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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만물엔 예외 없이

한두 가지 결점은 있다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하다못해 무심한 듯 내리는

저 봄비에게도

못 말리는 결점이 있다

내가 때맞춰 내리지 않으면

너희가 무슨 수로 농사지으며

너희 식솔들 입 안으로 

밥 한 톨이라도 들어가게 할 수 있겠느냐는 듯

사뭇 뻐기면서

큰 시혜라도 베풀듯이 내리는

숨은 아만심(我慢心)

그것이 봄비가 지닌 

유일무이한 결점이다

그 아만심을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는 것은

아니, 알면서도 슬쩍 눈 감아 주는 것은

아마도 반가움이 너무 크기 때문이 아닐지

 

목 타는 산하를 적시면서

오랜만에 비가 내린다

늦게라도 오시는 게 얼마나 어여쁜지 

그저 용서하고 싶다

봄비의 뾰족한 자아를

그 아만심을. 


태그:#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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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을 지향하는 눈(眼)과 한사코 사물을 분석하려는 머리, 나는 이 2개의 바퀴를 타고 60년 넘게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나는 실용주의자들을 미워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게 내 미래의 꿈이기도 하다. 부패 직전의 모순덩어리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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