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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9개월을 고생하시다 지난 2월에 돌아가신 아버님 묘소 일부가 훼손됐다는 어머님 전화를 받고 조부님 기일에 맞춰 전남 순천시 해룡면 고향집을 찾았다.

모내기가 한창인 농번기다. 일손을 도우라고 농번기에 맞춰 봄방학을 해서 모심는 논에 따라다니며 못줄을 잡아주는 등 일손을 돕고 못밥을 얻어 먹던 기억과 함께 농촌 인구의 노령화와 기계화 바람으로 이양기로 모내기를 하고 있어 아쉬움이 교차한다.

이양기를 이용한 모내기 마을앞 논에 모내기가 한창이다. 중앙에 있는 전주에 딱새 둥지가있다.
▲ 이양기를 이용한 모내기 마을앞 논에 모내기가 한창이다. 중앙에 있는 전주에 딱새 둥지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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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님 제사음식을 장만하는데 어머님이 "아이! 둘째야! 식당방 가스레인지 공기통에 바람이 안나가는 갑다. 니 아부지 사고 나기 전에 새가 공기 통 안에 집을 지은 것 같담시로 새죽으니 환기통 쓰지 마라! 하더니 새가 진짜로 집을 지었는가?" 하신다.

새가집을 짓고 부화해 나간 은박배기통 식당방 깨스렌지 위의 냄새 배출하는 은박 배기통 안에서 집을 짓고 새끼를 부화해 나갔다.
▲ 새가집을 짓고 부화해 나간 은박배기통 식당방 깨스렌지 위의 냄새 배출하는 은박 배기통 안에서 집을 짓고 새끼를 부화해 나갔다.
ⓒ 양동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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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말씀을 듣고 가스레인지에서 악취를 배출하는 공기통의 연통을 꺼내보니 새 집이 있지를 않은가? 새가 떠난 지 오래된 듯하지만 분명 새끼를 쳐서 부화해 나간 흔적이 확실하다.

냄새 배출용 환기구 식당방의 개스렌지 위에서 나오는 냄새배출용 환기구의 바깥 모습으로 이곳으로 새가들어가 집을 짓고 새끼를 까서 나갔다.
▲ 냄새 배출용 환기구 식당방의 개스렌지 위에서 나오는 냄새배출용 환기구의 바깥 모습으로 이곳으로 새가들어가 집을 짓고 새끼를 까서 나갔다.
ⓒ 양동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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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컨대 이 새가 둥지를 틀 무렵인 작년 5월 12일에 아버님 교통사고가 났고, 금년 2월까지 두 분 모두가 집을 비워두고 병원에 계셨으니 가스레인지를 켤 일이 없었으므로 배기통 안에서 뜨거운 바람이나 고약한 냄새가 전혀 배출되지 않았다.

이 기막힌 찬스에 새끼를 낳아 길러 날아갔을 새 가족을 생각하니 딱새 부부의 입주 시기와 새 집 터는 신의 계시에 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이 새들을 살리기 위해 아버님 교통사고가 났단 말인가? 아닐 것이다. 새가 드나든다고 배기통까지 쓰지 못하게 하시는 아버님 였는데? 교통사고가 나게 했을 리가 있겠는가? 새의 모습을 물었더니 "붉은색 나는 참새만한 이쁜 새 있제?" 하신다.

주위를 경계하는 딱새 새끼들을 먹일 벌레를 물고 새집주위 전선에 앉아 주위를 살피는 딱새
▲ 주위를 경계하는 딱새 새끼들을 먹일 벌레를 물고 새집주위 전선에 앉아 주위를 살피는 딱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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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이양기 소리에 일찍 잠을 깨어 논에 나가 모내기 구경을 하는 데 딱새 두 마리가 벌레를 물고 전깃줄에 앉아 안절부절 하는 모습이 심상찮아 보인다 싶어 담장 뒤로 몸을 숨겼다.

금세 모내기가 막 끝난 논 귀퉁이에 서 있는 전주의 농사용전기계량기에서 삐져나온 전깃줄에 앉아 잠시 주위를 살펴보더니, 함 밑에 난 구멍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 벌레를 놓고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새집으로 들어가기 직전 함 아래에 있는 구멍을 통해 새집으로 들어가기 직전에도 주위를 열심히 살피는 딱새
▲ 새집으로 들어가기 직전 함 아래에 있는 구멍을 통해 새집으로 들어가기 직전에도 주위를 열심히 살피는 딱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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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시 접근해 함을 열어보니 함 안에 둥지를 틀고 새끼 다섯 마리를 까서 기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 집과의 직선 거리는 30m 정도 밖에 안 되니 혹시 우리 집에 살던 그 새인가?

그 들만의 보금자리 함을 열어보니 새끼 딱새 다섯마리가 둥지에....
▲ 그 들만의 보금자리 함을 열어보니 새끼 딱새 다섯마리가 둥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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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께 새의 사진을 보여드렸더니 "작년 우리집 환기통에 드나든 새하고 같이 생겼다"고 하신다. 우리집 배기통에 살던 딱새가 이번에는 이곳으로 이사하여 집을 지었는가? 고압전기가 들어와 농사용 펌프를 사용할 때 전기 배선도 꽂고, 스위치, 휴즈와 계량기가 있어 많은 전자파가 발생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여기서 새끼를 까서 기르고 있으니 이 새끼 새들이 제대로 자랄 수 있을지. 장애는 없는지. 어미가 되어 번식은 가능할는지. 걱정스러워진다.

어미새가 오자 먹이를 달라고 조르는 아기새 함의 문을 열어놓고 기다렸더니 이상한 듯 금새 날아든 어미새를 향해 먹이를 달라고 하는 아기새
▲ 어미새가 오자 먹이를 달라고 조르는 아기새 함의 문을 열어놓고 기다렸더니 이상한 듯 금새 날아든 어미새를 향해 먹이를 달라고 하는 아기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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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에 내려올 때는 새 집을 만들어와 주변에 달아줘야겠다며 어린 새 5마리가 아무 탈없이 자라서 푸른 창공을 맘껏날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새의 이름이 딱새인지 정확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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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역할에 공감하는 바 있어 오랜 공직 생활 동안의 경험으로 고착화 된 생각에서 탈피한 시민의 시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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