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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에서 운영하는 주유소. 최근 소방방재청은 SK에너지가 15년간 불법 유류탱크를 운영해온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포항저유소를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다.
 SK에너지에서 운영하는 주유소. 최근 소방방재청은 SK에너지가 15년간 불법 유류탱크를 운영해온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포항저유소를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다.
ⓒ SK에너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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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가 15년간 불법적으로 유류탱크를 운영한 것에 대해 경찰 수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포항저유소 팀장으로 근무했던 이상수씨는 지난 25일 오후 SK에너지가 불법 유류탱크를 운영해 수천억원대의 불법매출을 올렸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포항남부경찰서에 제출했다.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포항저유소 팀장을 지낸 이씨는 이날 제출한 고발장에서 "8기의 기름저장탱크 중 T-9는 설치허가 당시 위험물 안전관리법상 제3석유류(중유)로 허가받았다"며 "하지만 SK에너지는 T-9탱크 설치 이후 의도적이고 불법적으로 등유(제2석유류)를 15년 동안 약 5.5억리터 취급해 5500억원의 불법매출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SK에너지측은 이씨의 고발장 제출과 관련 "일단 소장 내용을 확인한 뒤 대응방안을 생각해보겠다"고 밝혔다.

내부고발자 이씨, '엄중한 법적 처벌'-'공개사과' 요구

이씨는 "89년 포항물류센터 저장탱크 건설 당시 등유 수요량이 증가해 등유용 탱크가 많이 필요하게 되었으나 저장탱크 지역 내 부지가 협소해 등유용 탱크를 설치할 수 없었다"며 불법 유류탱크 설치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나 회사는 협소한 부지에 중유탱크를 건설하기가 용이한 점을 알고 89년 T-9탱크를 명목상 중유용으로 설치허가를 받아 포항소방서로부터 중유용으로 완공검사허가까지 득했다. 89년 T-9탱크 시설허가 당시 등유용 허가조건이 충족되지 않음을 사전에 인지하고 계획적으로 중유용으로 신청했다."

이씨는 "T-9탱크 건설 이후 2008년 초까지 한번도 중유를 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등유와 경유를 취급했다"며 "현장근무자에게는 관공서에서 점검을 나오면 '중유를 취급하고 있다'고 말하도록 교육시켜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씨는 "본인이 책임자로 있으면서 수차례 상사에게 사용중단을 건의해왔고 회사도 자체감사를 통해 수차례 시정명령을 내렸다"며 "금년 초에는 제가 김명곤 사장과 신헌철 부회장, 최태원 회장에게도 이 사실을 보고하게 됐다"고 말했다.

"명퇴 조건 지키지 않았다" vs "이씨가 먼저 주유소 운영프로그램 신청"

이와 함께 이씨는 SK에너지가 T-9탱크의 불법운영을 지적해온 자신에게 ▲서울지역 직영주유소 위탁운영 ▲주유소 배정 이전까지 일정 급여 지급 등을 조건으로 명예퇴직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회사측이 이러한 내용이 담긴 확인서까지 써주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씨는 올 초 T-9탱크의 불법운영을 지적하며 사용중단을 건의하는 내용을 김명곤 SK에너지 사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에게도 보고했다. 하지만 SK에너지측은 이를 "투서행위"로 간주해 지난 4월 초 이씨를 포항저유소팀장에서 무보직팀원으로 좌천시켰다.

이씨는 고발장에서도 "불법탱크 운영을 경영진에게 보고해 개선을 요청한 죄로 상식 이하의 인사조치를 당했다"며 "본인은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 주유소 위탁경영 등을 조건으로 명예퇴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하지만 퇴직한 이후 두 달이 넘도록 계속 약속을 어기고 서울이 아닌 대구지역으로 가서 실습을 받으라고 계속 골탕을 먹이고 있다"며 "주유소 배정 이전까지 일정급여를 지급하기로 약속했지만 한번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에너지측은 "명예퇴직하기 전인 4월 16일 이씨가 먼저 주유소 운영 프로그램 참가를 신청했고, 실습장소도 경북 포항으로 기재했다"며 "이에 사측은 대구에 가서 실습하라고 했지만 나중에 이씨가 서울로 변경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반박했다.

15년간 불법운영돼온 포항저유소의 T-9 유류저장탱크.
 15년간 불법운영돼온 포항저유소의 T-9 유류저장탱크.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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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SK에너지측은 유류탱크 불법운영 현장조사와 관련 25일 "행정처분이든 어떤 처분이든 처분이 나는 대로 따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고발자인 이씨가 요구하는 공개사과에는 "현장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SK에너지의 한 관계자는 "(유류탱크 불법운영이) 고의적인 행위였다면 왜 등유탱크보다 비싼 중유탱크를 지었겠나"라며 "(유류탱크 불법운영건은) 실무자의 착오였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중유탱크를 지은 뒤에 중유보다 등유나 경유의 수요가 많아져 중유탱크에 등유·경유를 넣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변경신고를 했어야 하는데 그것을 누락한 것은 우리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즉 등유용으로 중유탱크를 설치한 것이 아니라 중유탱크를 설치한 이후 등유·경유의 수급이 많아져 기존의 중유탱크를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이다.

이 관계자는 "93년 당시 관련법상 유류탱크간 이격거리가 9m의 3분의 1, 즉 3m 이상이면 등유탱크 설치를 허가받을 수 있었는데 이런 규정이 95년 없어졌다"며 "93년에 중유용을 등유용으로 변경했더라도 허가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불법 유류탱크 운영이) 고의적이었다고 할 수 없다"고 거듭 해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회사는 변경신고를 했었다고 생각했는데 2005년도에 감사를 해보니까 변경신고가 여전히 안돼 있어서 시정을 지시한 것"이라며 "탱크를 비우는 데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태그:#SK에너지, #불법유류탱크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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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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