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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할 수 있다. 그것은 형사소송법상의 권리다.... (중략) 청와대는 국가보안시설이라 압수수색을 거부할 수 있다."(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25일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주최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향해 "헌법재판소 탄핵 판결을 '잡범들에게 훈계하는 수준이다'라고 했는데 이것은 헌법에 정면도전하는 발언이다,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라고 공세에 나섰다.

이에 홍준표 후보는 "재판을 자유롭게 비평할 수 있다"라고 대꾸한 뒤 자신의 반격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끌어들였다. "문재인 후보도 한명숙 전 총리 재판과 관련해 대법원 앞에 가서 데모까지 하지 않았나? 하지만 저는 헌법재판소 앞에서 데모한 적은 없다"라고 반박한 것이다.   

안 후보가 "딴 사람 핑계 대지 말라"라고 꼬집었지만, 홍 후보는 "제가 보기엔 (헌재의 대통령 탄핵 판결문은) 잡범들 훈계문이다"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에 안 후보가 "헌재를 모독하는 것이다"라고 반격에 나섰지만, "아니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어 홍 후보는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했다는 것도 탄핵사유였는데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할 수 있다"라며 "그것은 형사소송법상의 권한이다"라고 주장했다. 이후에도 홍 후보는 "청와대는 국가보안시설이라 압수수색을 거부할 수 있다"라고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청와대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다?

이러한 홍 후보의 주장은 청와대 논리의 판박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박영수 특검')이 지난 2월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려고 하자 청와대쪽에서 "청와대는 보안시설이기 때문에 압수수색을 허용할 수 없다"라며 특검의 청와대 진입을 거부했고, 결국 청와대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청와대가 '국가보안시설'인 것은 맞다. 국가의 주요시설들은 크게 국가보안시설과 군사보안시설로 나뉘고, 이 시설들은 중요도에 따라 다시 가급, 나급, 다급으로 분류된다. 청와대를 비롯해 국정원, 원자자력발전소, 방송국, 공항, 항만 등이 '가급 국가보안시설'이다. 

청와대가 '가급 국가보안시설'이어서 압수수색을 거부할 수 있다는 근거로 제시된 것은 형사소송법이다. 형사소송법 제10장은 '압수'와 '수색'에 관한 조항들이다. 수색은 압수를 위한 전제행위이다. 압수나 수색은 모두 강제수사의 한 방법이어서 압수수색 대상자의 허락을 반드시 받아야 할 필요가 없다. 

수사기관은 범죄수사에 필요한 증거들을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한다. 압수수색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압수수색영장에는 피고인의 성명과 죄명, 압수할 문건, 수색할 장소와 신체, 물건, 발부연월일, 유효기간 등이 적혀 있다(제114조).

하지만 압수수색영장 집행에도 '제한'이 있다. 형사소송법 제10장에 들어 있는 제110조와 제111조, 제112조는 군사상 비밀과 공무상 비밀, 업무상 비밀에 한해 압수나 수색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110조)나 "직무상의 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한" 것(제111조), 변호사 등이 "업무상 위탁을 받아 소지 또는 보관하고 있는 물건으로 타인의 비밀에 관한" 것(제112조)은 그 책임자 등의 승낙없이는 압수나 수색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세 조항 가운데 청와대나 홍 후보가 청와대는 압수수색을 거부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제110조다. '공무상 비밀과 압수'를 규정한 제111조는 '압수'에만 해당하고, '군사상 비밀과 압수'를 규정한 제110조는 '압수'와 '수색에 모두 해당하는 조항이기 때문이다. '업무상 비밀과 압수'를 규정한 제112조'는 청와대와 같은 국가보안시설과는 관계없는 조항이다.   

결국 청와대나 홍 후보는 형사소송법 제110조를 근거로 청와대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그 책임자의 승낙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라고 주장한 셈이다. 청와대가 특검의 압수수색을 거부할 '법적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압수수색 거부할 권리 있어... 정당한가의 문제만 남아"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할 수 있는 곳이냐 아니냐'(전자)와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할 권리가 있느냐 없느냐'(후자)는 서로 다른 차원이다.

먼저 전자의 문제와 관련, 특검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했다는 사실은 청와대가 압수수색할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확인해준다. 청와대가 '가급 국가보안시설'이어서 처음부터 압수수색이 불가능한 곳은 아니라는 얘기다. 청와대 지역 전체를 압수수색할 수 있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청와대에서도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를 제외한 지역은 강제적인 압수수색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

특검도 이러한 의견을 헤아려 청와대 가운데에서도 군사·보안과 상관없는 특정구역은 압수수색이 가능하다는 방향으로 법리를 검토했고, '핀셋 압수수색'을 계획했다. 즉 특검은 청와대 비서실장실이나 민정수석실, 정책조정수석실, 경호실, 의무실 등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와 무관하기 때문에 압수수색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다만 청와대는 '핀셋 압수수색'조차 거부했다.

남성원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는 지난 2월 <주간동아>에 쓴 글에서 "청와대는 경내 전체가 공무상 비밀을 넘어 군사상 기밀장소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라며 "일선 군부대나 청와대 외교안보실 등 특정지역이라면 모르겠지만, 청와대 전 지역이 군사상 기밀장소라는 주장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라고 썼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의 박갑주 변호사는 "법률상으로 따져 봐도 청와대는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될 수 있는 곳이다"라며 "다만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된다고 해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실에서는 책임자가 승낙해주지 않으면 집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후자의 문제와 관련, 청와대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된다고 해도 청와대가 이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민변 소속의 김희수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상 청와대에 압수수색을 거부할 법적 권리가 있다"라며 "다만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것이 정당한가의 여부 문제만 남는다"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가 정당한가를 두고 비난할 수는 있지만 권한의 문제로 들어가면 청와대를 탓하기는 어렵다"라며 "이것은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 형사소송법은 압수수색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대단히 모호하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라며 "입법 등 제도적 보완을 통해 국가기밀이라는 이름으로 범죄를 옹호하거나 은폐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형사소송법 제110조 제2항은 '전항의 책임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압수수색을 거부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라는 조건이 충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특검의 압수수색을 거부하면서 압수수색으로 인해 어떤 "국가의 중대한 이익이" 침해됐는지를 제대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청와대에 압수수색을 거부할 권리가 있긴 하지만 정당한 사유를 제시하지 않아 비판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많다.

[대선기획취재팀]
구영식(팀장) 황방열 김시연 이경태(취재) 이종호(데이터 분석) 고정미(아트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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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압수수색#박영수 특검#형사소송법#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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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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