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충남 아산시가 졸속행정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줘 망신을 당하고 있다.

 

최근 문제가 일고 있는 숭례문을 모방한 ‘창조 숭례문’ 건립과 관련해 아산시가 밝힌 사실을 입증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

 

아산시는 최근 소실된 숭례문을 건립할 당시 아산 외암리에 서식하던 금강소나무가 사용됐다는 문헌을 이유로 이를 기념하고,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상징물로 숭례문을 모방해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아산 숭례문은 설치물로 국내 유명 설치 작가의 제안으로 추진됐으며, 민간자본 보조 예산으로 향후 시비·후원금 등 총 8억원의 다양한 예산 확보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2차 추경에서 3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아산시의회로부터 승인을 얻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아산시가 밝힌 사실을 입증할 만한 기록은 없는 것으로 밝혀져 파장이 일고 있다.

 

 

숭례문 건립에 외암마을 소나무가 사용됐다? 글쎄...

 

국회 문화관광통신위원회 소속 자유선진당 김창수(대전 대덕) 국회의원이 문화재청에 요구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산 송악외암마을에서 가져간 소나무가 숭례문 건립에 사용됐다는 사실을 밝힌 자료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조선왕조실록(태종 28권)에 의하면 태종 14년 7월21일 임금이 도성에 행랑을 건축할 것을 명하면서 충청도와 강원도의 재목으로 짓도록 명한 대목이 나오지만 구체적으로 아산 외암민속마을에서 가져간 소나무로 숭례문을 건립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는 것.

 

또 문화재청이 공개한 원영환(강원대 명예교수) 교수의 논문 ‘숭례문의 건축연혁과 양식’ 중 해당부분을 봐도 숭례문 건립에 송악 외암마을의 소나무가 사용됐다는 실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논문에 따르면 ‘금강소나무는 강원도와 경북 북부, 충청지역에서 잘 자라고, 나이테가 조밀하고 잘 썩지 않아 예부터 궁궐을 짓거나 임금의 관을 만드는데 사용됐으며, 주요 서식지로는 금강산 일대와 강릉 보광리 일원·양양군 일원, 송악 외암리 일원’이라고만 밝혔을 뿐이다.

 

 

아산시 "문헌 얘기만 들었을 뿐 확인은 못 했다"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자 아산시는 곤혹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설치 작가가 ‘창조 숭례문’ 건립을 제안했을 당시 문헌에 나와있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시 관계자는 “당시 문헌에 나와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그 문헌의 제목과 논문의 제목, 그리고 논문을 작성한 저자의 이름만을 확인했다. 문헌을 직접 확인한 적은 없다”고 밝혀 사업이 졸속으로 추진됐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예산 승인을 해준 아산시의회와 시민단체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산시의회 여운영 의원은 “의회는 아산시를 믿고 3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추경예산을 승인해줬다. 그런데 이를 입증할 방법이 없고, (문헌 및 논문 등의)확인 절차도 없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라며 “그렇다면 차라리 아산시를 대표할 만한 상징물로 온궁 복원, 또는 현충사 모형을 도심 속에 설치하는게 훨씬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아산시민모임 김지훈 사무국장도 “아산시가 급조한 사업, 즉 졸속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를 보인 것이다. 어찌 이런 중요한 사업을 추진하며 고증절차도 밟지 않았는지 의아스럽다”며 “전시성 행정을 위해 억지로 연관성을 지어 숭례문을 건립하는 것보다는 다른 지역처럼 공모나 시민을 비롯한 각계의 여론수렴을 통해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아산시, #숭례문, #졸속, #소나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현재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톱뉴스>에서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뉴스를 다루는 분야는 정치, 행정, 사회, 문화 등이다. 이외에도 필요에 따라 다른 분야도 다룬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