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신랑 신부가 백마를 탄 왕자, 하늘을 날아다니는 천사같이 아름답고 행복해 보입니다. 오랜 가뭄 속에 오늘 단비가 내려 해갈되듯, 오늘 단비는 오랜 연예 끝에 시원스레 결혼에 골인한, 이들 신혼부부를 잘 대변한 듯합니다."

지난 6월 30일 오전 제자 신랑 윤석환군과 그의 아내 신부 조종미양의 결혼 주례사의 첫 멘트입니다. 이날 제자 결혼식 주례는 오랜 기억으로 남들 듯합니다. 104년 만에 찾아온 가뭄으로 목말라한 농부들의 갈증이 확 풀리는 역사적인 날이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지속된 가뭄이 30일 새벽부터 내린 단비로 인해 말끔히 해갈됐습니다. 땅이 마르고 강이 갈라지는 긴 가뭄에 시름하던 농부들의 농심이 환한 광명이 됐습니다.

30일 오전 11시 30분 장대비를 보면서 제자 결혼식 주례를 집전했습니다. 심한 가뭄이 바로 끝난 시점에서 신랑 신부의 결혼은 주례는 물론, 신랑신부 개인 이력에도 역사적인 대사건이 될 것 같습니다.

최근까지도 104년 만에 찾아온 가뭄이 언제 끝날지 몰랐습니다. 연일 뉴스보도는 농부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고, 농작물의 피해 또한 심각하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어제(30일) 새벽부터 내린 장대비로 가뭄이 완전히 해갈된 듯합니다.

결혼식 지난 30일 오전 대전 둔산동 한 예식자에서 제지안 신랑 윤석환 군과 그가 사랑한 신부 조종미 양의 결혼식 주례를 봤다. 신랑신부의 미소에 찬 얼굴이 행복하게 느껴진다.
▲ 결혼식 지난 30일 오전 대전 둔산동 한 예식자에서 제지안 신랑 윤석환 군과 그가 사랑한 신부 조종미 양의 결혼식 주례를 봤다. 신랑신부의 미소에 찬 얼굴이 행복하게 느껴진다.
ⓒ 김철관

관련사진보기


강에 물이 찼고, 산골짜기에서 물이 흐르고, 벼를 심은 논은 물이 흥건해 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성난 농심도 잠잠해졌습니다. 농작물 피해 걱정에 잠 못 이룬 농부의 갈증이 확 풀렸기 때문입니다.

농부의 근심이 해결되는 모습을 연상하며 30일 오전 대전 둔산동 한 예식장에서 제자 윤석환(30)군과 그가 10여 년을 사귀어 온 조종미(30)양의 결혼식 주례를 봤습니다. 가뭄에 단비가 농심을 환하게 하듯, 10여 년 오랜 시간 서로 인내하며, 결혼에 골인한 이들 신혼부부의 주례는, 오랜 가뭄에 단비를 뿌려 한숨을 돌리는 농부의 심정과 비견될 만한 일이었습니다.

동갑내기인 신랑신부는 고등학교 때 처음 만나 친구로 지냈답니다. 대학에 들어와 본격 교제를 하기 시작했답니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의 만남 속에서 여러 번의 우여곡절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잘 극복했습니다. 그리고 백년가약을 맺었습니다. 만나는 동안 제자 신랑 윤석환이는 군대, 대학, 대학원을 마치는 등의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답니다.

특히 신랑 윤석환군은 과거 대학에서 직접 가르쳤던 제자였기에 주례가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는 대학시절, 자기 일에 충실했고, 매사에 열정적이었습니다. 현재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로 사진작가로서도 인정을 받고 있는 미래가 밝은 제자입니다.

이들은 인생의 황금기인 20대는 자주 만나 대화하고, 나누는, 소통과 공감의 시간이었답니다. 하지만 30대를 바로 시작하는 목전에서 혼인이라는 중요한 결정을 내린 것이었습니다. 20대의 탐색전을 끝내고 30대에 일심동체를 선언하게 된 것입니다.

