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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유수와 같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7개월이 흘렀다. 하지만 유가족들의 시계는 아직도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에서 멈춰져 있다. 어디 유가족뿐이랴.

지난 7일 미흡하지만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됐다. 그러나 유가족과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서명운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특별법이 제정됐는데도 서명운동을 계속하는 이유가 궁금해 지난 19일 박래군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을 만났다. 인터뷰는 그가 소장으로 있는 인권재단 '사람' 사무실에서 했다. 다음은 박 공동운영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특별법 제정됐다고 세월호 일단락?

 지난 1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월호희생자 농성장 앞에서 열린 세월호참사진상규명을위한 범국민서명호소 기자회견에서 눈물 흘리는 유가족들 뒤로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 사진이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월호희생자 농성장 앞에서 열린 세월호참사진상규명을위한 범국민서명호소 기자회견에서 눈물 흘리는 유가족들 뒤로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 사진이 보이고 있다. ⓒ 이희훈

- 지난 14일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와 함께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가 기자회견을 열어 세월호 서명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어요. 특별법 제정으로 세월호가 일단락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날 기자회견에서 가족 대책위는 서명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어요. 세월호 서명은 600만 명 정도 모였는데 그건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이었고 특별법은 제정됐잖아요. 하지만 저희가 처음에 천만 명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특별법이 제정되더라도 국민들이 계속 관심을 갖고 진상규명이 될 수 있게 서명을 받자는 제안이 있었어요.

특별법은 여러 가지 한계도 있고 미완이지만 우리가 노력해서 만든 거잖아요. 특별법 제정으로 세월호 참사가 일단락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인 거죠. 특별법에 의해 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가 시작된 거죠. 이제 본 게임이 시작된 겁니다. 사람들이 '특별법이 제정됐으니 끝났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 모르고 오해하는 겁니다.

특별법이 제정되고 나서도 12월 말까지 시행령도 만들고  특별법에 의해 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한 작업을 해야 해요. 그리고 1월 1일 특별법이 발효되면 그때부터 진상규명을 위한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거죠. 그래서 특별법 제정으로 세월호가 일단락되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주 잘못된 생각이에요. 그래서 가족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위원회가 잘 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 그럼 언제까지 하실 건가요?
"천만 명이 목표니까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하자는 거죠. 또, 목표를 초과하더라도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서명은 계속해 갈 수 있지요. 그리고 진상규명 활동을 위원회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시민들이 관심 갖고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 그 자리에서 박 운영위원장께서 "'4·16지킴이'를 모으겠다"고 하셨는데 '4·16지킴이'를 모으는 취지는 무엇인가요?
"서명자가 600만 명이지만 그 사람들이 다 여기에만 관심을 가질 수 없잖아요. 그래서 그중에 의지가 있고 적극적인 사람들에게 '4·16지킴이'를 시키자는 거죠. 진상규명될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구체적인 실천들을 적극적으로 하는 이들이 '4·16지킴이'입니다.

그리고 세월호 국민진상조사단을 12월에 정부와는 별개로 만들 거예요. 4·16지킴이들은 조사단이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제안도 해야 하고 조사단을 끌고 갈 겁니다. 각계 대표들과 시민대표들을 모아 국민진상조사단을 만들고 여기는 지속적으로 여론을 환기하고 위원회를 감시하고 잘 갈 수 있도록 격려할 겁니다. 또 국민들이 바라는 진상규명 과제들을 제시하고, 국민들의 제보도 받는 일을 해가는 거죠. 그걸 국민대책회의가 꾸리는 중입니다. 그러면서 국민진상조사단이 연말연초에 전국을 돌면서 시군구 단위의 지역 네트워크를 만들 계획입니다."

-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진상조사단'을 말씀하셨는데 아무 힘도 없는 '민간진상조사단'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특별법으로 위원회가 만들어지면 '위원회가 알아서 하겠지'라며 사람들의 관심이 떨어져요. 그렇게 되면 특별법도 미흡한데 지금 권한을 가지고 제대로 조사를 할 수 없어요.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관심 갖고 지켜보고 여론이 살아서 정치적 이슈로 유지돼야만 위원회가 힘을 발휘할 수 있거든요.

분명히 정부는 위원회 조사활동에 비협조로 나올 겁니다. 이럴 때는 국민들이 필요하면 집회도 하고 농성도 하면서 뚫고 가야 하거든요. 국민진상조사단을 만들어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활동을 해가는 거죠. 그렇게 될 때 위원회가 힘 받아서 조사 작업을 잘할 수 있지요.

