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의료영리화 문제가 전 국민의 불안을 야기시키는 요즘, <오마이뉴스>와 한국의료협동조합은 국민의 건강권과 의료의 공공성을 위한 '우리동네 주치의' 의료협동조합의 오늘과 내일의 모습을 함께 짚어 봅니다. [편집자말] |
동네 의료생협인 마포의료사협(마포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인 우리 가족은 이곳에서 건강실천단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 날 동네 이웃이 퇴근하고 돌아온 나에게 "건강실천단에 같이 가볼래?"라고 물었지만,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이런저런 설명을 들어도 건강실천단이 무엇이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5주 동안, 그것도 평일인 목요일 오후 8시에 진행된다는 말에 "매주 오후 8시까지 퇴근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라며 주저했다. 하지만 부부끼리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이끌려 "그래 한 번 해보자"고 결심을 했다. 이러저러한 우여곡절 속에서 딱 5주만 짬을 내보겠다는 굳은 의지로 마포의료생협에서 진행하는 건강실천단 프로그램에 덜컥 등록을 했다.
일주일에 한번, 부부끼리 뭔가 할 수 있다는 소리에...
병원은 일반적으로 몸이 아파 가는 곳이다. 그러나 의료생협에서는 아프기 전에 미리미리 내 몸을 챙기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5주 동안의 건강실천단 프로그램은 한 마디로, '내 건강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걸 깨우치게 되는 계기가 됐달까.
평상시 생활 및 식습관이 나의 건강을 좌우한다는 것과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튼튼히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실질적인 방법에 대해 알려줬다. 특히 양의학, 한의학, 운동용법, 명상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선생님들이 들려주는 강의 내용은 내 몸을 스스로 챙기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평상시 하지 않던 윗몸일으키기를 하느라 갑자기 배 근육이 당기면서 허리통증까지 동반됐다. 첫째 주에는 기초건강을 측정하는데, 건강실천단 5주 프로그램을 마치고 얼마나 건강이 개선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윗몸일으키기뿐만 아니라 유연성, 균형감각 등 다양한 기초체력 측정이 이뤄졌다.
나린이란 아이는 엄마아빠가 건강실천단에 모두 참여하는 바람이 같이 오게 되었는데 어느덧 아이도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온 가족 건강 행사가 되어 버렸다. 기초체력 측정을 마친 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이준구 선생님으로부터 식습관 및 건강에 대한 강의가 진행됐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식습관과 건강 상식에 대한 진실과 오해에 대해 알기 쉬운 설명이 이어졌다.
건포도 한 알 10분 동안 먹기"건포도를 씹지 말고 천천히 입 속에서 음미하면서 느껴보세요." 건강실천단의 또 다른 중요한 프로그램은 '명상'이다. 건포도 한 알을 10분 동안 음미하며 느껴보고 또 맛보는 먹기 명상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평소 아침은 5분, 점심은 10분 만에 뚝딱 먹는 나로서는 "음식 한 톨, 한 알을 온전히 느끼며 먹는 명상"은 신선한 체험이었다. 우리가 평상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을 통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외에도 몸으로 시작하는 바디스캔명상, 몸과 마음이 튼튼해지는 호흡 명상 등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었다.
건강실천단에서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프로그램은 운동요법에 대한 것이었다. 허리, 무릎, 어깨, 목 등 일반인들이 많이 불편해하는 신체 부위별 운동 요법을 통해 불편을 해소하는 방법을 익힐 수가 있었다. 특히 평상시 허리통증이 심했던 나로서는 정말로 요긴하고 소중한 프로그램이었다.
아울러 어깨와 목 부위도 늘 뻐근하고 불편했던 차에 물리치료사 선생님을 통해 다양한 자가 운동 요법을 익힘으로써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됐다(이전까지는 자고 일어나면 허리와 어깨, 목 부위가 굉장히 많이 아팠으나 건강실천단 프로그램 참가 이후 지금은 이 부분이 많이 개선됐다).
건강실천단 프로그램을 통해 한 가지 덤으로 얻은 게 있다면 부부 사이가 더욱 좋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운동요법을 익혀서 부부끼리 어깨와 허리, 목을 마사지해주고 주물러줌으로써 부부 사이가 더욱 돈독해지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었다.
특히 평상시 대부분 앉아서 업무를 보는 일반인들에게 운동요법은 허리통증과 목, 어깨 결림에 대해 그 증상별 치료 방법을 친절히 배울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특히 개개인에 맞는 맞춤식 치료 방법과 강의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병원을 찾지 않게 해주는 병원 이전까지 나에게 병원은 아프면 찾아가서 사후적으로 아픔과 통증을 치료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마포의료사협의 건강실천단 프로그램은 이러한 나의 통념을 깨버렸다. 다시 말해 아파서 병원을 찾기 전에 미리 미리 개인의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방법과 습관을 만들 수 있는 것을 제공하는 곳으로 병원에 대한 개념이 바뀌었다는 말이다.
지금도 주말이면 건강실천단을 통해 익힌 솜씨를 뽐내며 요가 매트를 거실에 깔고 허리와 어깨를 마사지한다. 건강실천단 프로그램을 통해 배운 운동요법을 펼쳐 보이는 것이다. 한주 동안 쌓인 아내의 피로를 풀어주면서 건강 뿐만 아니라 사랑도 챙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