30일 오전 5시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 아파트에서 잠을 깼습니다. 바로 앞날 오전 8시로 예매한 대전발 열차를 타기 위해서는 새벽에 일어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샤워를 했습니다. 50살에 들어서면서 부쩍 늘어난 얼굴의 주름과 검버섯을 보면서 세월의 흐름을 찬찬히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샤워기로 머리를 감았고 얼굴과 몸을 씻었습니다. 수염을 깎고, 양치질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거울을 봤습니다. 얼굴이 까칠했습니다. 비누를 다시 대고 얼굴을 씻었습니다. 지금까지 아홉 차례 결혼식 주례를 봤지만, 왠지 제자들의 주례는 신경이 쓰였습니다. 부모님을 만나야 하고, 제자들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조금 깔끔해 지고 싶은 심정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양복을 입고 문을 나가려고 신발을 찼는데, 구두가 번쩍번쩍했습니다. 뒤늦게 알고 보니 아들 한솔이가 내가 잠든 사이에 만들어 놓은 작품이었습니다.

서울역에서 열차를 타고 대전역에 도착하니, 제자가 마중을 나왔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도 충분한 시간이었는데, 괜한 예우를 받은 것 같아 부담스러웠습니다. 결혼 두 시간 전인 오전 9시 30분쯤 대전 둔산동 있는 예식장에 도착해 어제 저녁 급히 완성한 주례사를 수정했습니다. 바로 104년 만에 가뭄 해갈과 관련한 글을 추가했습니다. 날씨가 더울 것으로 예상해 작성한 주례사 일부를 급히 수정한 순간이었습니다.

신랑신부 동갑내기인 친구가 사회자였습니다. 그를 잠시 만나 식순과 주례이력 등의 의견을 나눈 후, 곧바로 정시에 결혼식의 팡파르가 울렸습니다.

드디어 주례사를 할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먼저 신랑 신부의 자랑거리를 소개했습니다.

"신랑 윤석환군은 근면 성실하고 진중한 성격으로, 대인 관계도 원만하며 직장에서도 상사로부터 능력 있는 일꾼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전도가 양양한 청년입니다. ...신부 조종미양은 외유내강형으로 속은 깊고 건실하며 매사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 침착하게 신뢰를 일구어내는 대들보 같은 인재입니다." 

주례사 끝머리에서 며칠 전, 신랑신부가 주례에게 밝힌 '부부로서의 다짐'을 낭독했습니다. 이들 부부가 밝힌 '다짐'을 한 마디로 줄이면 사랑, 믿음, 행복, 효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결혼식이 끝났습니다. 하객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곳으로 신랑신부가 찾아와 인사를 했습니다. 이 시간 가족같이 지내고 있는 후배인 오세철 배재대 교수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환하게 웃으면서 신랑신부가 찾아왔습니다. 먼저 신랑신부에게 축하주를 따랐습니다. 그런데 바로 신부 왈 "주례사님이 긴장을 한 탓인지 나도 떨려 어쩔 줄 몰랐습니다." 이 순간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주례 짠밥 9호봉에, 내 스스로 생각하면 정작 떨거나 긴장하지 않는 것 같는데, 지근거리에서 본 이들 부부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제주도 신혼여행을 다녀오면, 반드시 다시 물어 봐야겠습니다. 오세철 교수 가족과 식사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신랑신부와 부모님, 그리고 친인척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좌석에서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 잠시 들려 인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중 친인척으로 보인 한 하객이 '주례사가 신선해 좋았다'고 칭찬을 했습니다. 감사하다는 말로 인사를 하면서 밖으로 향했습니다. 이날은 104년 만에 가뭄 해갈과 10년의 사귐 속에서 결혼에 골인한 제자의 결혼식 주례는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경우라도' 신랑 윤석환군과 신부 조종미양은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새 신랑 신부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태그:#104년의 가뭄 해갈, #연에 10년만의 결혼 골인, #윤석환 군 과 조종미 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