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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말 소나무를 심어 놓고 '땅이 울퉁불퉁 나라시'(땅 정리)를 하지 않은 모습.
▲ 일본말 소나무를 심어 놓고 '땅이 울퉁불퉁 나라시'(땅 정리)를 하지 않은 모습.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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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어떤 일본말들이 공사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지 몇 가지만 적어 보겠습니다. 오야지, 노가다, 와사바리, 나라시, 시야기, 시다바리, 오함마, 야리끼리, 간조, 가네, 와르바시, 니아까 등 알 수 없는 이런 일본말들이 공사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김팔봉(65 인천 산곡동)씨는 지난 8일 막 노동을 하는 현장에 갔다가 현장 책임자로부터 "'나라시'할 사람들은 쟁기를 들고 이쪽으로 모이시오"라는 말을 듣고 어리둥절했다고 합니다. '나라시'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잠시 후 사람들이 갈퀴 같은 쟁기를 들고 한쪽으로 모이더니 파헤쳐진 흙더미 속에서 돌을 골라내고 땅을 평평하게 고르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김팔봉 씨는 '나라시'란 말이 아무렇게나 버려진 흙을 고르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나라시'를 '흙 고르기'  또는 '땅 고르기' 라고 하면 쉽게 알아들을 수 있을 텐데 굳이 '나라시'라는 일본말을 사용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합니다. 일제 강점기를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까지 '나라시'란 말을 쓰고 있어 공사현장에서 사용되는 일본말들이 그동안 대물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김팔봉 씨는 버스 기사로 일하다 퇴직한 후 마땅하게 일자리를 찾지 못해 고심하던 중 나이든 사람도 일할 수 있다는 노가다(공사판 노동자)일을 하는 현장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공사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일본말들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고 합니다.

대물림 일본말  작업만 해 놓고 '와사바리'(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
▲ 대물림 일본말 작업만 해 놓고 '와사바리'(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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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된 지 반세기(1945년 8월 15일)를 훌쩍 넘겼음에도 왜 공사현장에서는 아직도 그때의 일본말들이 그대로 사용하는 알 수 없지만 김팔봉씨도 며칠 후 거리낌 없이 일본말을 사용하게 되더라고 씁쓸해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니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태원이나 인사동, 명동, 고궁 등에는 일본 관광객들이 지난해 329만명(관광공사 발표)이 한국을 다녀갔다고 합니다. 김팔봉씨는 일본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공사현장이나 막노동 일을 하는 현장에서 생각없이 쓰여지는 일본 말들을 우리 말로 고쳐 사용하자는 주장입니다.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일제 강점기 때 받은 고통으로 신음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초등학교 때부터 한글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개명은 물론이고 일본 교과서를 통채로 암기하게 해 지금도 나이 많으신 분들은 그때 일본 교과서를 그대로 암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해방 된 지 올해로 67년,  반세기를 훌쩍 넘긴 세월이지만 아직도 공사현장에서 대물림되고 있는 일본말들은 하루 속히 우리말로 고쳐서 사용하자는 것이 김팔봉씨의 의견입니다. 선배들이 일본말을 사용한다고 해서 후배들까지 그대로 따라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공사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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