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달이 '물자'를 교환 한다고?" 달에는 확인된 생명체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두 천체 사이에 '교류'가 없는 건 아니다.
인간이 달에 탐사선을 띄워 보내고 인간이 달 표면에 발을 딛기까지 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생명체가 없는 달은 지구에 자신의 '귀중한' 몸뚱이의 일부분을 보낸다. 달에서 유래한 운석이 바로 그것이다.
지구에 떨어지는 운석의 대부분은 태양계 혹은 외계에서 온 것들이다. 하지만 달 운석도 극단적으로 희귀한 것만은 아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확인된 달 운석만도 150개 넘는다.
달 운석은 어떻게 생길까달 운석은 달의 지표면에 거대한 운석이 충돌할 때 생기는 파편 가운데 특히 공중으로 높이 솟구친 바위 등의 조각에서 유래한다. 달의 중력에서 벗어날 정도로 달에서 멀어진 파편 가운데 일부가 지구 궤도에 진입한 뒤, 지구의 중력으로 인해 운석의 형태로 지구에 떨어지는 것이다.
달 운석의 존재는 1982년 처음으로 확인됐다. 남극 대륙에서 발견된 특이한 한 운석을 조사한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 연구팀이 달 운석이라고 결론을 낸 것이다. 당시 연구팀은 미국의 아폴로 달 탐사선이 달에서 가져온 광물과 비교한 결과 조성 물질 비율 등으로 미뤄볼 때 계통이 같다고 판정했다.
달은 지구와 뗄 수 없는 특별한 관계를 가진 천체다. 달이 지구와 '형제지간'이거나 혹은 '지구의 자식' 격인 까닭이다. 게다가 달 유래 운석은 국제운석사이트에 등재된 5만 개에 육박하는 일반 운석에 비하면 훨씬 적은 편이다. 달 운석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달 운석의 사적 거래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20여 년 전 아주 작은 운석 조각 세 개가 경매에 붙여져 약 44만 달러에 팔렸다는 기록이 있다. 올해 봄 우리나라 진주 일대에서 발견된 운석을 상업적 가치로 환산했을 때 1g당 1~10달러 수준인 것에 비하면 달 운석은 그 값어치가 엄청난 셈이다.
'운석 생산' 용이한 달달과 지구는 태양계에서 서로 가장 많이 닮은 구석이 있지만, 운석 생산 조건은 현재로서는 달이 훨씬 좋은 편이다. 단적인 예가 운석공의 차이다. 운석공이란 운석이 천체에 부딪히면서 만들어지는 움푹 패인 자리다.
달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운석공이 있다. 지구에서 망원경으로 보면 크고 작은 점들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게 바로 운석공이다. 지름이 50km가 넘는 게 있는가 하면 수 미터에 불과한 것들도 있다. 큰 운석공에 작은 운석공이 또 겹쳐질 정도로 달에는 운석공이 흔하다.
반면 지구의 운석공은 달에 비하면 매우 드문 편이다. 숲이나 강 바다 속에 숨어 있는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각 활동 때문에 과거 만들어진 운석공의 대다수가 사라져 버린 까닭이 크다. 또 달에 충돌하는 운석들은 달에 대기가 없는 탓에 바로 달 표면을 직격할 수 있다. 하지만 지구로 향하는 운석 중 상당수는 대기권에서 불타 없어진다.
큰 운석이 천체에 부딪히면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야 파편이 공중으로 높이 솟구칠 수 있다. 이래야 해당 천체에서 유래하는 광물의 파편이 다른 천체로 옮겨 갈 확률이 커진다.
달은 지구보다 중력이 훨씬 작기 때문에 파편이 공중으로 특히 쉽게, 또 더 높이 튀어 오를 수 있다. 한마디로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달은 지구에 비해 여러모로 '운석 생산' 조건이 좋은 것이다.
지구와 친형제 사이와 같은 달운석은 보통 사람들에게 손에 넣기 어려운 진귀한 광물 덩어리다. 헌데 학자들에게는 달 탄생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달은 지각의 광물질 조성비 등으로 보면 지구와 친형제 사이라고 할 정도로 닮았다. 광물 속 산소 동위원소의 비율이 동일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데 이어, 극히 최근에는 타이타늄 동위원소의 조성비 또한 지구와 대동소이 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탄생에 관해서는 지구와 흔히 '씨어'(Theia)라고 불리는 가상의 천체가 약 45억 년 전 부딪히면서 생겨났다는 가설이 보다 널리 퍼져 있다. 지구와 씨어의 대충돌 사건이 정말 있었다면, 달은 지구를 절반쯤 닮은 '자식'인 셈이다.
달의 탄생 기원에 관해서는 수 없이 많은 가설들이 있다. 그러나 그 어느 하나도 속 시원하게 의문점들을 풀어주는 건 아니다. 달 탄생이 기원이 언제 밝혀질지는 알 수 없지만, 달 운석의 실마리를 푸는 데 기여할 것만은 확실하다.
덧붙이는 글 | 위클리 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 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주간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