위원회 조사기간이 짧은데 필요하면 기간을 연장해야 해요. 그러려면 법이 개정되어야 하지요. 그리고 우리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계속 얘기했는데 이게 없어서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그것도 법을 개정해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해요. 그러다 보면 사람들이 계속 관심을 갖고 여기에 참여할 수 있는 거죠."

  박래군 세월호 참사 국민 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
박래군 세월호 참사 국민 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 ⓒ 이영광

-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는 어떻게 시작되었어요?
"세월호 참사가 나고 다 힘들었잖아요. 그 큰 배가 침몰하게 되는 과정도 석연치 않았고, 침몰한 배에서 사람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명도 구조를 못했고... 지켜보는 것도 힘들던 나날을 보내면서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논의를 시작했어요.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이들이 전국의 단체에 제안해서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를 5월에 구성하게 됐지요. 국민대책회의를 만들어서 가족들과 함께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과 농성, 집회 등의 활동을 해왔어요. 이 싸움에서는 유가족들이 앞장서서 해왔지만 저희가 거기에 보조를 맞춰서 국민대책회의라는 틀을 이용해서 여론을 모아내는 작업들을 했죠."

- 참사 소식은 어떻게 들으셨어요?
"저는 그날 참사가 일어난 줄을 몰랐다가 행사를 앞두고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때 사람들이 말해주더라고요. 그리고 뉴스에 전원 구조됐다고 해서 '잘 됐다, 우리나라도 구조 실력이 선진국 수준이네'하는 말까지 나누었지요. 그리고 2시간 뒤에 행사가 끝나고 확인해 보니 그게 오보였다는 거예요. 그때는 세월호에 몇 명이 탑승했는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우왕좌왕이고 혼란스러웠지요."

- 국민대책회의가 만들어진 지도 6개월이지났는데 활동을 평가하자면요?
"저희가 잘한 것도 있지만 부족한 것도 많아요. 먼저 잘한 것은 유가족들이 이런 싸움을 해본 적이 없잖아요. 물론 유가족이 의사결정을 다 하지만 그런 것을 옆에서 도와주고 같이 보조를 맞추며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시민들이 모이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들을 만들어 왔다는 점에서는 성과인 것 같아요.

유가족과 함께 한 싸움의 결과로 악조건 속에서도 특별법을 제정해 냈지요. 지금은 유가족과 함께 전국을 돌면서 국민간담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흩어져 있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활동해온 단위들을 만나고, 모아내는 작업을 하는 거지요. 이렇게 역량을 모아서 지속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정치적인 상황도 굉장히 안 좋았고 시민사회운동의 상황도 안 좋았어요. 애초부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지요. 정치권을 강력하게 압박할 수 있는 힘을 모아내지 못했죠. 그게 '청와대로 가자'고 해서 되는 건 아니거든요. 저희가 힘이 별로 없죠. 그런 것으로 인해 국민 대책회의가 힘들을 모아 정치권을 압박하는 행동을 못한 건 저희 한계죠.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운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광범위하게 사람들을 모으려는 힘으로 지금까지 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군인 출신들로 국민안전처 만들고... 박근혜 정부 못 믿어

- 참사가 일어난 지 7개월이 흘렀어요. 참사 때는 모든 국민이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고 했지만 7개월이 흐른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지 모르겠어요. 그 원인을 뭐라고 보세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지만 우리들은 마음이 굉장히 급해요. 참사 이후 겉으로 보기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고 겨우 특별법 하나 만들었어요. 그래서 이제 특별법이 시행되면 위원회가 진상규명할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가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한 보고서를 작성하게 되어 있거든요. 이런 작업들이 진행되어야지 이후에 세월호 참사와는 다른 나라를 만드는 거죠.

겉으로 보기엔 똑같지만 참사 때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나와 촛불을 들었는데, 지금은 더러 지친 사람도 있어요. 그렇지만 앞으로 위원회가 조사작업을 하며 성과를 내고 국민진상조사단과 '4·16지킴이'가 역할을 해나가면서 우리사회를 바꿔갈 거예요. 사람들의 생각은 많이 바뀌어 있어요.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야만적인가, 위험사회인가를 확인했고 뭔가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여전히 있어요. 그것을 어떻게 구체적인 대안까지 찾아가면서 만들어 가느냐는 아직 손에 쥔 것이 없어서 앞으로 과제죠."

