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 기사는 충청남도 지역언론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충남경제진흥원과 충남미디어발전위원회에서 공동으로 주관하여 시행, 취재한 것입니다. <오마이뉴스> 는 '지역경제, 선순환이 해답이다'라는 주제로 국내외 선진사례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일본 시즈오카현 이즈 반도에 위치한 이토시 마린타운 휴게소. 이 휴게소 한 가운데에는 시즈오카 산 농산물을 판매하는 직매소가 자리하고 있다.
일본 시즈오카현 이즈 반도에 위치한 이토시 마린타운 휴게소. 이 휴게소 한 가운데에는 시즈오카 산 농산물을 판매하는 직매소가 자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판매하는 농협(JA) 농산물직매소(farmer's market) 안내지도.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판매하는 농협(JA) 농산물직매소(farmer's market) 안내지도. ⓒ 오마이뉴스 장재완

일본 시즈오카현(静岡県) 이즈(伊豆) 반도에 위치한 이토(伊東)시 마린타운. 이곳은 고속도로변에 위치한 휴게소다. 이곳은 일반 휴게소와는 달리 요트선착장과 온천 숙박시설이 있는 휴양시설로, 연 200만 명이 찾는 관광지다.

이 마린타운 한가운데 농산물 직매소가 있다. 이 농산물 직매소에는 시즈오카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 전시되어 판매되고 있다. 특히, 시즈오카현에서만 잡힌다는 작은 '새우'는 이곳의 인기상품이다. 이곳에서만 판매되는 농산물의 매출액이 연 20억 엔(약 한화 207억 원)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 마린타운의 운영주체는 이토시, 그리고 금융기관 및 기업 등이 출자한 법인이다. 이러한 고속도로변 휴게소, 일본명 미치노에키(道の駅)가 일본에는 1000개가 넘고, 시즈오카현에는 20여개, 이즈반도에만 6개나 된다. 이러한 휴게소마다 농산물 직매소가 운영되어 각 지역의 농산물이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미치노에키 농산물 직매소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의 지산지소는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활동'으로 지역 기반의 식생활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문화운동이다. 이를 통해 지역 농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식량자급률을 높이면서 지역 경제 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목적이 있다.

지산지소 운동이란?

'우리 몸엔 우리 건데 남의 것을 왜 찾느냐' 하는 트로트 가수 배일호의 '신토불이' 노랫말처럼 일본의 지산지소 운동은 자신이 사는 땅에서 나는 것을 먹어야 체질에 잘 맞는다는 우리나라의 '신토불이', 이탈리아의 '슬로푸드', 미국의 '공동체지원농업'과 맥을 같이한다.

일본은 이 운동을 통해 소비자 요구에 맞춘 농산물을 생산하고, 지역에 기반을 둔 식재료나 식생활문화를 제공한다. 현재 일본의 지산지소는 단순한 지역 농산물의 생산, 소비에서 벗어나 지역 농산물을 연계한 다양한 지역경제 활성화 운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의 지산지소 운동의 역사는 지난 1970년 지산지소의 원형인 지역식량 확립 운동에서 출발했다. 이후 1990년대에 들어서 '지역에 뿌리를 둔 식(먹을거리), 농(농업생산)의 재생'이라는 운동을 일어나기 시작했고, 2000년대에 들어와서 우리의 농협에 해당되는 JA(일본농협)가 참가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3년 제23회 JA전국대회에서 지산지소가 강조되면서 본격화됐다.

보다 근본적인 지산지소 운동의 배경에는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있다. 수입농산물에서 검출된 농약성분이 일본 사회를 강타하자 소비자들은 신선하고 안전한 식재료를 먹고 싶다는 욕구를 '지역 농산물 구매'에서 찾았다. 소비자들은 생산자가 누구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됐는지에 대해 궁금해 했고, 유통과정이 짧은 신선한 재료를 원했다. 자연스럽게 '지산지소 운동'을 불러온 것.

시즈오카현의 지산지소 운동

 일본 시즈오카현의 지산지소 운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시즈오카현 경제산업부 마츠우라 야스오 진흥국장.
일본 시즈오카현의 지산지소 운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시즈오카현 경제산업부 마츠우라 야스오 진흥국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일본 녹차 생산의 40%를 담당하고 있는 시즈오카현은 일본 혼슈 중앙부의 태평양 연안에 있는 현이다. 온난한 기후와 후지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 등으로 인해 우수한 품질의 농수산물이 생산되고 있다. 시즈오카현은 '후지산의 나라(후지노쿠니)'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현 내 농수산물 판매에 활용하고 있다. 이 브랜드가 지산지소 운동의 한몫을 담당하고 있는 것.

