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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 상황에 대해 보고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 상황에 대해 보고 받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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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오보·괴담 바로잡기'라는 코너가 생겼다. 청와대는 이곳에 곧장 9개의 게시물을 올렸다. 게시물에는 가명 길라임, 대포폰 사용, 무속신앙, 통일대박 사용 경위 등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문제제기에 적극 반박하는 주장이 담겼다.

청와대는 코너를 만든 다음 날인 19일에는 이른바 '세월호 7시간'과 관련된 해명 게시물을 올렸다. 게시물 제목은 "세월호 7시간, 대통령은 어디서 뭘 했는가? - 이것이 팩트(fact)입니다"였다(바로가기).

청와대는 "대통령은 관저집무실 및 경내에서 30여 차례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다. 이는 이미 국회 운영위, 세월호 국정조사특위, 청와대 국정감사에서도 밝혔던 내용이며 야당도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하지만 세월호 사고 원인을 대통령의 7시간으로 몰아가는 악의적인 괴담과 언론 보도로 국민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라며 "처음에는 '정OO를 만났다' 하더니, 그다음은 '굿판을 벌였다'고 하고, 그다음은 '프로포폴 맞으며 잠에 취했다' 했고, 그 다음은 '성형시술을 받았다'고 한다. 의혹은 계속 바뀌어가며 괴담으로 떠돌고 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사실, 원칙적으로 청와대는 적의 공격이 예상되는 국가 안보시설이므로 대통령의 위치와 동선은 공개하지 않으며,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공개했던 적이 없다"라며 "더 이상 유언비어로 국민이 선동되고 국가 혼란이 가중되지 않도록 세월호 당일 대통령의 집무내용을 상세히 공개한다"라고 강조했다. "공개한다"는 말 뒤에는 느낌표(!)도 두 개나 붙였다.

"관저 집무실 이용? 출근 안 한 것"

19일 청와대 홈페이지 '오보·괴담 바로집기' 코너에 올라온 '세월호 7시간'과 관련된 해명 자료 일부.
 19일 청와대 홈페이지 '오보·괴담 바로집기' 코너에 올라온 '세월호 7시간'과 관련된 해명 자료 일부.
ⓒ 청와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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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과문한 탓일까, 아니면 의심병에 걸린 것일까. 청와대가 느낌표를 두 개나 붙이며 야심차게 공개한 당시 집무내용을 아무리 읽어봐도, 세월호 7시간을 둘러싼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지금 당장 궁금증을 풀 방법은 단 하나, 청와대가 올린 내용을 그저 '믿었을 때' 뿐이다. 그러나 최근 한 달 여, 대통령의 입에선 너무도 많은 거짓말이 나왔다.

청와대의 글을 하나하나 살펴보려고 한다. 일단 황당한 부분 하나, "청와대에는 관저 집무실, 본관 집무실, 비서동 집무실이 있으며 이날(세월호 참사 당일)은 주로 관저 집무실을 이용했다"는 부분이다.

관저, 그러니까 청와대 내 대통령의 집이다. 박 대통령은 재난 상황에서 재택근무를 한 걸까. 청와대는 "(대통령이) 청와대 어디서든 보고받고 지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고, 대통령의 업무는 출퇴근의 개념이 아닌 모든 시간이 근무시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글을 본 많은 사람들과 청와대의 생각은 달랐다. 특히 청와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 글이 올라온 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관련기사 : 문재인 "박근혜, 세월호 참사 때 출근 않고 뭐했나").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때 관저 집무실을 이용했다고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밝혔네요. 관저 집무실을 이용했다는 건 출근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관저 집무실은 대통령이 출근 전이나 퇴근 후 관저에서 이용하는 곳입니다. 그 긴박했던 시간에 출근하지 않고 뭘 했는지요?"

청와대는 자신들도 "분초를 다투는 업무의 현장"이었다며 당시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의 준비를 위해 여러 사람이 움직여야 하는 경내 대면회의 대신, 20~30분마다 직접 유선 등으로 상황보고를 받고 업무를 지시했다"라고 강조했다.

독대를 안 하기로 유명한 박 대통령의 문제점은 이미 많이 거론됐다. 그럼에도 백번 양보해, 박 대통령이 선택한 방식을 존중해보기로 했다. 청와대 게시물에 적힌 "짧게는 3분, 평균 20분 간격으로 쉼 없이 상황을 점검하고 필요한 지시를 내렸다"는 말도 믿어보기로 했다.