- 정부와 정치권은 어떻게 보세요?
"정부와 정치권은 신뢰할 수 없잖아요. 정부에 기대서 우리 사회를 안전 사회로 만드는 건 불가능해요. 박근혜 정부가 국민안전처를 신설했는데 엉망이라는 게 드러나고 있잖아요. 왜냐면 군인 출신들을 임명한다든지 하면서… 사실 그게 국가의 안전과 안보가 다른데 정부는 군대식 안전을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는 안전 사회로 갈 수 없죠.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다 드러났지만 정치권도 인식 자체가 수준 낮은 거죠. 국민들처럼 고민하지 않아요. 특히 새누리당은 자꾸 본질을 흐리게 만들고, 가급적 정부, 특히 대통령에게 책임이 돌아가는 걸 봉쇄하려고 부정적인 역할만 해왔죠. 그래서 4월 16일 이전과 다른 사회를 만드는 일은 국민들이 스스로 대안을 만들어 가지 않으면 안 돼요. 그러지 않으면 우리 미래는 너무 암담해요.

저는 세월호 참사가 304명이나 희생되면서 우리 사회에 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요. 304명이 수장되는 걸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우리,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정부와 무책임한 정치권을 확인했잖아요. 이렇게 됐을 때 이것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게 하는 힘들이 절박한 마음을 가진 국민들이 요구하고 행동할 때만 나온다고 생각해요."

- 지난 11일 실종자 가족들이 수색을 중단해 달라고 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실종자 가족들이 지금 굉장히 힘든 상황이에요. 9명이 아직도 못 돌아오고 있는데 정부에서 계속 압박을 해가면서 실종자 수색을 포기하도록 만들었어요. 수색을 포기하는 대신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로부터 인양 약속을 받아낸 거잖아요. 18일 가족들이 팽목항에서 '인양할 때까지 팽목항을 지키겠다'는 기자회견을 했어요. 인양이 필요한 이유는 실종자 수색하는 부분도 있지만 세월호 자체가 증거잖아요.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인양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인양할 때까지 거길 지키겠다고 하는데 정부여당은 이미 인양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요. 이런 정부에 맞서서 국민적 운동을 벌여 세월호를 인양하게 해야 합니다. 때문에 국민대책회의는 12월 6~7일 기다림의 버스를 타고 팽목항에 가서 여론을 불러  일으키려고 합니다. 그래서 팽목항을 지키면서 인양을 압박할 생각이죠."

"세월호 참사, 단순한 사고는 아니다"

피고인석에 앉은 이준석 선장 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이준석 선장이 체념한 듯 침통한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피고인석에 앉은 이준석 선장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이준석 선장이 체념한 듯 침통한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11일 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선고 공판이 있었잖아요. 이준석 선장에겐 살인죄가 적용 안 되어 논란인데.
"저는 이 선장의 살인죄 적용 문제보다는 이 선장이 숨기고 있는 것들을 말하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사람이 알고 있는 비밀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데에 필요해요. 이 사람을 살인죄 적용해서 사형을 선고하면 후련하겠지만 이 사람이 입을 다물면 여러 가지 진실규명은 어려워지기 때문이에요. 이 선장뿐만 아니라 선원들도 진실을 말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들은 뭐가 무서운지 밝히지 않고 있어요.

이 선장은 계약직이었어요. 15일 밤에 출항할 때 안개가 많았지만 강행했어요. 그리고 배가 침몰하는 과정에서도 승객들에게는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는 자기만 빠져나왔어요. 또, 해경은 현행범인 선원들은 모텔에서 재우고 이 선장은 해경 아파트에서 재웠잖아요. 그때 2시간 동안 CCTV가 삭제됐고요. 무언가 숨겨야 할 게 없다면 이런 이해 못할 일이 일어나지 않겠지요. 이런 부분에 대해 입을 열어야죠. 그게 본인이나 진실규명을 위해서도 좋죠."

- 그럼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고 보세요?
"네. 단순한 사고는 아니라고 봐요. 물론 음모론으로 가고 싶진 않아요. 그러나 투명한 게 없어서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어요. 검찰은 기본적인 수사도 안했어요. 뭐냐면 항적도를 복원했어야 하는데 항적도를 복원한 건 유가족들이에요. 즉, 항적도을 복원하지 않은 상태에서 짜맞추기 수사를 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애초에 각본을 짠 대로 정부를 성역으로 보호하고 책임을 묻지 않으려는 거죠.

우선 침몰 원인이 과적에 의한 급변침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이었는지, 그리고 왜 구조를 안했는지가 가장 큰 의문이잖아요. 그리고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가 국정원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이에 대해서 의지를 갖고 수사를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지요. 이런 걸 밝혀야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박래군#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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