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인 9일 '9.30 야합 철회와 성역없는 진상규명, 그리고 안전 사회 건설'을 촉구하는
'세월호를 잊지 않는 전북학생들의 행진'이 전주에 위치한 전북대 구정문에서 시작해 세월호 농성장이 있는 풍남문광장까지 열릴 예정이다. 이들은 SNS를 통해 미리 배포한 성명서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을 싸잡아 비판했다.
"지난 9월 30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특별법 합의는 지난 8월 여야의 2차 합의안과 크게 다를 바 없었고 진상조사위에 독립적인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을 배제한 것은 물론이고, 특별검사 추천 문제를 두고 여당에 추천권을 부여함으로써 유가족들과 국민들이 그토록 염원했던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이 어기고 530만 국민들의 서명을 한낱 종잇장으로 만들어 버렸다."이어 이들은 "이윤보다 생명이 존중되는, 우리 모두가 안전한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참사의 원인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밝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수사권·기소권이 보장되는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진실을 가두려하는 시도에 우리는 맞서겠다"고 밝혔다.
이 행진을 주도적으로 이끈 손종명(전북대 사회학과 3학년)씨를 지난 7일 전북대 근처 커피숍에서 만나 행진을 준비하게 된 취지와 상황 등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손종명씨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 합의... 미뤄서 안되겠다 생각- 9일 '세월호를 잊지 않는 전북학생들의 행진'을 준비하시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세월호 참사가 보여준 한국 사회의 민낯을 보고 너무나 참담했고 화가 나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행진 전부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서 지역에서 학생들의 행진을 준비하려고 생각했습니다. 맘이 맞는 주변 친구들도 있었고요. 그런데 9월 30일 여야 간 합의 내용을 보고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준비를 해서 9일 '세월호를 잊지 않는 전북학생들의 행진'을 하게 됐습니다."
- 대학생만 참여하나요?"아닙니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초·중·고등학생 등 나이와 상관 없이 세월호를 잊지 않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요."
- 기성세대에게 '니들이 뭘 안다고 나서냐? 가만히 공부나 하라'는 말도 많이 들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우리는 뭘 알아서 나서는 겁니다. 우리가 아는 것이 없다면, 아무 것도 보지 않았다면, 아무 것도 하지 않았겠죠. 그리고 가만히 공부나 한다고 해서 더 좋은 세상이 되지도 않고, 우리가 더 살기 좋아지는 것도 행복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한 사회 속에서 살기 때문에 사회가 변하지 않으면 우리의 삶 또한 변할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사회가 잘못됐다, 이 사회 속에서 누군가가 희생돼야만 한다'는 사실을 안다면 가만히 있을 것이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가만히 공부나 하라'는 말은 '내가 힘들고 행복하지 않더라도 그냥 참으라는 말,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말, 누군가의 희생과 이 사회의 부조리한 것들을 외면하라는 말', 즉 세월호 희생자들이 들었던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지난 9월 30일에 합의된 세월호 특별에 대해 "진상조사위에 독립적인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을 배제한 것은 물론이고, 특별검사 추천 문제를 두고 여당에 추천권을 부여함으로써 유가족들과 국민들이 그토록 염원했던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면서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이 어기고 530만 국민들의 서명을 한낱 종잇장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라고 비판하셨던데."9월 30일에 있었던 여야 간 합의한 내용은 2차 합의안과 별로 달라진 게 없습니다. 합의 전에 유가족들은 진상조사위원회 내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에는 못 미치더라도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여지가 담긴다면 특별법 합의에 이르고 싶어 했습니다. 시민들도 안타까웠지만 유가족들의 이런 입장에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국민들과 유가족들을 또 다시 배신했습니다. 5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서명을 했는데도, 유가족들이 거리에서 그토록 간절하게 원했음에도, 합의한 내용이 그 정도였습니다. 저는 국회의원들이 도대체 누구를 대표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도 할 수 없고,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지 못하고, 시민들의 염원을 배반한 합의이기 때문에 저는 여야 간의 합의에 절대로 동의할 수 없습니다. 더 이상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야 간의 합의는 당장 파기되어야 하며, 조속히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과 납득할 수 있는 진상규명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금껏 충분한 대안도 제시했는데도 못하겠다, 방법이 없다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 계속해서 유가족과 국민들의 뜻을 외면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지금 '카톡'같은 모바일 메신저까지 감시한다는 우려가 있잖아요. 그래도 이런 일에 앞장서기가 두려울 것도 같은데."카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를 감시한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죠. 거의 무차별적으로 감시를 하고 있는 건데 정말로 이 사회가 민주주의 국가라면 이럴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게 딱히 두렵거나 그러진 않습니다. 제가 카톡으로 나쁜 일을 하는 것도, 떳떳하지 않은 말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때문에 감시를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더 두려운 것은 이 사회의 민주주의가 갈수록 후퇴하고, 시민으로서의 권리가 갈수록 탄압 받고 위축되는 것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수사권 기소권이 중요한 이유, 검찰에게 물어봐- 대학생이시잖아요. 당장은 아니지만 취업도 해야는데 이번 일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는데요."불이익 받을 수 있겠죠. 하지만 이런 행동을 했을 때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이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 못하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비상식적이라는 일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 돼요. 나쁜 걸 나쁘다고, 옳은 걸 옳다고 얘기하는 게 해서는 안 될 일인가요?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누군가는 잘못됐다고, 바뀌어야 한다고 얘기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불이익을 피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는 점점 그 불이익과 두려움들이 우리의 삶을 옥죄어 올 것이고, 결국에는 피할 수 있는 곳도 찾을 수 없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피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보다는 그 불이익에 맞서고 물러서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에 내 삶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지금 발 딛고 있는 사회,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권리들은 역사 속에서 누군가 맞서서 부딪히고 싸웠기 때문에 만들어졌으니까요."
- 6일에 검찰이 수사 결과 발표를 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명명백백하게 밝히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고, 꼬리자르기식 수사였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국정원 지적사항'에 대한 의혹, CCTV 작동정지에 대한 의혹 등 검찰의 수사에서는 밝혀지지 않은 의혹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구조실패의 책임을 현장에 나가 있는 123정의 함장에게만 지게 한 것 또한 꼬리자르기 식으로 보입니다. 해경은 구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장비와 인원을 투입하고, 미군의 도움을 거절하고, 해군의 투입도 막았습니다. 이것은 현장에 있던 함장들의 책임이 아닙니다.
검찰의 수사는 법적인 부분에서만 한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유가족이나 대책위가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를 강조하는 이유를 이번 검찰 수사결과 발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권력으로부터 독립돼,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진상조사위에 수사권 기소권이 보장돼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세월호 참사와 함께 침몰하는 대한민국을 보았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한국사회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세월호를 기억하고,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이 사회를 변화 시켜야 합니다. 이렇게 돼야만 세월호 희생자를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또 그래야만 제2의 세월호, 제3의 세월호로 희생되는 사람들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걸. 우리의 작은 움직임이 모여 변화를 만들 것이라는 걸.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성역 없는 진상규명, 안전 사회 건설을 위해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희망이고, 결국 변화를 이끌어낼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알기 때문에 저는 계속해서 함께 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앞으로도 함께 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작지만 소중한 움직임에 동참해 주시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