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대화가 안 될 것 같은 부류'를 꼽으라면 단연 '기독교'와 '기독교를 반대하는 안티'일 것이다. 하지만 추측일 뿐이다. 그들은 서로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대화를 시도한 적이 없는 듯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대화하는 건 정말 불가능할까. 의문을 가지던 차에 <안티와 기독교의 부적절한 동거(아래 안기부)>란 팟캐스트 방송을 알게 되었다.
<안기부>는 카타콤 라디오가 제작하는 방송으로 '기독교인'과 '안티 기독교인'이 매주 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방송 뒷이야기가 궁금하여 지난 11일 <안기부>의 진행자인 '사찰 신도사'와 '야묘 길냥이'를 카타콤 카페에서 만났다. 다음은 <안기부> 진행자들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안티와 기독교의 부적절한 동거'로 시작한 팟캐스트
- 팟캐스트 방송 <안기부>가 시작된 지 4개월 정도 지났는데 반응은 어떤가요?길냥이 : "괜찮죠. 의외의 반응들이 와요. 처음엔 반응이 이렇게 많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이걸 진지하게 받아들여 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신도사 : "예능으로 시작했는데 다큐가 됐죠. 지금 순위도 전체는 70위권이고 종교 부분에서 5위 정도로 상당히 높게 나오고 있어요."
- 이유는 뭘까요?길냥이 : "한 번도 이런 종류의 시도가 없었던 것 같아요. 한번 얘기해 볼 법도 한데 서로 싸우면서 원색적인 비난은 많이 했던 반면에 실제로 대화한 건 드문 시도였던 것 같아요.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들인데 아무도 안 했기 때문에 그걸 듣고 싶은 분들이나 그런 걸 재밌어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의 반응이 다를 것 같아요.신도사 : "신기해 하기도 해요. 기독교인들이 이 방송에 호의적인 게 안티인 길냥이님이 기독교인 코스프레를 하면서 뭔가 예수가 할법한 이야기를 본인이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방송 듣는 분 중에서 길냥이님이 안티가 아니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 오히려 전 길냥이님 말에 수긍을 해주다 보니 제가 지능적인 안티가 아니냐는 분들도 있죠."
길냥이 : "안티 쪽 반응은 처음에는 '안티 코스프레를 한다'고 나오다가 요즘엔 재밌다고 해요. 안티 쪽 반응도 확연히 변한 게, 재밌어 하고 안티라 하더라도 '악플러' 수준의 안티가 아니라 나름 진정성 있게 카타콤 카페까지 찾아오셔서 대화를 시도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반응이 다르지만 본질에서는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 <안기부>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어요?신도사 : "카타콤 라디오에 <내가 복음이다>라는 메인 방송이 있는데 기독교 방송치고는 상당히 진보적이잖아요. 이 방송을 듣고 길냥이님이 '이 사람들과는 대화가 되겠구나'라고 생각해서 찾아오신 적이 있어요. 스쳐 지나갔는데 그게 인연이 되어 지난해 10월 카타콤 카페를 오픈하면서 '뭔가 다른 일을 같이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길냥이님이 왔는데, 막상 그 얘기는 하지 않고 제가 심심해서 장난으로 대화하는 내용을 방송으로 만들어 볼까 해서 만든 게 <안기부>죠."
- 일반적으로 기독교인들은 안티를 '교회에서 상처받은 사람들'로 생각하는데요.길냥이 : "그런 케이스가 상당히 많아요. 비율로 따져 보지는 않았으나 제 생각으로는 70% 정도는 그럴 겁니다. 어쨌든 전향한 사람이 많죠. 전향해서 감정이 상해 있을 때는 살풀이 하듯이 감정적으로 풀어내지만 좀 지나면 '뭐하러 미워하는 데 에너지를 쏟냐'는 생각에 떠나요. 지속하는 분들은 드물어요.
오히려 그런 분 중에서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되냐면 감정적인 부분은 덜어내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면 정말 문제가 뭐고 같이 살 수는 없는지,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 왜 그렇고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하냐의 고민까지 넘어가게 되죠."
