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모 중학교에서 여교사 수업 시간에 남학생들이 집단으로 벌인 성적 음란행위 사건과 관련, 시교육청과 학교당국의 조직적인 사건 축소, 은폐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언이 나왔다. 게다가 사건 당일 학생들은 수업이 끝난 뒤 '해당 여교사를 골려줬다'고 자랑한 것으로 드러나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집단 성희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28일 오후 성명을 통해 '신뢰할 만한 익명의 제보' 내용을 공개했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지난 21일 발생한 이번 사건은 당일 오후 5시 경 교육청에 첫 보고됐다. 피해 여교사의 옆 학급에서 발생했다. 가해 학생들이 해당 여교사 수업시간에 음란 행위를 벌인 후 피해 교사의 담임반 아이들에게 '너희 담임 샘 골려줬다'고 자랑삼아 떠들었다. 아이들이 화가 나 이 사실을 학생부에 신고했다. 학생부 조사 결과 해당반 아이들 상당수가 연루되어 있었다. 8~9명 정도는 사실상 자위행위를 했다고 실토했다.지난 26일 선도위원회에서 그 중 8명이 5일간의 특별교육 처분을 받았다. 못된 짓은 이번 한 번만 있었던 게 아니고 여러 번 있었다. 아이들이 일부러 책상을 지그재그로 배치하고 맨 뒤에서 돌아가면서 그랬다. 반 아이들 모두 죄의식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압력으로 감히 거부를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다."'옆 반 담임 여교사를 골려줬다'고 자랑한 점, '8~9명 정도가 사실상 자위행위를 했다'고 실토한 점, 그런 일이 수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점, '일부러 책상을 지그재그로 배치하고 맨 뒤에서 돌아가면서 했다'는 증언이다.
보도 하루만에 '장난이 확대된 것'으로 본질 왜곡하지만 대전시교육청의 조사 결과는 이 같은 증언과 크게 다르다.
시교육청은 지난 27일 "<오마이뉴스>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학생 10명이 성기를 만지고 음모 길이를 비교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으로 조직적, 집단적인 행동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 때문에 해당 교사는 부적절 행동이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수업을 잘 마쳤다"고 강변했다. 시교육청은 "해당 교사를 대상으로 한 행동이 아닌 사춘기 학생의 장난으로 교사 몰래 개별적으로 하다 교사가 근처에 오면 그만 뒀다"고 덧붙였다.
시 교육청의 이 같은 해명에 따라 일부 언론은 "장난이 확대된 것을 두고 학생들에게 또 다른 피해를 발생시킨다는 우려도 낳는다"며, 시교육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해당 학생들은 지금 처벌을 넘어 그 이상의 비난을 받고 있다, 사실과 다른 얘기들로 인한 마녀사냥이 제2의 트라우마를 양상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보도했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시교육청과 해당 중학교, 가해자 학부모가 사건을 고의로 축소․은폐하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며 "만약 관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 책임은 대전시교육청에 있으며 관련자에 대한 엄중 문책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전지역 여성시민단체도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대전시교육청을 질타했다.
대전여성단체연합 · 대전여민회 ·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등 11개 시민단체는 이날 '명백한 성폭력, 재발방지조치 공개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대전시 교육청이 '여교사를 대상으로 한 음란행동'을 '영웅 심리에 따른 사춘기 학생들의 장난'이라는 조사 결과를 밝힌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과연 남학생들이 남성교사 앞에서 집단적으로 자위행위를 할 수 있겠냐"며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교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젠더'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11개 대전지역 여성시민단체 "명백한 성폭력, 재발방지조치 공개하라"이어 "임신한 여성교사를 대상으로 섹스해 보고 싶었다고 고백하는 청와대 선임행정관의 존재와 여성교사를 앞에 두고 자위행위를 하는 남성 집단은 하나로 연결돼 있다"며 "이는 사회가 묵인하고 있는 여성폭력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에게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많은 여성 교원들이 젠더폭력에 노출되지 않도록 강력한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또 "가해 남학생 집단과 부모에게 이 문제를 젠더폭력으로 인식하도록 강력한 조치와 처벌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시간 수업을 받은 학생들에 대해서도 "정신적 피해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전시교육청 교육정책과 관계자는 사건을 축소, 은폐 의혹에 대해 "조사 결과에 따른 것으로 축소하거나 은폐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대전시교육청 학교폭력 담당부서 관계자는 "아직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아 성폭력 여부가 있었는지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성폭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조사하고 있고 만약 성폭력이 있었다면 학교폭력위원회를 소집해 심의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28일 공동 성명을 낸 단체들 / 대전여성단체연합 · 대전여민회 ·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 대전여성장애인연대 · 대전평화여성회 · 여성인권티움 · 실천여성회 판 · 풀뿌리여성마을숲 ·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 대전여성폭력방지상담소‧시설협의회 · 대전YW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