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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 근흥면의 영화촬영 명소로 잘 알려진 갈음이해수욕장 체험장에 모인 사람들. 이들은 번영회에서 마련한 해루질을 위해 손전등을 휴대하고 번영회측의 시작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 야밤에 해안가에 모인 사람들 충남 태안군 근흥면의 영화촬영 명소로 잘 알려진 갈음이해수욕장 체험장에 모인 사람들. 이들은 번영회에서 마련한 해루질을 위해 손전등을 휴대하고 번영회측의 시작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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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같이 어두운 밤. 손전등을 손에 든 무리들이 작은 해안가로 모여들었다. 한손에는 손전등을, 다른 한손에는 그물망을 든 채 줄을 맞추어 선 사람들은 한 곳을 주시하며 명령(?)이 떨어지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인솔자를 따라 출발하세요. 물이 빠진 상태니까 안심하고 가셔도 됩니다. 돌에만 걸리지 않게 조심해서 이동하세요."

진행자의 입에서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람들은 일제히 손전등을 켜고 해안가로 해안가로 분주한 발걸음을 옮겼다. 마치 이동하는 모습이 군부대 해안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사람들은 이내 해안가를 따라 신속하게 이동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발밑을 주시했다.

얼마나 흘렀을까.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온다. "잡았다. 대박이다"라고 누군가 외치자 이쪽 저쪽에서도 탄성이 터져나오면서 고요했던 작은 시골마을 해안가는 순식간에 환호와 탄성으로 가득찼다.

갈음이해수욕장에 펼쳐진 이색체험 '해루질'

색다른 경험인 해루질 체험을 위해 이동하는 체험객들. 아이를 업고, 손을 잡고 체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드디어 해루질 시작! 색다른 경험인 해루질 체험을 위해 이동하는 체험객들. 아이를 업고, 손을 잡고 체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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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태안의 '작고 아름다운 노을이 예쁜' 갈음이해수욕장 피서객들로, 해수욕장 번영회가 개장 이후 처음으로 마련한 '해루질' 체험에 나선 것.

해루질은 갯벌에서 어패류를 채취하는 행위로 주로 밤에 횃불을 밝혀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물고기를 잡는 전통 어로 방식이다. 야간에 이루어지는 데다가 물때를 확인하지 못하고 달려들었다가는 사고의 위험이 높아 32개 해수욕장을 보유하고 있는 태안반도의 해수욕장 중에서도 좀처럼 체험하기 힘들다.

실제로 물때를 잘 아는 바닷가 주민들도 바지락 채취 등을 위해 해루질에 나섰다가 순식간에 밀려들어오는 바닷물에 갇혀 실종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처럼 해루질은 해안가 주민들에게도 항상 위험이 내재되어 있고, 더군다나 칠흑 같은 야간에는 돌아오는 길을 잃어 버릴 수 있어 체험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이번 체험에서는 이같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대여섯 명 정도로 조를 이루어 인솔자의 서치라이트를 따라 해루질 체험에 나섰다. 체험객들도 각자 손전등을 챙겨드는 등 안전을 최우선으로 나섰다.

특히, 바닷물의 높이가 가장 낮은 최저조 시간을 이용해 체험을 하다 보니 해루질은 약 2시간 정도밖에 허락되지 않았다. 때문에 체험객들은 박하지나 낙지를 한마리라도 더 잡기 위해 분주히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인솔자를 따라 마치 토끼몰이하듯 일렬로 늘어선 체험객들은 바닥까지 보이는 맑은 바닷물을 자랑하는 갈음이 해변을 따라 서서히 이동하며 물속을 주시했다. 발목까지 차오른 물에 맨 모래가 드러나자 물속에서는 작은 물고기들이 불빛을 따라 이동하는 모습이 선하게 들어왔다. 하지만 체험객들의 목표는 박하지와 낙지, 소라, 조개인지라 물고기는 안중에도 없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뒤를 돌아보니 처음 출발했던 체험장 사무실의 불빛은 어느새 저만치 멀어져가고 있었고, 물속에서는 모래 사이로 올라온 물풀이 가득한 곳에 다다랐다.

인솔자가 박하지 잡는 방법에 대해 시범을 보이고 있다.
▲ 드디어 박하지 발견 인솔자가 박하지 잡는 방법에 대해 시범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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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인솔자의 말

"지금부터 풀 사이를 눈 크게 잘 봐유. 이런 곳에 박하지나 낙지, 아나고까지 숨어있거든유. 그리구 한가지 주의할 점은 박하지 잡을 때 꽉 누르지 않으면 손가락 물리니께 꼭 누르고 있다가 잡으시면 돼유."

말이 끝나자마자 체험객들의 눈빛이 달라지면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맑은 물이라고 하지만 물풀로 덮여 있다 보니 집중하지 않고는 움직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없었다.

인솔자의 시범을 지켜 본 체험객들이 박하지가 출현하자 서로 잡기 위해 달려들고 있다. 박하지는 발견한 뒤 곧바로 잡아야 한다. 만약 겁에 질려 잠시 주춤하면 어디론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 박하지 출현에 모여든 체험객들 인솔자의 시범을 지켜 본 체험객들이 박하지가 출현하자 서로 잡기 위해 달려들고 있다. 박하지는 발견한 뒤 곧바로 잡아야 한다. 만약 겁에 질려 잠시 주춤하면 어디론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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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있다"는 인솔자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함께 조를 이뤘던 체험객 한 명이 잽싸게 박하지를 잡았다. 하지만, 이내 "아~야"하며 신음소리를 냈고, 신음소리와 함께 박하지는 손에서 떨어져 유유히 헤엄쳐 도망가 버렸다.