자, 그렇게 분초를 다퉈가며 쉼 없이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린 대통령. 그는 사고 후 7시간 만에 처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나타나 모두가 알고 있는 그 한 마디를 남긴다.

"지금 이제 (오후) 5시가 넘어서 일몰시간이 가까워오는데 어떻게든지 일몰 전에 생사 확인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입니다. 다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당시 이경옥 안전행정부 2차관은 박 대통령의 이 말에 "(배 안에) 갇혀 있기 때문에 구명조끼의 의미가 크게 없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래도 그저 믿으란 말인가.

언론 탓 하는 청와대, 자격 있나?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파문 관련 대국민 담화를 마친 뒤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파문 관련 대국민 담화를 마친 뒤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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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게시물을 통해, 언론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도 보였다.

"진짜 비극은 오보에 따른 혼돈. 우리 국민 모두가 기억하는 것과 같이 그날은 나라 전체가 오보로 혼돈이 거듭됐다."

기자는 <오마이뉴스> 기자 중 가장 먼저, 세월호 참사 후 진도 팽목항에 도착했다. 진도로 향하는 도중 곳곳에 전화를 걸어 본 결과, "전원구조"라는 보도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보를 막지 못했다.

뒤늦게나마 당시 정황을 기사로 설명했다(관련기사 : 정부·언론 "전원 구조됐다" 떠들 때 현장에선 '대형사고' 예감했다). 하지만 지금도 부끄럽고, 죄송스럽다. 그럼에도 청와대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 "팩트(fact)"를 이야기하며 언론을 질타한 것처럼, 참사 직후에도 그랬으면 어땠을까.

대형 재난, 특히 해상에서 벌어진 사고의 경우, 언론은 현장에 접근하기 어렵다. 때문에 정부나 공공기관의 입을 빌릴 수밖에 없다. 당시 오보의 근원도 경기도교육청이 학부모들에게 보낸 문자였다. 뿐만 아니라 4.16연에 따르면, '거의 다 구조', '순조롭게 구조' 등 가장 중요했던 오보(오전 11시 1분)의 출처는 해경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였다.

사고 당시 팽목항에 도착했을 때, 현장에 있던 정부·해경·소방 관계자 중 상황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답답함에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목포해양경찰청 상황실에 전화를 걸었지만, 들을 수 있었던 말은 "확인 중"이란 말 뿐이었다.

대통령이 7시간 만에 나타난 그곳, 당시 대한민국의 안전 컨트롤타워였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애초에 정상적으로만 움직였다면, 오보는 재빨리 정정될 수 있었다. 하지만 청와대 게시물에 따르면, 대통령도 오후 1시 7분까지 "370명이 구조"된 것으로 알고 있었고, 오후 3시 30분이 돼서야 처음 그것이 잘못됐다는 걸 '서면'으로 보고받았다. 7시간 동안 대통령이 30여 차례 보고를 받고, 지시를 했다는 청와대의 설명은 이런 상황에서 그저 허무하게 들릴 뿐이다.

대형 재난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과 능력은 국가와 언론 중 어디에 더 열려 있을까. 재난의 정도를 확인하고, 그것을 공표할 의무는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당시 오보를 양산한 언론을 질타할 권한이 국민 외에 누구에게 또 있을까.

대형 재난 시, 국가는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줘야할 의무를 지닌다. 언론은 그 매개체 역할을 한다. 언론의 오보에 함께 취해있던 국가가 되레 언론을 탓하는 모습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낭설은 불신의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청와대는 11.19 4차 범국민행동을 하루 앞둔 18일 홈페이지 메인면에 '오보 괴담 바로잡기-이것이 팩트입니다'라는 글들을 게시했다.
 청와대는 11.19 4차 범국민행동을 하루 앞둔 18일 홈페이지 메인면에 '오보 괴담 바로잡기-이것이 팩트입니다'라는 글들을 게시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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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월호 7시간을 궁금해 하는 까닭은 '왜 세월호 침몰이 대형 참사로 귀결됐는지' 알기 위해서다. 원인을 알아야 책임자를 처벌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그래야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거나, 같은 상황이 벌어져도 잘 대처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번에 청와대가 올린 해명 게시물을 보니, 대통령이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국민과 언론이 '7시간 동안 대통령이 굿을 했는지, 주사를 맞았는지'를 궁금해 하는 것처럼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정말 알고 싶은 건 '대통령이 굿을 했는지, 주사를 맞았는지'가 아니라, '세월호 참사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다. 처음 사고를 인지했을 때, 그리고 첫 대면회의에 참석하기 전까지 '무엇을 보고받고 지시했는지' 궁금한 것이다. 첫 대면회의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있는데 왜 못 구하냐"는 말이 무슨 맥락에서 나왔는지, 그것이 알고 싶은 것이다. 굿과 주사는 부차적인 문제다.

