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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농림수산식품부가 만든 구제역 특별사이트. '구제역 속보'를 통해 구제역 발생지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매몰지 정보는 어디에도 없다.
 농림수산식품부가 만든 구제역 특별사이트. '구제역 속보'를 통해 구제역 발생지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매몰지 정보는 어디에도 없다.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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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만마리, 15만726마리.'

이것은 지난해 11월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살처분된 돼지와 소의 숫자다(18일 현재). 이 330여만 마리의 소와 돼지는 전국 4600여 곳에 묻혔다. 매몰지가 1월 27일(3482곳)에 비해 약 1000곳이나 늘어난 수치다.

그런데 구제역 사태의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가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의 정보는 제공하면서도 매몰지의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 달 전부터 민주당 등 야당에서 정보 제공을 요구하고 있지만 "구제역을 막는 게 우선"이라며 사실상 이를 거부하고 있다.

'구제역 특별사이트'에서 구제역 발생지 정보 자세하게 제공

농림수산식품부는 홈페이지에 '구제역 특별 사이트'를 만들어놨다. 이곳에서는 '구제역 속보'를 통해 전국에서 발생한 구제역 정보를 신고일시, 장소·위치 축종, 규모, 증상, 검사결과, 확진 후 조치사항 등으로 나누어 자세하게  제공하고 있다.

'11.2.18 13 : 10 경북 청도군 청도읍 내호리 144차 발생농장 남28.1km 돼지 1200 콧등에 수포, 자돈폐사 발생농장의 감염된 모돈 및 비육돈 매몰 처리'

2011년 2월 18일 경북 청도군 청도읍 내호리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돼지 1200마리를 모두 매몰했다는 내용이다. 구제역 발생지역은 이전에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으로부터 28.1km 떨어진 곳이고, 콧등에 수포가 발생했다는 등의 정보까지 기술돼 있다. '구제역 속보'를 통해 2월 18일까지 200건의 구제역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구제역 특별사이트' 어디에서도 매몰지와 관련된 정보를 찾을 수 없다. 구제역이 어디에서 발생했는지도 중요하지만, 침출수로 인한 2차 환경오염(지하수나 상수원 오염, 악취 등)이 심각하게 우려된다는 점에서 매몰지 정보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제공되어야 마땅하다.

부처별 매몰지 관리체계를 보면, 구제역 감염 가축의 매몰 처리와 매몰지 사후관리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하고, 농림수산식품부는 그것을 총괄하도록 돼 있다. 환경부가 지난 1월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에 제출한 '구제역·AI 매몰지역 환경관리 및 먹는물 안전대책' 문건에는 농림수산식품부의 구체적인 역할이 이렇게 기술돼 있다.

'매몰지 현황 DB관리, 매몰지 설치 및 관리기준(가축전염병예방법), 구제역 긴급행동지침, AI 긴급행동지침 등.'

'매몰지 현황 DB관리'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작성한 '매몰지 카드'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래서 농림수산식품부는 매몰지 주소와 매몰 가축수 등 구체적인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3년간 매몰지 사후관리를 총괄하게 되는 것이다.

"아직도 구축하지 못했다면 업무태만"... 정보통제 의혹도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노곡2리 축산단지의 구제역 젖소 매몰지.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노곡2리 축산단지의 구제역 젖소 매몰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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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농림수산식품부는 매몰지의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 달 전부터 민주당 등 야당에서 전국의 매몰지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면서 이를 거부하고 있다.

윤태진 민주당 정책위 전문위원은 "한달 전부터 매몰지 주소 등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하고 있지만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구제역 확산을 막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어서 아직 구축하지 못했고 현재 취합중'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윤 전문위원은 "정말 주무부처가 아직까지 매몰지 정보를 종합적으로 구축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업무태만"이라며 "성범죄자의 신상정보가 공개되듯 매몰지 정보도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제공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전문위원은 "정부 일각에서는 땅값 등 현지 주민의 재산권을 보호한다는 이유를 들어 정보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며 "하지만 매몰지라는 위험지역은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라고 강조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정보제공을 거부하는 바람에 민주당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만든 '매몰지 카드'를 제출받아 매몰지 정보를 수작업으로 취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공개된 매몰지 정보는 최근 <동아일보>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자료를 건네받아 3882곳의 매몰지를 전수조사한 것이 거의 유일하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매몰지 정보를 취합중"이라고 해명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구제역 사태의 주무부처가 매몰지 정보를 종합적으로 구축하지 않은 채 매몰 처리와 매몰지 사후관리를 총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매몰지 정보를 건네받아 취합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농림수산식품부가 전국의 매몰지 정보를 구축해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매몰지 부실 조성 등의 문제점을 은폐하기 위해 '정보통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지난 3년을 돌이켜보면, 정부는 '통제'가 효율적인 국정운영 방법이라고 믿는 듯하다. 하지만 문제는 드러내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문제를 감추는 것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정부가 24일 내놓은 GPS를 활용한 매몰지 카드 작성, IT센서 설치를 통한 24시간 모니터링 등도 필요한 대책이다. 하지만 정보공개를 통해 실상을 정확하게 알리는 방식으로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인식의 전환이 구제역 사태를 조기에 종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태그:#구제역, #매몰지, #농림수산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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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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