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지리산이 있는 구례에 갔다. 차창 밖으로 초록빛, 황금빛 등 농촌의 풍경이 펼쳐졌다. 모내기를 끝낸 논도 있고, 모내기를 하기 위해 트랙터로 땅을 고르는 모습도 보였다. 보리도 익어 누렇게 변했다. 섬진강 변을 따라 달렸다. 시원한 자연의 바람이 내 볼을 살짝 건드렸다. 강물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지리산 앞으로 펼쳐진 밭도 황금빛이었다. 황금빛은 바로 햇볕 아래 반짝이는 밀밭의 밀이었다. 정말 황금 같았다. 밀을 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주인장에게는 미안하지만, 밀 하나를 끊어서 한 알 까먹어 보았다. 밀가루 맛이었다. “슬비야, 이 밀이 무슨 밀인 줄 아니?” “수퍼에서 파는 밀가루.!” “땡! 수퍼에서 파는 밀가루는 외국산이야. 농약이 엄청 들어갔단다.” “왜요? 우리나라 것은 왜 안 팔아요?” “돈이 안 되니까 밀을 많이 안 심어. 그래서 값이 비싸. 하지만 외국산 밀가루는 벌레를 없애려고 농약을 엄청 쓴단다. 그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야. 우리나라까지 올 때 썩지 않게 하려고 방부제를 얼마나 썼을까?” “허벌나게 많이요!”
“우리나라 밀은 가을에 심어 겨울에 나기 때문에 해충들이 나올 시간적인 여유가 없단다. 그래서 농약을 쓸 일이 없지.” 그래서일까. 밀밭에는 똥내가 진동하였다. 날벌레들도 많았다. 밀밭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 같아서 슬며시 보았다. 아니! 이것은 무당벌레가 아니더냐! 맞다! 무당벌레는 친환경의 상징이다. 그만큼 이곳이 농약을 쓰지 않았다는 증거다.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99.7%의 밀을 수입한다고 한다. 0.3%만 우리나라에서 키운 것이다. 그와 반대로 99.7%가 우리나라 밀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리 싸다고 해도 농약을 많이 쓴 밀과 그것으로 만든 것들을 먹는다고 생각하니까 찝찝했다. 아쉬웠다. 엄마께서도 최대한 우리나라 밀을 먹이려고 하시지만 그러기가 보통 일이 아니다. 엄마의 마음은 알지만 그러기가 힘들다는 것을 나도 안다. 내가 나중에 엄마가 될 때쯤에는 우리나라 밀을 쉽게 아무 데서나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밀을 아이들에게 먹일 것이다. 우리나라 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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