"그러니께 꽉 눌러야 된다니께유. 어설프게 누르면 집게로 물어버려유. 엄청 따가울 텐데…."

인솔자는 다시 잡는 방법을 강조했다. "먼저 한 번 보여주세요"라는 체험객들의 요청이 쇄도했다. 몇 걸음 옮기자 또 다시 등장한 박하지를 인솔자는 순식간에 잡아서 한 체험객의 그물망에 넣어주었다. 역시 경험자는 달랐다.

인솔자의 시범을 지켜 본 체험객들은 이제는 자신있다며 다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발걸음을 옮겼다. 물풀이 있는 곳은 그야말로 박하지 천지였다. 왔던 길을 돌아서 가도 또 다시 눈에 띌 정도로 박하지는 그날따라 체험객들이 온 것을 아는 듯 물속에서 자주 출몰했다.

와~ 대박! 낙지를 발견한 체험객들. 종종 해루질을 나온다는 번영회 관계자들도 낙지를 발견하기란 그리 쉽지않다고 전한다.
▲ 낙지 발견 와~ 대박! 낙지를 발견한 체험객들. 종종 해루질을 나온다는 번영회 관계자들도 낙지를 발견하기란 그리 쉽지않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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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체험객들이 박하지 잡기에 혈안(?)이 돼 있는 동안 낙지를 발견한 체험객.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즐거워했다.
▲ 운 좋은 체험객들 다른 체험객들이 박하지 잡기에 혈안(?)이 돼 있는 동안 낙지를 발견한 체험객.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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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지 잡는 재미에만 빠져 있을 즈음 한켠 다른 조에서는 낙지를 잡았다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크기도 제법 컸다. 낙지를 잡은 행운의 주인공은 손놀림이 느릴 법한 아줌마였다.

"대박 건지셨네유."

체험객들이 하나 둘 아줌마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낙지를 건져 올린 아줌마는 세리머니라도 하듯 낙지 다리를 잡고 들어보였고, 여기저기서 부러움의 눈길을 보냈다.

"본전 건지셨네유".

사실 해루질 체험객들은 1만 원의 체험료를 내고 색다른 경험에 나섰기에 체험객들은 마치 본전 생각이라도 난 듯 해루질 체험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묵직해진 그물망에 체험객들 싱글벙글... "내년에 또 오고 싶다"

낙지를 잡은 한 체험객이 낙지를 들어보이며 즐거워하고 있다.
▲ 포효 낙지를 잡은 한 체험객이 낙지를 들어보이며 즐거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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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루질에 나선 지 한 시간이 지나면서 낙지를 잡은 아줌마를 중심으로 흩어졌던 체험객들이 모여들었다. 행사를 주관한 번영회측은 출발지로 복귀하면서 마지막 해루질을 제안했고, 물을 헤치면서 한 시간 넘게 해루질을 했던 체험객들도 조금은 지쳤는지 흔쾌히 동의했다.

체험객들이 모두 모여 한 줄로 길게 늘어선 모습은 마치 군사작전을 펼치 듯 장관을 이루었다. 해안가로 이동해 마지막 해루질 작전이 펼쳐졌다. 그런데, 마지막 해루질이 펼쳐질 해안가에는 체험객들을 피해온 듯 발에 밟힐 정도로 박하지 떼가 모여 있었다. 발에 딱딱한 무언가가 밟혀 손을 넣어 보면 영락없이 박하지였다. 심지어 한 시간여 동안의 해루질에서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체험객들도 마지막 해루질에서 그물망이 묵직해질 정도로 잡았으니 말이다. 또한, 이곳에서는 그동안 눈씻고 찾아볼 수도 없었던 붕장어(아나고)까지 발견돼 체험객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2시간 남짓 해루질 체험이라는 낯설고 색다른 체험을 즐긴 체험객들은 누구 하나 할 것없이 묵직해진 그물망을 바라보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낙지 출현으로 이날 해루질 체험에 나선 체험객들을 해루질의 매력속으로 끌어들였다.
▲ 해루질에서 잡은 싱싱한 낙지 낙지 출현으로 이날 해루질 체험에 나선 체험객들을 해루질의 매력속으로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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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체험객은 "난생 들어보지도 못한 낯선 해루질 체험을 해 봤는데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내년에도 다시 한 번 찾아오고 싶다"며 "오늘 잡은 박하지와 소라는 숙소로 돌아가서 맛있는 찌개를 끓여 먹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갈음이해수욕장 번영회 관계자는 "그동안 갈음이는 붕장어 잡기 체험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예산 지원도 끊겼고 어획량 감소로 아나고 값이 비싸서 색다른 체험인 해루질을 준비했다"며 "체험객들이 만족하는 것을 보니 기쁘다, 앞으로도 해수욕장 폐장일까지 독살체험과 해루질 체험을 물때에 맞춰 2~3회 정도 더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송고할 예정입니다.



태그:#해루질, #갈음이해수욕장, #태안군 근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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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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