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 고교 평준화 조례 개정안(아래 개정 조례안) 처리가 또 다시 무산됐다. 하지만 도 의회는 조례안 처리가 무산된 책임을 애꿎은 도 교육청으로 떠넘기고 있다.
3일 도 의회 교육 위원회는 고교 평준화 개정 조례안에 대한 논의 없이 회의를 마쳤다. 이번 개정 조례안은 2016년 고교 평준화 시행 지역으로 '천안'을 명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본 회의를 앞두고 해당 상임위가 조례안을 심의하지 못함에 따라 해당 안건은 자동 보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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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의회는 해당 안건을 다음 달 17일부터 열리는 임시회에서 재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016년 고교평준화 도입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월 회기에서 통과되더라도 행정 예고 절차(10∼20일)를 거쳐 오는 3월 30일까지는 고교 입학 전형을 발표해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날 도 의회가 끝내 조례안을 처리하지 않자, 천안 지역 학부모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도의원들, 새누리당 책임묻다 돌연 도 교육감 사과 요구 하지만 충남도 의회는 개정 조례안이 보류된 데 대한 책임을 도 교육청 탓으로 떠넘겼다. 3일 오후 충남도 의회의 김문규 새누리당 대표와 맹정호 새정치민주연합(아래 새정치연합) 대표는 평준화 개정 조례안과 관련한 공동 입장문을 통해 '충남도 교육감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공동 입장문을 통해 "도 교육청은 지난 10월 도 의회에서 부결한 개정 조례안을 지난달 도 의회에 다시 제출했다"며 "(하지만 이후) 충분한 협의가 없었고, 변화된 교육 상황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화와 소통이 부족했던 교육감의 정중한 사과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도 의회 내 정당 간 갈등의 책임을 도 교육청에 떠넘기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앞서 새정치연합 소속 도 의원들은 지난 1월 29일 공식 입장을 통해 "천안 고교 평준화 조례가 이번 회기에 다시 제출됐지만, 통과가 불투명하다"며 "도 의회가 도 교육청의 준비 부족 등 작은 문제를 빌미로 발목을 잡는 데 대해 부끄럽고,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교육감의 정치 성향을 예단하거나 다수당(새누리당 30석, 새정치연합 10석)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를 볼모로 잡는다면 도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개정 조례안의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책임이 다수당인 새누리당에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천안 지역 학부모 "도 의회 잘못, 왜 교육청 탓 하나"그러자 충남도 의회 새누리당 원내 대변인인 김용필 의원(예산1)이 돌연 '여론 조사 재실시'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2일 도 의회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례안 처리에 앞서 여론 조사 재실시 등 보완 사항이 먼저 실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로운 교육감이 들어선 만큼 여론 수렴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한다"며 "이는 210만 도민의 뜻을 받드는 새누리당 충남도 의원들의 책임 있는 답변"이라고 밝혔다. 조례안 처리를 지연하기 위해 새로운 요구를 제기한 것이다.
개정 조례안을 처리하지 못한 데는 정당 간 입장 차지 못한데다 자존심 싸움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부재를 도교육청 탓으로 돌렷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사안을 자존심 문제로 대했다. 실제 이날 김기영 충남도 의회 의장은 양당 대표들을 만나 "조례안 처리를 놓고 정당 간 당론의 싸움으로 번져서는 안 된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천안 지역의 한 학부모는 "도 의회가 자신들의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을 도 교육청에 떠넘기는 것은 적반하장격"이라며 "도 교육청에 책임을 미루지 말고, 다음 임시회 개회 시기를 앞당겨 조례안을 처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