9.11테러 당시,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9.11테러조사위원회의 비공개 조사를 받았다. 조사위원회의 500쪽이 넘는 보고서에는 부시 전 대통령의 당시 행적이 아주 자세하게 묘사돼 있다. 당시 조사위원회가 "보고서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할 만큼, 부시 전 대통령은 아주 상세하게 조사위원회에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비교해볼 때, 청와대가 느낌표 두 개 까지 붙여가며 공개한 대통령의 행적은 그저 비루할 뿐이다. "외교안보수석실로부터 서면보고 받음", "해양경찰청장에게 전화 지시", "정무수석실로부터 서면보고 받음" 등 한 줄짜리 집무내역으로 의혹을 해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청와대는 그 착각에서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

신뢰는 그저 '믿으라'라고 외칠 때 생기는 게 아니다. 투명한 정보 공개, 그것을 통한 소통이 전제될 때, 믿음의 단초는 서서히 고개를 든다.

청와대는 세월호 7시간을 둘러싼 세간의 의심을 오보, 괴담이라고 표현하며 낭설 취급했다. 역사적으로 낭설은 불신의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4.16연대 "세월호 7시간, 상식적 궁금증... 청와대 해명 모두 엉터리"
4.16연대는 20일 "청와대가 제시한 대통령 행적 타임라인과 언론을 탓하는 해명은 모두 엉터리"라며 청와대의 게시물에 반박하는 자료를 내놨다(바로가기).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청와대 게시물 "오전 10시 대통령, 국가안보실로부터 종합 서면보고 받음"

→4.16연대 "그 동안 청와대 국가안보실, 비서실, 국정원 모두 당일 오전 9시 19분 YTN의 보도를 보고 사고를 인지했다고 한다. (이미 학생들의 신고가 이뤄진 상황에서) YTN을 보고 인지했다는 게 말이 안 되지만, 행여 그렇다고 해도 41분이 지나서야 보고를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던 건가. 상식적인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청와대 게시물 "오전 10시 15분 대통령,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 여객선 내 객실 등을 철저히 확인해 누락인원이 없도록 할 것."

→4.16연대 "오전 10시 15분이면 세월호는 거의 다 침몰해가는 상황. 현장에서는 아무도 세월호 선내에 진입하지 않았고, 퇴선지시도 내리지 않았다. 즉,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에 박 대통령은 매우 상투적인 지시만 내렸다. 이는 당일 오후 5시 15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와서 한 이야기(구명조끼 언급)만 이상했던 것이 아니라 오전 10시 15분부터 이미 상황파악을 못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청와대 게시물 "오전 10시 30분 대통령, 해양경찰청장에게 전화 지시, 특공대를 투입해서라도 인원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

→4.16연대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당시 박 대통령이 해양경찰청장에게 어떤 식으로 전화를 했는지,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을 대답하지 못했다. 또 국정조사 자료 중 해경청장의 참사 당일 동선을 보면 오전 10시 29분까지 상황실에 있다가, 오전 10시 29분에 관용차를 타고 영종도 헬기장으로 이동했다. 과연 이 상황에서 해경청장이 박 대통령과 통화를 할 수 있었는지 의문인데, 더 신기한 것은 동일한 시각, 오전 10시 30분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이를 언론에 발표했다는 것이다. 전화를 하는 중인데 대변인이 그 내용을 브리핑한 셈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그날 투입된 해경 특공대가 7명이고, 관할 지역 전체에도 특공대는 14명 뿐이었다는 것이다. 지시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 정상적인 지시를 내렸다면 해군 3함대가 코 앞에 있었으니 군경합동작전을 지시했어야 한다."

청와대 게시물 "이 날의 진짜 비극은 오보에 따른 혼돈."

→4.16연대 "당시 대표적 오보였던 오전 11시 1분 '거의 다 구조', '순조롭게 구조' 등은 해경이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출처다. 또 현장에 출동한 해경이 두 눈으로 세월호의 긴박한 상황, 즉 승객 대부분이 배 안에 있었다는 상황을 인지했고, 이것이 보고됐는데 청와대는 오보 때문에 인식에 혼선이 있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또 11시 1분 오버 이전의 해경-청와대 핫라인(오전 10시 52분 경) 대화 녹취록을 보면 청와대는 오보 때문에 혼선을 겪을 이유가 없었다."




태그:#박근혜,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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