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전지역 단체들이 31일 오전 대전시청 앞에서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대전지역캠페인단'을 구성하고, 청소노동자들에게 식권과 휴게공간을 제공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대전지역 단체들이 31일 오전 대전시청 앞에서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대전지역캠페인단'을 구성하고, 청소노동자들에게 식권과 휴게공간을 제공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관련사진보기


창고, 계단 아래, 심지어 화장실. 창문은커녕 환기구조차 없는 밀폐되고 냄새나는 공간. 그 곳이 그들의 식당이며 휴게실이다.

시급 4110원, 월 65만원이라는 최저임금을 받으면서도 따뜻한 밥 한 끼 먹을 수 있는 권리조차 박탈당한 채, 엄연히 존재하면서도 없는 듯 '유령'처럼 살아가는 그들이 바로 '청소노동자'들이다.

지난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연구용역한 '청소영역 노동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임금 노동자 1366만1482명 중 3.2%인 43만 2411명이 청소노동에 종사하는 미화노동자들이며, 이들의 77.4%가 비정규직이었다.

또 이들 중에 74.3%가 여성이며, 평균 연령은 57.2세나 되었다. 심지어 그들이 가구주인 비율은 46%에 이른다. 우리의 어머니요 누이이면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겨운 상황에 놓여 있는 '청소노동자'들. 그들은 오늘도 있으면서 없는 듯, 어두운 곳에서 차가워진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이러한 비인권적, 비윤리적 상황을 극복해 보자는 마음으로 대전지역 노동계와 여성계, 시민사회, 정당 등이 뭉쳤다.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와 대전비정규노동센터, 양심과 인권-나무, 민주노동당 대전시당, 진보신당 대전시당 등으로 구성된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대전지역캠페인단'은 31일 오전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부끄러운 마음으로 섰다"면서 "한 대학에서 19년을 일해도 월급 65만원을 받아야 하고, 같은 직원이면서도 구내식당에 가지 못하고 어두운 창고에서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청소노동자들에게 한없이 죄스러운 마음"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오늘 우리가 시작하는 이 캠페인은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조차 박탈당한 채 살아가는 청소노동자들이 '유령'이 아닌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인간선언 캠페인'"이라며 "이 캠페인을 통해 원청 사용자들이 그들에게 '최소한의 휴게공간'과 '식권'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1912년 죽음의 공장을 박차고 나와 '빵과 장미'의 권리를 요구하던 미국 여성 노동자들의 행진은 100년이 지난 한국에서 '밥과 장미'를 요구하는 청소노동자의 행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모든 시민과 단체, 제 세력이 연대와 실천으로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대전지역캠페인단'이 배포한 홍보물의 일부.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대전지역캠페인단'이 배포한 홍보물의 일부.
ⓒ 오마이뉴스 장재완

관련사진보기


인사말에 나선 김창근 민주노동당 대전시당 위원장은 "우리가 같은 사람이라면 최소한 밥 한 끼만은 같이 먹어야 하지 않겠나, 누구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누구는 계단 밑에서 먹어야 하나"라고 개탄하면서 "이게 대한민국 인권의 현실이라는 게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 거리캠페인과 인터넷 홍보활동, 기자회견, 청소노동자 대행진, 실태조사, 토론회, 서명운동 등을 통해 청소노동자들의 현실을 알려내고, 노동환경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또한 각 사업장별 식권 및 휴게공간 확보를 위한 공동행동을 구체적으로 벌여나가고, 비정규직 노동자 노조결성에 대한 지원활동도 벌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참석자들은 대전시청과 시청역 주변에서 홍보지를 나눠주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청소노동자#따뜻한 밥 한끼#청소용역 노동자#민주노총#비정규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