"권력 집중화로 역기능 커진 기독교"
- 그럼 길냥이님은 어떻게 안티가 되셨나요?길냥이 : "저는 기독교인이었던 적은 없어요. 사회활동을 하다가 뭔가 부딪히는 지점이 있었어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기독교 쪽 복지관에 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기독교 쪽과 충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그전엔 막연한 행태에 대한 반감 정도는 조금 있었죠. 그러나 깊지는 않았는데 '이건 어디에서 기인하는 건가' 하는 식으로 찾아보기 시작했죠."
- 처음 시작할 때 4~5회 정도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4개월째 하고 있잖아요. 그럴 힘은 무엇인가요?신도사 : "기독교의 깊은 병폐죠(웃음). 기독교가 한국에 정착한 지 백 년 동안 병폐들이 쌓여온 거죠. 아무래도 안티들 입장에서도 비판할 거리가 많다 보니 할 이야기가 많은 것이겠죠."
길냥이 : "사실 이게 의외로 반응이 좋은 덕에 진짜 하고 싶었던 얘기들은 시작을 못 한 게 몇 가지 있어요. 이게 처음 제작할 때 제작 의도처럼 4~5회 정도 방송으로 갔다면 굵직한 것만 하고 끝이죠. 그러나 반응이 의외로 좋아서 '그러면 천천히 호흡을 길게 가더라도 서로 들을 수 있는 얘기를 해보자'고 한 거죠. 아직은 할 얘기가 많이 남았죠."
- 저는 한국 기독교에서 순기능이 있다고 보는데 안티는 그걸 아예 인정 안 하나요?길냥이 : "안티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어요. 그래서 안티의 통일된 입장이라는 건 나올 수는 없어요. 물론 순기능적 요소가 있죠. 사회 어떤 것도 순기능적 요소는 있다고 생각해요. 하다 못해 '일베'와 새누리당도 순기능은 있어요.
한국에서 기독교는 도시산업선교회가 있었을 때까지는 정상적인 순기능이 있었다고 보는데. 권력 집중화가 너무 많이 진행된 이후에는 그 순기능을 따지기 힘들 정도로 역기능이 커져 버려서요. 지금은 일베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되는 거죠."
- <안기부> 시그널에서 '안티와 기독교로부터 더 까이는 방송'으로 나오던데요. 그럼에도 방송을 하는 목적이 있을 듯해요.신도사 : "일단 '대화와 소통'이죠. 기독교의 이런 방송을 통해서 기독교에 대해 변명을 하다 보면 안티 쪽에서는 아무래도 공격을 할 수밖에 없죠. 안티들이 공격하는 면을 듣다 보면 기독교에선 방어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으므로 공격하는 게 반복되는 걸 알고 시작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너무 없는 거예요.
즉 왜 이런 비판과 공격을 하는지에 대해서 충분히 들어서 생각해보고 우리 입장을 전달해야 하는데, 기독교가 너무 폐쇄적인 거죠. 저희를 공격하는 것을 굉장히 이념적으로 방어하는 거죠. 일단 서로에 대해서는 이해가 전제되어야 대화도 되고 소통도 가능한 건데, 전혀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시도조차 안 해서 그게 아쉬웠던 거죠."
길냥이 : "양쪽에서 다 까이더라도 <안기부> 방송이 나갈 때마다 매회 새로운 영역까지 가는 것으로 생각해요."
"대외적으로 사랑 실천 않아, 안티 보며 배워야"
- 녹음하며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은데.신도사 : "초반에 녹음했을 때는 제가 편집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길냥이님이 짧게 방송을 하고 그만둘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에 굉장히 과격하게 멘트를 쳤죠. 주 청취층이 기독교인이다 보니까 그분들이 상처 받을까 봐 과하게 편집을 했죠. 그러다 보니 부작용은, 길냥이님이 세게 말한 부분을 편집해서 청취자가 길냥이님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진짜 안티인데 '코스프레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데엔 저의 편집이 있었죠."
