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벗겨보지는 않았지만, 속살이 쪘을 거 같다".
전북도의회 한 여성 의원은 최근 남성의원으로부터 이 말을 듣고 강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
하지만 동료애에 금이 가고 조례 발의 등에 불이익을 당할까 봐 그에게 아무 말도 못 하고 참았다고 한다.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는 뜻의 성폭력 고발 캠페인)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민주당 전북 여성 지방의원들이 12일 지지를 표명한 뒤 광역·기초 의회에서 벌어진 몇 가지 성희롱 사례를 소개했다.
전북도의회 국주영은 의원은 "일부 남성의원이 악수하면서 (자신의) 손가락으로 내 손바닥을 살살 긁는 행위를 해 몹시 불쾌했다"고 전했다.
국주영은 의원은 옆 사람에게 잘 드러나지 않고 은밀하게 이뤄지는 이 같은 행동에 대해 항의하면 어김없이 "친해서 그랬는데, 뭘 그런 거 가지고 따지느냐. 왜 그렇게 예민하고 까칠하냐"는 식의 어이없는 답변이 돌아오곤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동료 여성 의원이 당한 성희롱성 발언들을 열거했다.
"등판이 넓다"며 신체 일부분을 비하하는가 하면 "예쁜 의원이 타준 커피가 더 맛있다"거나 "예쁘니 내 옆에 앉아라"고 하는 등 비뚤어진 남성 주의적 시각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고 말했다.
또 종종 "여성 의원은 의회의 꽃"이라고 비유하는 등 여성 억압적 언사도 잦다고 전했다.
여성 의원들이 의원 전체 연수 프로그램에 성교육 관련 강의 등을 포함하려 하면 남성의원들이 굉장히 화를 내는 바람에 수차례 포기하기도 했다고 했다.
심지어 남성의원 대부분은 성교육 및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지도 않았음에도 실제 받은 것처럼 가짜로 사인하고 있다고 실상을 알렸다.
여성 의원들은 "성희롱 등에 항의하면 해당 여성 의원이 발의한 조례 등 의회활동에 절대 협조하지 않는다"면서 "여성 의원보다 상대적으로 숫자가 많은 남성의원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 똘똘 뭉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국주영은 의원은 "여느 조직과 마찬가지로 의회 내에서도 성희롱이 잦은 거 같다"며 "의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성 비위들을 찾아내서 성교육 프로그램 강화 등 대책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