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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다큐 SEWOLX는 오후 4시 16분에 올릴 예정입니다. 그런데 파일 용량이 워낙 커서 업로드하는 데 시간이 지체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업로드 시간이 지연될 경우 바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많이 기다리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자로-네티즌수사대'(아래 자로)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누리꾼이 25일 오후 자신의 SNS에 올린 '공지글'이다. 자로는 앞서 지난 20일, 본인이 직접 수집한 자료로 제작한 세월호 참사 관련 다큐멘터리 영상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공개한 '세월엑스'(SEWOLX) 티저 영상은 SNS 사용자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며칠째 오르내리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자로는 25일 오후 2시 30분께 다시 사과의 글을 올리고, 8시간이 넘는 다큐멘터리 영상의 업로드가 늦어지고 있음을 알렸다.

"정말 죄송합니다. ㅠㅠ 8시간 49분짜리 영상파일 자체가 너무 커서 업로드에 걸리는 시간이 제 예상보다 훨씬 오래 걸리네요. 예정보다 많이 늦어질 것 같습니다. 넉넉한 마음으로 기다려주십사 부탁드릴게요. ㅠㅠ 마음만 앞선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자로는 지난 2012년 국정원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과 포털 사이트 아이디를 찾아내 화제가 된 일반 네티즌이다. 자로는 한 아이디 사용자가 여론을 조작했다고 주장했고, 실제로 이 아이디는 국정원 심리전담팀 소속 이아무개씨의 소유로 밝혀졌다. 2015년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자로가 주장한 국정원 아이디를 증거로 인정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9일, 자로는 "감히 그날의 진실을 말하려 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세월엑스
' (SEWOLX) 티저 영상을 공개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저는 진실을 봤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자로는 "세월호 사고시각 '8시 49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라고 질문하면서 본인의 다큐를 "세월호의 진짜 침몰 원인을 파헤친 '8시간 49분' 필리버스터 다큐멘터리"라고 소개했다.

이어 관심이 고조된 지난 22일, 자로는 "저는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며 그간 쏟아진 시민들의 관심과 걱정에 대해 답했다. 실제로, SNS 사용자들은 "자살하면 안 된다", "마티즈 조심해라", "자료 백업은 필수다" 등등의 글로 세월호 참사 관련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자로의 신변을 걱정하는 글들을 쏟아냈다. 

'세월엑스' 공개하는 자로 "저는 절대 자살할 마음이 없습니다"

 25일 방송되는 JTBC <스포트라이트> 예고 영상.
 25일 방송되는 JTBC <스포트라이트> 예고 영상.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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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원인 다큐 SEWOLX (세월엑스) 티저 영상을 공개한 이후 과분할 정도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다큐를 만들면서 가장 걱정했던 점은 '애써 만든 다큐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그간 여러 활동을 해오긴 했지만 일개 네티즌에 불과하니까요. 그래서 간단한 티저 영상을 만들어 공개한 겁니다.

여러 언론사 기자님들과 방송국 PD님들께서 요청하신 인터뷰에 모두 응해드리지 못한 점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요청이 많이 들어와서 일일이 답변도 제대로 못 드리고 있습니다. 지금 온라인상에 저의 다큐와 정체에 대한 무수한 추측성 글과 사실이 아닌 내용이 상당수 돌아다니고 있더군요. 심지어 제가 인터뷰에 응한 기사에서도 다소 왜곡되거나 과장된 내용이 보이네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세월호의 진실을 찾길 바라는 많은 분들의 마음이 모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정말 많은 네티즌 분들의 응원과 걱정에 일일이 답변 드리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을 전해 올립니다. 저는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말씀드릴게요.

저는 절대 자살할 마음이 없습니다. 자료는 2중 3중으로 백업을 해둔 상태이고, 믿을 수 있는 언론사에 이미 자료를 넘긴 상태입니다. 하지만, 저는 평소처럼 라면을 즐겨 먹을 것이고, 밤길도 혼자 다닐 것이고, 마티즈도 탈 것이고, 등산도 다닐 것이고, 제가 아는 지인들을 끝까지 믿을 것입니다."

자로가 언급한 '라면과 등산'은 최근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다시 주목 받은 '박근혜 대통령 5촌 살인사건'을 염두에 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JTBC <스포트라이트>가 발 빠르게 이러한 자로의 작업을 취재했다. 25일 오후 방송되는 81회 <스포트라이트>는 24일 공개된 예고 영상을 통해 자로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인터뷰에서 자로는 "이것을 밝히지 않으면 영원히 묻힐 것 같았다"며 "답은 하나다. 외력이 드러날 경우에는 정확하게 설명이 됩니다"라고 말했다. 24일 방송된 <뉴스룸>은 이 자로의 '세월엑스' 다큐에 대해 보도하기도 했다. <뉴스룸>에 따르면, 자로는 '백업' 차원에서 전체 영상을 스포트라이트 제작진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영상 공개를 앞두고 JTBC 스포트라이트 취재진과 만난 자로는 세월호가 외부 충격 때문에 침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초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가 복원력 부족과 급격한 변침 등으로 침몰한 것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 인터뷰에 따르면 자로는 전문가와 함께 복원력을 다시 계산했고, 복원성 부족만으론 참사 원인을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진도 VTS의 레이더 영상을 분석한 결과, 외부 충격이 침몰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명탐정 주갤러'의 활약, '촛불혁명'의 진화