길냥이 : "처음엔 두 시간 넘게 녹음을 했더니 한 시간으로 나가는 거예요. 절반이 잘린 거죠. 물론 필요해요. 저도 잘려서 억울하기보다는 서로 선을 알아가는 거죠."
- 안티와 기독교인이 대화하니 어때요?신도사 : "기독교인이 비기독교인과는 많이 살지만 안티를 만나는 게 쉽지는 않아요. 왜냐면 공격적인 걸 알기 때문에 미리 피하거나 싸우기 때문에 대화할 기회가 없잖아요. 저도 길냥이님이란 안티를 처음 만나서 방송을 하며 알아가는 거죠.
처음 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티들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계속 알아가며 감탄하죠. 안티들이 굉장히 공부를 많이 해요. 제가 보기엔 기독교인보다 훨씬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오히려 반성하게 되죠. 안티와 대화를 하려면 저희도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죠.
그리고 드는 생각이 기독교에 대해 비판적이다 보니까 기독교가 잘못하는 것에 대해서 기독교인들은 말하지 않는 걸 알려주는 거죠. 안에서 안 보이는 것이 밖에서 얘기해줘서 보이는 거죠. 그런 것 때문에 반성도 많이 하게 되고 고쳐 나가야겠다는 생각도 하는 거죠."
길냥이 : "기독교인들을 기본적으로 보면 성향이 어느 정도 있는 분들이 많아요. 앞서 안티를 잘 만날 일이 없고 공격적이기 때문에 피한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한국의 많은 기독교인을 보면 분쟁이 일어날 법한 것을 잘 안 하더라고요. 어떨 때는 순하고 편해서 좋을 때도 있는 반면 어떨 때는 진짜 얘기를 듣고 싶은데 못 그럴 때가 있어요.
그런데 <안기부>를 하면서 방송의 반응이 오잖아요. 그걸 보면서 '똑같은 건 알고 있었는데 정말 똑같다'는 거죠. 단지 내재화된 문화로서 기독교란 틀이 있다 보니까 조금 말들을 보탠 거지, 이렇게 같이 대화하는 방식들을 익혀나가면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대화가 가능할 거예요."
신도사 : "조금 덧붙이자면 사랑이 없는 그리스도인보다 사랑이 많은 안티가 더 기독교인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안티들이 아무 이유 없이 생긴 게 아니라, 기독교가 부패해 있고 그 반작용으로 생긴 게 안티잖아요. 그러다 보니 안티들은 뭔가 사회정화 운동 차원에서 안티가 된 분들이 많아서, 오히려 그들이 정의를 외치고 사랑을 외치는 경우가 더러 있더라고요.
그러나 기독교는 저희 안의 성에 갇혀서 저희끼리만 형제자매고 사랑을 얘기하지, 대외적으로 사랑을 실천하거나 얘기하진 않는단 말이에요. 그런 면에서 오히려 지금의 기독교인은 안티들을 보며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 안티와 기독교가 서로를 보는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신도사 : "장점은 아무래도 기독교인들은 저희 안의 들보를 못 보잖아요. 들보를 안티들이 지적해 주니까 오히려 저희가 회개할 수 있도록 안티들이 이끌어주는 듯한 느낌이 있죠. 기독교는 회개의 종교인데 회개를 합리화하지 진짜 회개는 안 하거든요. 거기에 대해 기독교인들은 말하지 않으니까 안티들이 말하니 회개할 거리를 찾게 되는 거죠. 단점은 두려움이죠. 저희 실체가 거울 앞에서 발가 벗겨진 느낌이라서 일종의 수치심을 느낄 때가 있죠. 그러나 그 수치심은 필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길냥이 : "(기독교인들 중에) 기본적으로 약하고 여린 사람들이 많아요. 그건 따뜻함과 맥이 닿아 굉장한 장점으로 봐요. 단점은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분명히 잘못된 부분인데 안 보고 외면 하면 오래 쌓이다 보니 행동 양식에서 몸에 익은 게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