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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또 다른 잠룡'으로까지 불렸던 그가 중국에서 지난 1일 돌아왔다. 정확히 1년 만에 중국 생활을 접고 귀국한 것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그는 재선에 실패했다. 새누리당 지지성향을 보이는 노인층이 인천보다 훨씬 많은 강원도에서 야권의 최문순(59) 도지사가 재선에 성공한 것과 비교된다. 낙선 후 그는 홀로 중국으로 떠났다. 중국 칭화대(淸華大)와 대만 국립정치대학에서 양안(중국과 타이완) 관계와 남북 관계를 연구했다. 그는 송영길(53) 전 인천시장이다.

지난 8일, 350회 새얼아침대화(새얼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강연 및 토론회)에 참석한 그와 우연히 동석해, 인터뷰가 성사됐다. 송 전 시장은 처음엔 인터뷰를 망설였지만, 말문을 열자 각종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말했다. 자신의 모든 정치적 역량을 다해 정권 재창출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1년 동안의 중국 생활과 중국에서 바라본 한반도, 인천시정에 대해 들어봤다.
   
리설주·펑리위안·라니아와 박근혜가 한 무대에 설 수 있었는데

송영길 전 인천시장. 지난 8일 350회 새얼아침대화에 참석한 그와 우연히 동석해, 인터뷰가 성사됐다. 송 전 시장은 처음엔 인터뷰를 망설였지만, 말문을 열자 각종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말했다.
 송영길 전 인천시장. 지난 8일 350회 새얼아침대화에 참석한 그와 우연히 동석해, 인터뷰가 성사됐다. 송 전 시장은 처음엔 인터뷰를 망설였지만, 말문을 열자 각종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말했다.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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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전 시장은 본인이 정열적으로 준비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중국 북경에서 봤다고 했다. 본인이 준비한 아시안게임의 개·폐막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는 자신의 주인공이 아니라 서운한 게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할 수 있는 빅 이벤트를 만들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만약 아시안게임 개막식 때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북한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라니아 왕비, 박근혜 대통령이 한복을 입고 한 무대에 섰다고 생각해봐요. 인천이 세계의 모든 시선을 받을 뿐만 아니라, 스포츠를 통해 동북아시아의 평화 분위기가 더욱 성숙해졌을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이들을 한 무대에 세울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구상한 것은 '시리아 난민과 북한 어린이 돕기 한복 패션쇼'였다. 롯데와 형지패션으로부터 한복 후원도 예약했다.

"인천은 광저우아시안게임처럼 천문학적 돈을 쓸 수 없었다. 런던올림픽에 미셀 오바마가 참석해 선수를 격려하는 것을 보고 저거다 싶었다. 압둘라 2세는 나와 동갑이라 친한 사이다. 부부를 초청하는 편지를 바로 써다. 아웅 산 수 치(Aung San Suu Kyi)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통해 초청했다. 김영수 인천아시아게임조직위원장을 통해 이영애와 전지현씨를 부르기로 했다."

그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리설주는 인천아시아육상대회(2005년 9월 개최)에 응원단으로 참석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레또 위트워 캠핀스키그룹 회장이 북한 외교부장과 친구 사이라, 그에게 협조를 구해 긍정적 답을 얻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좋은 생각이라고 격려했다. 인천에서 리설주, 펑리위안, 아웅 산 수 치, 라니아 왕비와 박근혜 대통령이 시리아 난민 등을 위해 한 무대에 섰다면 대회가 열린 15일 동안 세계의 모든 눈은 인천으로 향했을 것이다."

그는 이어, 이런 빅 이벤트를 성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대회에 북한 응원단이 참석할 수 있는 명분을 인천시와 정부가 주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 측근으로서 유정복 시장이 보수 언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통령을 설득해서라도 아시안게임에 북한 응원단이 참여하게 해 남북 화해의 물꼬를 터야했다고 했다. 인천에서 잘 했으면, 이번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에도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참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시장이 관료비서 출신이라 청와대가 원하지 않는 것을 한 발도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인천시장이라면 정부를 설득하든가, 적극적 행보로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야 했다."

송 전 시장은 덧붙여 유 시장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알맹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북한은 폐막식 때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 담당비서를 참석시켰다. 북한 실세 세 명이 선수들 격려하려고 참석했겠나? 보수언론이 박 대통령 대북 정책의 승리라고 포장하니 박 대통령이 (북한 실세들을)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했다. 결국 그들은 그냥 갔고, 남북 관계는 몇 년째 그대로다. '통일대박론'은 꺼내지도 말아야했다."

그는 시장 시절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맺은 인연도 털어놨다.

"이명박 정부가 2011년 한·러 간에 합의한 남-북-러 가스관 건설 사업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상당히 적극적이었다. 박 대통령이 인천에 왔을 때 러시아가 내민 손을 꼭 잡으시라고 제안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초청행사에도 가지 않았다.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해 대통령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빌려온 힘은 빌려준 사람 위해 쓴다"

송영길 전 인천시장은 2014년 12월 용정중학교를 방문했다. 용정중은 과거 대성중으로 불렸다. 윤동주 시인이 공부한 학교로 유명하다. 중국은 대성중 시절 때의 작은 건물을 보수해 전시관으로 쓰고 있다. 전시관은 용정중의 역사와 함께 일제 때 항일운동을 펼친 인물 등의 전시관이 있다.
 송영길 전 인천시장은 2014년 12월 용정중학교를 방문했다. 용정중은 과거 대성중으로 불렸다. 윤동주 시인이 공부한 학교로 유명하다. 중국은 대성중 시절 때의 작은 건물을 보수해 전시관으로 쓰고 있다. 전시관은 용정중의 역사와 함께 일제 때 항일운동을 펼친 인물 등의 전시관이 있다.
ⓒ 송영길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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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전 시장은 지난 6월 유정복 시장이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장에 합의한 것에 대해서도 "(대통령에게) 빌려온 힘은 빌려준 사람을 위해 쓴다"고 일갈했다. 송 전 시장은 자신이 재직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과는 이미 매립 토지 소유권을 넘겨받기로 합의한 바 있다며, 이번 합의에서 인천시가 얻어낸 것은 거의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또 대통령 레임덕이 오면 유 시장은 할 수 있는 게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1년 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인천시장의 힘은 인천시민에게서 나온다'는 것이다. 송 전 시장은 지난해 4월 <시사인천>과 한 인터뷰에서 "대통령 측근으로 김포에서 정치를 20년 한 분이 인천시장으로 출마했다, 인천시장은 대통령이 보내는 관찰사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관련 기사 : 속옷 입은 채 기자 맞더니, 인천시청 후문으로).

본인이 유치한 '세계 책의 수도 인천' 행사와 녹색기후기금(GCF)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음에 대해서도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유 시장이 '송영길 표 누구나 집' 프로젝트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유 시장 체제에서 성공하지 못한 '누구나 집' 프로젝트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이 있는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한 것은 잘못됐지만, 녹색성장을 주도한 것은 대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젠 녹색성장이란 단어가 정부 정책에서 사라졌다. 자연스럽게 GCF도 소외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녹색성장 의제를 발굴해 정책화한 김상협 전 녹색성장기획관이 중국에 와서 함께 소주 한 잔 했는데, 하소연을 하더라. '좋은 정책이라면 이어서 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고 말이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상의했다. 인천이 완벽하진 않았지만, (프로젝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새정치연합 소속 단체장들과 상의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누구나 집' 프로젝트 관련 책이 곧 나온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송영길, #인천아시안게임, #이명박 녹색성장, #박근혜, #유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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