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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3.8℃. 20일 새벽 밀양의 기온이다. 최근 해가 진 뒤 밀양의 기온은 영하권으로 떨어지고, 낮에도 올라야 10℃ 안팎이다. 점점 더 추워지는 날씨인데, 송전탑 반대 투쟁에 나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어떻게 버티고 있을까.

10월 2일부터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밀양구간' 공사를 재개한 한국전력공사(아래 한전)는 50여 일 가까이 된 20일 현재 14곳에서 송전탑(4개면 총 52기)을 짓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송전탑 반대 주민들도 공사 현장 진입로 등 10여 곳에서 농성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70~80대 할머니 할아버지, 추운 날씨에도 농성 계속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계속하고 있는 속에, 반대 주민들도 곳곳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96번 철탑 현장 아래에 있는 밀양 단장면 동화전마을 쪽에 있는 주민들의 천막 농성장에 간디학교 학생들이 펼침막을 걸어놓은 모습.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계속하고 있는 속에, 반대 주민들도 곳곳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96번 철탑 현장 아래에 있는 밀양 단장면 동화전마을 쪽에 있는 주민들의 천막 농성장에 간디학교 학생들이 펼침막을 걸어놓은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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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서 주민들의 건강이 걱정이다. 송전탑 반대 투쟁에 나선 주민 가운데는 70~80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다. 여수마을에는 86세 할머니, 평밭마을에는 88살 할머니도 있다.

벌써 뇌출혈로 쓰러져 수술한 주민도 있다. 지난 2일 김효일(75) 할아버지는 109번 철탑 현장인 상동면 도곡마을 저수지 쪽에서 하루 종일 농성하다 집으로 돌아온 뒤 쓰러졌다. 김 할아버지는 부산 백병원에서 뇌출혈 수술을 받고, 지금까지 입원 치료 중이다.

주민들은 송전탑 공사도 막아야 하지만 뚝 떨어진 기온과 세차게 부는 바람과도 싸워야 할 판이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특히 나이 든 주민들의 건강이 걱정이다. 주민들은 마을별로 당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데, 밤에도 농성장에서 지낸다. 농성장은 움막·황토방·천막·비닐로 돼 있다.

몇 군데는 전기가 공급되면서 전기장판을 깔아 놓기도 했고, 황토방 농성장에는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나무로 불을 지피기도 한다.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농성장에서 주민들은 침낭 등에 의존하고 있다. 농성하는 주민들의 먹을거리는 밀양 시민단체인 '너른마당'과 다른 지역에서 온 연대단체 활동가들이 공급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환경단체·대안교육단체 등 연대단체 활동가들도 주민들과 함께 농성하기도 했다.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지난 19일 밀양 단장면 동화전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 연대 농성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날씨가 추운 데도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는 밀양 주민과 연대단체들의 농성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9일 밀양 동화전마을에서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이 추운 날씨를 피하기 위해 침낭에 들어가 농성하고 있는 현장 뒤에 경찰이 지키고 있는 모습.
 날씨가 추운 데도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는 밀양 주민과 연대단체들의 농성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9일 밀양 동화전마을에서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이 추운 날씨를 피하기 위해 침낭에 들어가 농성하고 있는 현장 뒤에 경찰이 지키고 있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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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계속하고 있는 속에, 반대 주민들도 곳곳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96번 철탑 현장 옆에 있는 황토방 농성장에서 주민들이 농성하고 있는 모습.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계속하고 있는 속에, 반대 주민들도 곳곳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96번 철탑 현장 옆에 있는 황토방 농성장에서 주민들이 농성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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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번 철탑 현장 부근인 여수마을에서 움막 농성하는 김영자(57)씨는 "감기가 들었는지 콜록거리는 주민들이 많고, 날씨가 추워지면서 어르신들의 건강이 제일 걱정"이라며 "대부분 70~80대 노인들인데, 제발 건강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며칠 전부터 한전이 헬기로 공사장비를 실어 나르고 있는데, 주민들은 헬기가 뜰 때마다 우리 숨통을 조여 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며 "농성장에는 전기가 들어와서 안에 들어가면 별로 춥지는 않는데, 낯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힘들다"고 말했다.

밀양 부북면 주민들은 네 곳에 움막을 지어놓고 농성하고 있다. 한전은 아직 이곳에 공사를 시작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낮에는 네 곳 농성장을 지키고, 밤에는 세 곳에서 잠을 잔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농성장이 한 곳 있는데, 조만간 난로를 설치할 예정이다.

부북면 위양리 권영길(76) 이장은 "춥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계속되다 보니 힘들다, 특히 나이 많은 주민들이 추운 날씨 탓에 더 힘들어 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농성장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이장은 "마을에서도 젊은 사람들은 한전에서 가구마다 평균 400만 원씩 보상해 준다는 것에 넘어간 것 같다"며 "노인들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이 추운 날씨에도 농성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무엇보다 어르신들께서 건강을 잃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며 "특히 밤에는 영하권으로 내려가고 있어 걱정이다"고 말했다.

96번 철탑 현장 바로 옆에 주민들이 2012년 6월에 지어놓았던 황토방 농성장에는 동화전마을 주민 두 명이 지내면서 교대로 농성하고 있다. 경찰과 한전이 이곳에 주민들의 출입을 막아 대책위가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했고, 인권위의 중재로 주민 두 명이 농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동화전마을에서 이곳까지는 걸어서 30여 분 정도 올라가야 한다. 20일 농성 주민한테 밥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던 시민 김영예(38)씨는 "황토방에는 전기시설이 없어 나무로 불을 때야만 한다"며 "최근 영하로 내려가는 날씨 속에 농성 주민들이 매우 힘들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민 병원 후송-경찰 연행 사태 계속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계속하고 있는 속에, 반대 주민들도 곳곳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96번 철탑 현장 쪽에 한전과 경찰이 컨테이너와 천막을 설치해 놓고 있는 모습.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계속하고 있는 속에, 반대 주민들도 곳곳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96번 철탑 현장 쪽에 한전과 경찰이 컨테이너와 천막을 설치해 놓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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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경찰 연행과 병원 후송 사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송전탑 공사 재개 뒤 현재까지 병원에 후송됐던 주민은 50명이 넘는다.

지난 19일 오후 동화전마을에서 주민 A씨(39·여성)가 경찰에 연행됐다. 당시 경찰과 주민이 충돌했는데, 경찰은 A씨가 구조물 철거 작업을 하던 여자 경찰관한테 폭력을 휘두른 혐의(공무집행방해)로 현행범으로 연행했다.

대책위는 A씨가 경찰에 강제로 끌려나가다 몸부림을 친 것이지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48시간 안에 조사해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20일 밀양 주민들의 농성현장을 둘러본 이광영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지역사무소장은 "일부 농성장에서는 간간이 마찰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추위를 이기려고 주민들은 농성장에 불을 피우기도 하지만 일부 농성장은 전기를 끌어올 수 없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주민들의 건강이 괜찮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계속하고 있는 속에, 반대 주민들도 곳곳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96번 철탑 현장 아래에 있는 밀양 단장면 동화전마을 쪽에 주민들이 농성하기 위해 천막을 설치해 놓았고, 진입로 위에 경찰(원안)이 배치되어 있는 모습.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계속하고 있는 속에, 반대 주민들도 곳곳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96번 철탑 현장 아래에 있는 밀양 단장면 동화전마을 쪽에 주민들이 농성하기 위해 천막을 설치해 놓았고, 진입로 위에 경찰(원안)이 배치되어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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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밀양 송전탑, #한국전력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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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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