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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전시회를 열게 됐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대학교 예술 역사학과 교수들이 ‘유화와 세라믹’을 이용해 ‘인간 영혼(정신)의 치유와 인간 해학’을 그리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수송동 '갤러리 고도(go do)'에서 열리는 ‘켈리와 단’전은 같은 대학 동료 교수인 켈리 댓와일러(Kelly Detweiler, 학장)와 단 프리츠(Don Fritz, 부교수)의 유화 및 세라믹 작품 3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두 교수가 심혈을 쏟은 또 다른 작품들도 경북 영천(영천 오마동 아트스튜디오, 13일부터 26일까지)과 대구(중구 봉덕동 배나실 문화센터, 15일부터 26일까지)에서도 함께 전시를 하고 있다.

 

켈리는 페인팅과 세라믹을 이용해 그린 그림을 선호하고, 단은 세라믹과 드로잉, 페인팅을 좋아한다.

 

지난 14일 오프닝행사에서 만난 켈리는 인간적인 편안함을 표현한 그림을 주로 그린다고 말했다.

 

“추억이 담긴 경치, 유년기의 추억 등을 끌어내 배경으로 삼는다. 이를 통해 인간의 마음을 과거로 회상하게 한다. 경치를 그리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린 것이 아니고 기억, 추억, 육체, 정신, 영혼, 아름다움 등 인간의 반응을 끌어내는 것이다.”

 

그의 대표적 인간 해학 작품인 ‘교수들의 회의’는 “멀쩡한 교수들이 회의를 통해서는 서로를 헐뜯지만 끝장(피)을 보지 않는다”라는 의미를 표현하고 있다.

 

이날 단은 드로잉과 세라믹, 페인팅을 통해 인간 영혼의 치유 방법 등을 표현한다고 말했다. “그림이나 도자기 새긴 그림을 통해 육체적·정신적으로 피폐돼 있는 인간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표현하고 있다. 즉 육체적 질병부터 영혼과 정신을 치유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켈리와 단은 유명 화가들의 많은 작품을 수집해 소장하고 있다. 이들 두 사람이 한국에서 전시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 식품염색의 권위자 김정화 선생의 초청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 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이들 두 교수를 영천시의 후원을 받아 초대했다고 밝혔다.

 

이날 김 씨는 초청이유를 묻자 “두 분은 작가로서 지명도가 높아, 레벨을 생각하면 한국에 올 수 없는 인물이었다”면서 “나와 친분도 있고,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초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켈리는 1977년부터 30여 년간, 단은 97년부터 10년간 수많은 개인 전시회를 열었고, 그룹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6시 오프닝행사에서는 식물염색 권위자 김정화 씨, 인도 오로빌 의상디자이너 프레마 씨 등 저명인사들이 참석했다.

 

다음은 두 작가의 작업 노트이다.

 

< 켈리 노트 >

 

나는 자연과 동물들로 둘러싸인 콜로라도의 목가적인 환경 속에서 자라났다. 그 시절의 추억들은 항상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존재하여 나의 작업에 영향을 미친다. 내 첫 번째 집 뒤 뜰의 색깔이 아름다운 미루나무들은 내 상상속의 풍경들과 터스컨의 시골풍경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나의 작업은 항상 나의 잠재의식과 나의 기억들과 관련되어 있다. 그것은 현실적인 인간세계와 내 마음의 눈으로 보는 이상적인 세계에 관한 것들이다. 해학은 늘 내 작품에 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것은 항상 삶의 부정적인 측면을 감추기 위한 표현방법으로 사용된다.

 

나는 주류에 속하지 않은 예술가들의 빛나는 예술적 영감과 권위와 학술적인 것에 연연해하지 않는 예술가들에게 매료된다. 그것은 나의 작업이 예술분야를 주도하는 사람들과는 거리가 먼 비주류 화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예술이 우리시대 문화의 마지막 마법이라고 믿는다. 나는 예술이 단지 보여지는 것만이 아닌, 감정과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믿는다. 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관한 값지고 탁월한 이상을 표현하기 위해서 꼭 표면적으로 정치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 단의 노트 >

 

나의 작품은 일찍이 미국 팝 문화를 표현한 아이콘들 즉 대중적인 이미지들과 공예품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전개되어왔다. 나는 시각적인 기호가 사실적으로 그리고 은유적으로 동시에 표현되어지는 것을 추구한다.

 

내가 매료되는 것은 살아가면서 받아들여야 하는, 부정하면서도 순응해야 하는것들- 즉 심리적인 거부에 관한 것으로 권력 그리고 성적 정체성에 관한 유년기 문화의 여러 이야기들이다. 이런 이야기 속에는 부정과 순응이라는 모순이 동시에 뿌리내려져 있다. 유년기는 순수함과 상상의 자유로움이 충만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내 작품들은 나의 내면을 반영하는 표현공간으로서 친숙한 이미지와 재료들을 사용한다. 그림의 주제를 시각적 요소로 표현할 때 나는 주로 그리고 지우고 하는 것을 계속 반복하면서 서로 모순되는 생각과 심리적 변화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을 추구한다. 이런 반복 작업을 통하여 나는 문제의 본질 속으로 더 깊게 다가간다.

 

관습의 상징들은 어린이들의 책과 장난감속에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깊게 침투되어 있다.

이런 상징들은 권력과 성적 정체성의 문화적 구조에 근거한다. 유년시절의 이미지를 구성하는데 있어 실물보다 큰 세라믹 장난감과 책들로 만들어진 나의 작품은 평범함을 표현한다. 그것은 크고 무겁지만 반면 약하다. 이는 어린 시절의 환상의 양면성을 나타낸다.

 

나는 아이들의 장난감과 책에 내재된 위험함 폭력성의 문화적 상징들을 현실적인 해학으로 표현한다. 장난감 총과 제트전투기, 로켓, 자동차들은 그 본래의 폭력성을 반짝이는 표면 뒤에 숨기고 있어 그 상징의 영향을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권력에 대한 상상들은 성적 정체성과 연관된다.

 

어린 시절에 형성되는 성적 정체성은 방송매체의 시각적인 이미지와 장난감에 의해서 크게 좌우된다. 장난감들은 아이들의 순수성과 자유로움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여지지만 실은 사회가 이미 정해놓은 성적 정체성이 내재되어 있다. 나는 장난감들의 이미지들과 고정된 역할놀이, 그리고 현실과 이상의 불일치를 보여주는 상상들을 내가 연구한 미국의 팝문화와 연관시켜서 재구성하는 작업을 한다.

 


태그:#켈리와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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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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