  7일 박영선 의원이 청문회에서 네티즌이 제보한 2007년 한나라당 후보 검증 청문회 동영상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여기에는 분명 최순실의 이름이 여러번 거론된다. 박 의원은 이자리에 있던 김기춘이 최순실을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7일 박영선 의원이 청문회에서 네티즌이 제보한 2007년 한나라당 후보 검증 청문회 동영상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여기에는 분명 최순실의 이름이 여러번 거론된다. 박 의원은 이자리에 있던 김기춘이 최순실을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 오마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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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의 한 회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장모 김장자씨가 함께 카메라에 잡힌 모습을 찾았다고 밝혔다. 이 네티즌은 "78년 새마음봉사단 영상에서 우병우 장모랑 박근혜가 같이 있는 영상을 찾았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38년 전 KBS에서 방영했던 최순실 인터뷰 화면에서 김장자씨로 추정되는 인물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얼굴형과 눈가의 주름 등 영상 속 여성과 김씨의 사진에 공통점이 많다는 것이다. 이 네티즌은 해당 영상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측에 제보했다고 밝혔다. 주식갤러리는 최근 '최순실 게이트' 국회청문회를 통해 '명탐정 주갤러'로 이름을 알린 커뮤니티다.

"우리 사회에서 진실을 말하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는 편견을 깨보고 싶습니다. 진실을 말하면 선한 마음을 가진 수많은 소시민들이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 준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러면 또 다른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용기를 내기 훨씬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전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입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려는 겁니다. 두렵지 않다면 용기를 낼 필요도 없겠지요. 진실을 말한다는 것... 제가 바보 같고 철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습니다. 광화문의 타오르는 촛불이 이미 우리 사회를 변화시켰다고 믿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진실을 숨길 때보다 밝힐 때가 훨씬 안전합니다."

자로가 지난 22일 쓴 글의 말미다. 자로는 "진실을 말하면 선한 마음을 가진 수많은 소시민들이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 준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라고 적었다. 촛불민심이 광장을 뒤덮은 2016년 겨울, 자로의 말마따나 "진실을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편견을 깨고자하는 노력들이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국정원 직원의 아이디를 밝혀낸 이후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자료를 꾸준히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다큐까지 제작한 자로의 영상은 그 정점이라 할 만하다.

이밖에도, 그러한 진실을 규명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들이 SNS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중이다. 청문회 도중 야당 의원들에게 쏟아진 제보들은 증인석에 앉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들었고, 이완영 의원의 위증 교사 의혹을 세상에 나오게 했다.

주갤 뿐만이 아니다. 독일에 거주하는 트위터 사용자 '아바리스'(@abxxxxx)는 최순실의 회사 '유벨'의 존재를 찾아냈고, 독일 관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정보들을 찾아내서 공개하는 중이다. 또 탄핵 정국에서 화제를 모았던 '박근핵닷컴'을 만든 이도 한 미국 스타트업 기업의 한국 지사장과 그의 동료들로 알려졌다.

지금도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시민들이 관심을 쏟아낸 이슈들이 '공유'와 '실시간 트렌트'로 재조명되고 다시 기사로 재생산되고 있다. 그 관심과 정보들이 2016년의 '촛불'과 결합해 '박근혜 탄핵'으로, '최순실 게이트'로, '대통령의 7시간'으로, '도망자 우병우'로 확대 재생산되고 진화되고 있는 셈이다.  

'우병우 현상금'이 걸리자, 제보가 쏟아지는 시대. 이제 시민들은 익명과 실명을 가리지 않고 SNS를 통해 '진실 찾기'에 나서고 있다. 그 바탕엔 물론 안전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갈망이 있다. 2000년대 초반, 열풍과도 같았던 '인터넷 정치 참여'를 경험한 세대와 스마트폰과 밀착된 젊은 세대가 온·오프라인 광장에서 결합되고 뒤엉켜 이 국가를 변혁시키려는 실천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자로에 쏟아진 관심 역시, 세월호 진상 규명과 '대통령의 7시간'에 쏠린 관심과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는 움직임에 동참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극우/보수 매체와 보수/노년층이 두려워 하는 '촛불혁명'이 개개인의 손끝에서 진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국정농단 사태로 얼룩진 2016년을 보내고, 2017년을 새롭게 맞이하는 중이다. 


#자로#자로 세월호#자로 영상#주갤러#박근혜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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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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