현재 시즈오카현에서 생산하는 식자재 수는 439품목이나 된다. 숫자로만 보면 일본에서 최고 수준이다. 수 뿐 아니라 식자재 품질로도 일본 내 콩쿠르에서 우승한 적이 아주 많을 정도다. 다 품종이 나오면서도 그 품종의 질이 높은 게 시즈오카 농산물의 특징이다.

이러한 고품질의 농산물, 수산물, 가공상품에 '후지노쿠니'라는 브랜드가 입혀져 현 내외에서 팔리고 있다. 현에서는 '브랜드 상품'에 대한 50가지 이상의 까다로운 자체 기준을 만들어 기준을 통과한 상품에만 브랜드 상표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 이렇게 인증된 농수산물은 식자재 75가지, 가공품 38가지다. 특히, 메론과 작은 새우, 와사비 등이 이 지역 특산품이다.

시즈오카현은 매월 23일을 지산지소의 날로 정하고, 매월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을 지산지소 소비의 주간으로 운영한다. 현 지사가 앞장서서 지산지소에 대해 홍보하고, 언론을 통해서도 대대적인 홍보를 한다. 또 이 기간에 현 농산물로 요리하는 요리대회를 열기도 한다.

시즈오카현은 현 내에서 생산되는 특산물로 요리를 만드는 사람들 중에서 일부를 선발해 해마다 상을 주고 있다. 시즈오카 산 농산물만을 사용하여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에게는 인증서를 주는데 이러한 요리사가 현 내에 2만 명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우수한 요리사에게는 '식의 도시 장인(시고또닝=프로페셔널 셰프, 명셰프)'라는 상을 주는 것.

이러한 상을 받은 요리사는 자신만의 음식점을 오픈하게 된다. 현과 관광업계 등은 이 특별요리사가 운영하는 음식점을 홍보해 주고,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지금까지 357명의 요리사가 이러한 상을 받았다.

'주니어 야채 소믈리에' 제도도 시즈오카현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다. 현에서는 자체적으로 시험을 거쳐 가격증을 획득한 사람에게 '주니어 야채 소믈리에' 자격을 부여한다. 이 '주니어 야채 소믈리에'는 슈퍼마켓이나 농산물 직매소 등에서 소비자에게 음식의 시식을 권하거나 야채로 할 수 있는 음식요리 방법을 가르쳐 준다. 단순히 지산지소 운동을 캠페인 차원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소비자의 일상생활 속에서 지산지소가 뿌리내리도록 다각적인 방법의 운동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시즈오카현 이즈 반도에 위치한 이토시 마린타운 휴게소. 이 휴게소 한 가운데에는 시즈오카 산 농산물을 판매하는 직매소가 자리하고 있다.
일본 시즈오카현 이즈 반도에 위치한 이토시 마린타운 휴게소. 이 휴게소 한 가운데에는 시즈오카 산 농산물을 판매하는 직매소가 자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이뿐만이 아니다. 시즈오카현의 '지산지소 운동'은 우선 흔히 볼 수 있는 편의점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지역 식자재로만 만든 도시락을 만들어 별도로 판매하고 있다. 또한 고속도로에서 열리는 음식박람회, 또 현 내 식자재만 사용하는 음식점들을 소개하는 축제 등도 '지산지소 운동'의 한 축이다.

시즈오카의 지산지소 운동은 학교, 가정, 가게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지산지소와 관련된 정보를 각 기관이나 단체의 홈페이지, 페이스북을 통해 제공한다. 즉, 지역 농산물에 대한 모든 정보 그리고 이를 활용한 음식점, 또 요리사까지 세세한 정보가 제공된다. 또한 지역 농산물을 살 수 있는 가까운 점포도 상세하게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제공은 현 주민들의 '지산지소'에도 도움이 되지만, 현 외의 주민들에게도 유용한 정보가 되고 있다. 농산물 생산자들은 가까운 농협(JA)이나 슈퍼마켓, 휴게소 등에 있는 농산물 직매소를 통해 자신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손쉽게 판매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다양한 정보를 통해 신선하고 우수한 지역 농산물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현재 시즈오카현에는 500여 개가 넘는 농산물 직매소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직매소에서 팔리는 농산물의 30% 정도만이 시즈오카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다. 생산량이 소비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각 대형마트에도 '지산지소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서도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지역 농산물을 먼저 구입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지역 소농들이 생산하는 작은 약의 농산물도 모두 지역 내에서 소비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지역 농산물의 선순환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지산지소#시즈오카#지역경제#지역경제 선순환구조#충남경제진흥원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