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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의항2리 마을

 

지난달 27일 오후 2시 의항 2리 마을회관은 북적거렸다. 다른 해 같으면 온 마을이 굴 까느라 사람 구경조차 어려울 때지만 기름피해 2년을 10여일 앞둔 이 마을 주민들은 할 일이 없어졌다. 굴 판매 성수기지만 기름피해로 굴양식을 모두 철거해 버렸기 때문이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의항 2리 김관수 이장은 팔에 잔뜩 서류 파일을 끼고 바쁘게 들어 왔다. 이장님 몸 건강은 어떠세요, 라고 여쭈었더니 "오늘도 병원 갔다 왔어요. 저는 기름사고 때문에 손가락이 이렇게 병신 됐어요"라며 오른손 구부러진 검지손가락을 보여준다.

 

"이게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도 상당히 불편해요."

 

기름유출 당시 김 이장은 손가락을 다쳐 서울 병원에서 치료중이었다. 그러나 기름유출사고 연락을 받고 바로 퇴원해 짐을 싸들고 내려와 방제 현장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치료 시기를 놓쳐 그만 장애로 남아 평생 불편함을 안고 살아가게 되었다.

 

"그때 치료를 끝까지 잘 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이젠 틀렸지 뭐"라며 김 이장은 씁쓸한 마음을 접는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당시 이장으로 최전방에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지냈다. 자기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 점점 엉망이 되었고 2008년 5월 위암 선고를 받았다. 수술을 하고도 치료를 받으면서 이장일은 계속 맡아 하게 되었단다.

  

이제는 2달에 한번 정기검진을 할 정도로 회복되었다. "우리 마을에는 저보다 아픈 사람도 많고 또 고친 사람도 많다"며 마을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금 의항리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지금도 가루미, 태배, 용동굴, 새보리 등 여러 지역에는 원유가 그대로 있어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얼마전 영국 IOP측 관계자와 국토부에서도 잔존 원유에 대해 확인하고 인정해 방제요청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반응이 없습니다. 국립관리공단은 예산 없다고 하면 끝이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태안군에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기름잔존에 대해 쉬쉬하려 하지만 우리 지역은 입장이 다릅니다. 왜냐하면 저희 지역은 관광객으로 인한 수입보다 수산물 수입 비중이 훨씬 큽니다. 저희들이 살기 위해서는 조속한 방제 작업을 통해 근본 문제를 해결하고 정상적인 어장을 복원해야 합니다. 또 놀래미, 삼식이 등 어종이 점점 감소하고 고갈 상태에 놓여있어 설상가상으로 살아갈 길이 답답하고 암담한 실정입니다."

 

-지역 주민들의 생계유지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래도 지금까지는 희망근로사업으로 그나마 견뎌왔는데 이젠 그것마저도 하루밖에 남지 않았으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앞이 캄캄합니다. 애들 학자금에 각종 세금 등 생각하면 정신 없어요 다른 때 같으면 지금 한참 굴 까느라 사람보기 어려울텐데 지금 보세요 회관에 사람이 꽉 찼잖아요. 대책이 없습니다."

 

-현재 지역에서 가장 시급한 일은 무엇인가요?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겠지만 저희 마을에서 가장 급선무는 민생 해결입니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니까 기름 피해 이후 주민들 성격은 이기적이고 난폭해져서 예전 마을 모습 찾기가 어려운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정확한 보상이 빨리 이뤄져 매듭되어야 하고 차선책으로 정부가 선지급하더라도 주민들 고통을 분담해주길 바랍니다. 기름피해 이전 의항 주민들 수입원은 70%가 굴양식이었습니다. 이것을 다시 재개할 수 있는 사업 지원책을 마련해주길 바랍니다."

 

-앞으로 마을 발전을 위한 바람이 있다면?

"많은 관광객들이 우리 마을을 찾아와 주길 바라고 지역 특성상 굴과 조개, 해삼등 해산물 주 생산지역으로서 수산물 어판장 시설을 갖추어 어민들의 수입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태안기름, #태안기름사고2주년, #소원 의항2리, #김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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