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셜록 홈즈 더클래식이 펴낸 시리즈 세트. 전10권.
셜록 홈즈더클래식이 펴낸 시리즈 세트. 전10권. ⓒ 더클래식

19세기 후반 아서 코난 도일에 의해 창조되어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널리 사랑받은 '셜록 홈즈'. 장편과 단편을 아울러 무려 60여 편의 이야기에 등장해 종횡무진 활약하는 셜록 홈즈의 캐릭터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의 영화 <셜록 홈즈>시리즈와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연한 드라마 <셜록>을 통해 변주되며 현대에도 그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쯤되면 그를 역사상 최고의 탐정 캐릭터라 부른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추리소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작품을 효율적으로 접할 수 있는 이 시리즈는 공포의 계곡, 바스커빌의 개, 주홍색 연구, 네 명의 기호, 셜록 홈즈의 모험, 셜록 홈즈의 회상, 셜록 홈즈의 귀환, 셜록 홈즈의 마지막 인사, 셜록 홈즈의 사건집까지 소설 속 시간의 흐름에 따라 권을 나누어 편집되어 있다. 특히 공포의 계곡, 바스커빌의 개, 주홍색 연구, 네 명의 기호 등 아서 코난 도일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유명 에피소드들은 물론이고 셜록 홈즈의 노년, 그러니까 아서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의 집필을 중단했다 재개한 시리즈 후반기의 이야기도 모두 모아둠으로써 개별 에피소드를 일일이 찾아 읽어야 하는 불편을 최소화했다.

이야기는 잘 알려진 것처럼 런던 베이커가의 하숙집을 본부로 삼아 친구이자 의사인 왓슨과 함께 난국에 봉착한 수많은 사건을 명쾌하게 해결하는 탐정 셜록 홈즈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 사물과 사람을 이해하는 천부적인 통찰력과 감각, 인간 이해의 범위를 뛰어넘는 놀라운 사고능력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그의 모습은 미스터리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독자와 함께 하는 주류 추리소설과 달리 독자를 구경꾼 내지는 관객 정도로 남겨둔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잘 짜여진 설정을 통해 관객을 설득하는 세련된 기법보다는 주인공 캐릭터의 일방적인 활약과 그에 대한 동조를 구하는 고전적인 추리소설의 기법을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존재와 함께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 잘 읽히는 문장 등이 어우러져 길이 남는 고전명작이 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초반부의 유명한 에피소드들과는 달리 후반부의 에피소드들이 단편적인 사건묘사와 자극적인 설정으로 일관하여 에피소드별로 수준차가 크다는 단점이 있으나 셜록 홈즈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아서 코난 도일의 여러 작품을 두루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다. 모리어티 교수의 등장과 이어지는 숙명적 대결은 영화와 드라마, 연극 등을 통해 백여 년 동안 변주되었고 그로부터 또 다른 이야기들을 창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셜록 홈즈> 시리즈가 지니는 문화적 의의는 상당하다고 할 수 있겠다.

<셜록 홈즈> 시리즈가 탄생한 19세기 후반의 영국은 제국주의 정책으로 식민지 통치의 황금시대를 이룩하며 일명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빅토리아 여왕의 제위기였다. 당대의 영국 문학은 대체로 통속적인 사실주의 속에서 위선과 허영에 대한 풍자적 비판을 시도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도 이러한 경향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는 않다.

봉건시대의 귀족적 문화와 근대 시민사회의 발달과정이 교차되는 역사적 상황 속에서 이 시리즈는 귀족적 허영과 위선을 풍자하는 동시에 관료사회의 무능을 비판하며 영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표출하기도 하는 것이다.

홈즈와 왓슨은 높은 도덕감정을 가진 동시에 남성우월적이고 애국적인 영국의 신사계층을 대표하는 인물로 그려지며 귀족이나 관료집단과 철저하게 선을 두고 그들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캐릭터로 생명력을 얻는다. 이는 때로 21세기의 독자들에게 시대착오적이고 우스꽝스럽게 읽히기도 하지만 당대 영국이 얼마나 그들의 문화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가 하는 것을 문화적인 부분에서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시리즈는 추리소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작품임에는 분명하나 결코 가장 뛰어난 작품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시리즈가 존재했기 때문에 수많은 추리물이 뒤이어 탄생할 수 있었고 이로부터 나름의 기법을 발전시켜 나갔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 등을 통해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셜록 홈즈의 본래 모습을 이 시리즈를 통해 확인해보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 분명하다.


더클래식 셜록 홈즈 전집 (양장본) - 전10권 - 최신 원본 완역판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송성미 옮김, 더클래식(2014)


#셜록 홈즈#아서 코난 도일#송성미#더클래식#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