을 토론을 통하여 알 수 있습니다.

 

이기는 습관, 신념 등등 많은 내용들이 있지만 독서법이 나에게 가장 와 닿았습니다. 원래 사람이 성공과는 그리 가까운 사람이 아니기에 그렇습니다. 이런 면에서 힐러리는 최고와 어울리라는 말에는 답답함과 부담스러움 때문에 읽기 거북한 느끼마져 들었습니다. 최고가 무엇을 뜻할까요? 성공한 사람 아닐까요? 최고는 좋은 목표가 될 수 있지만 그것을 이루고 난 다음에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습니다.

 

사실 최고만 우리 삶을 사람답게 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성공한 최고가 반드시 진정한 사람을 뜻하지도 않습니다. 평범한 사람도 진정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기는 습관, 신념, 왕성한 활동, 최고의 여성이 된 힐러리 상원의원에게는 이런 면에서 반대파가 많다는 생각이 든 이유입니다. 조금 모자람도 필요한 것 아닐까요?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은 여성이 자존감과 존재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는 일이 매우 긍정적인 도움을 줍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뚜렷한 목적과 방향, 큰 꿈을 가지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그저 남편과 남자들이 만들어준 가정과 사회, 직장에서 수동적인 인간이 아니라 능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주체로서 여성상을 읽을 수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남편들이 이 책을 적극적으로 권할지 모르겠습니다. 딸들에게는 읽으라 하겠지만 아내에게는 나서서 읽으라는 남편이 얼마나 많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아무 그런 남편들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이것입니다. 단순히 최고로 성공한 힐러리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자신을 정말 사랑한 힐러리를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힐러리 상원의원이 대통령 부인, 어쩌면 대통령 힐러리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정말 사랑한 사람으로 존경해야하지 않을까요? 그가 이번에 대통령이 되지 못해도 말입니다. 당신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자기를 존중히 여기라는 말입니다.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가짐이 세속적 성공보다 더 중요합니다. 자신을 비하시키는 일만큼 불행한 일은 없지요. 당신을 존중하는 마음, 자존감은 가장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자존감을 세우는 일에 나도 일조해야겠지요.

덧붙이는 글 |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이지성 ㅣ다산북스ㅣ 2007.10.15. ㅣ 232쪽 | 판매가 10000원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양장) - 꿈을 품은 모든 여자가 세상의 중심에 우뚝 서는 법, Special Edition

이지성 지음, 다산라이프(2010)


태그:#아내, #여성, #힐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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