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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쿠사 리비아 외무장관을 태우고 튀니지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30일(현지 시각) 영국에 도착했다고 영국 외무부가 공식 확인했다.

 

<알 자지라>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무사 쿠사는 자유의지로 이곳에 왔고, 외무장관직에서 사임할 것이라고 우리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영국 외무부는 그동안 카다피 정부를 국제 사회에서 대변하는 역할을 해온 무사 쿠사가 "더 이상 그런 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영국 외무부는 "우리는 카다피 주변의 인물들에게 카다피를 버리고, 리비아 사람들이 열망하는 정치적 이행과 진정한 개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리비아를 위한 더 나은 미래를 받아들일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영국 외무부 성명 "카다피 주변 인물들에게 권한다, '카다피를 버려라'"

 

이러한 영국 외무부 성명에 담긴 뜻은 무사 쿠사 외무장관이 카다피를 버렸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28일(현지 시각) 튀니지 뉴스통신사 TAP은 무사 쿠사 장관이 리비아를 떠나 튀니지로 넘어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무사 쿠사가 카다피를 버리고 떠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카다피 측 대변인 무사 이브라힘은 "무사 쿠사 장관은 외교 임무를 수행 중"이라며 그러한 추측을 부인했었다.

 

그러나 무사 쿠사가 이미 영국에 도착했고, 더 이상 카다피를 위해 일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는 영국 외무부 성명이 나오면서 '리비아 외무장관 망명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와 관련, 무사 쿠사의 친구이자 영국 퀼리엄 싱크탱크의 선임 연구원인 노먼 베노트먼이 "무사 쿠사는 (카다피) 체제를 버렸다"며 "그는 카다피 정부가 시민들을 공격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노먼 베노트먼은 무사 쿠사가 영국에서 은신처를 찾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카다피와 가까운 협력자 중 하나"인 무사 쿠사가 카다피를 버림으로써 "카다피 정권이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리비아 외무장관 태우고 온 건 영국 정보기관이 마련한 특별기"

 

또한 <가디언>은 이번에 무사 쿠사가 영국으로 왔지만 "무사 쿠사와 영국의 관계는 과거에는 우호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전했다.

 

무사 쿠사는 1980년 영국에서 추방된 적이 있고, 그 후 15년 동안 리비아에서 외국 정보를 총괄하는 부서를 이끈 인물이다. 로커비 사건(1988년 런던에서 이륙한 팬암 항공 소속 보잉 747기가 공중 폭발해 270명이 숨진 사건으로, 관련설을 부인하던 리비아는 경제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2002년 유족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에 대해서도 무사 쿠사는 리비아 관련설을 계속 부인했었다.

 

그러나 무사 쿠사는 카다피의 둘째아들 세이프 알 이슬람과 함께 카다피를 설득해 '리비아가 국제적인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는 대가로 대량 살상 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외국과 협상하게 했던 핵심 인물로 간주된다. 리비아는 2003년 대량 살상 무기 포기를 선언했고, 그 후 미국 등은 리비아에 대한 제재를 풀었다.

 

<가디언>은 이러한 무사 쿠사를 '카다피 이너서클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더없이 중요한 정보적 가치를 지닌 인물'로 평가하고, 무사 쿠사의 이번 행동이 반카다피 세력의 사기도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가디언>은 "미국과 영국이 최근 주로 정보기관 라인을 통해 무사 쿠사와 접촉해왔다"며, 무사 쿠사를 태우고 온 비행기도 영국 정보기관이 마련한 특별기였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영국이 비밀 요원들을 리비아에 침투시켜 반카다피 세력과 접촉하는 한편 공습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가디언>은 무사 쿠사의 이번 결정이 "카다피 정권의 핵심 인물들에게 '카다피를 버리지 않으면 국제형사재판소에 전범으로 세우겠다'고 위협한 연합군의 노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비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런던 주재 리비아 외교관 5명 추방 방침

 

리비아에서는 카다피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시작된 후 압델 잘릴 법무장관과 압델 파타 유니스 내무장관이 사임하고 반카다피 세력에 합류했으며, 각국 주재 대사들을 비롯한 외교관들도 적잖이 카다피 정권에서 이탈한 상태다.

 

그러나 전열을 가다듬은 카다피 세력이 대대적으로 반격을 가하고 전투가 길어지면서 고위직의 카다피 정권 이탈 흐름도 주춤했다. 서방에서는 리비아 상황을 조기에 종결시킬 수 있는 시나리오 중 하나로 '카다피 정권의 핵심 인물들 간의 내분과 그로 인한 붕괴'를 염두에 뒀으나 그러한 조짐이 한동안 외부로 표출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공습이 진행됐고, 이번에 무사 쿠사 외무장관이 카다피를 버렸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그러나 카다피 정권을 지탱하는 핵심 축인 군대 등을 장악하고 있는 카다피 일가에서 이탈한 사람은 아직 없다.

 

또한 공습 후에도 반카다피 세력이 카다피 세력을 압도하지 못하고 지상 전투에서 오히려 밀리면서, 반카다피 세력에 무기를 지원할지 여부를 놓고 각국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무기 지원이 필요하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이탈리아, 벨기에, 덴마크 등 유럽의 다른 국가들은 무기 지원에 부정적이다.

 

한편 <알 자지라>는 영국 정부가 카다피 지지자로 간주되는 런던 주재 리비아 외교관 5명을 추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리비아#무사 쿠사#카다피#아랍 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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