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에 일어나 명상하기, 6시에 요가하기... 2030세대들이 '미라클 모닝'에 푹 빠졌습니다. 미라클 모닝은 이른 오전 시간을 자기계발 시간으로 활용하는 일상 습관을 의미하는데요. 청년들은 이 아침 시간을 대체 어떻게 채우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이들에게 '미라클 모닝'은 어떤 의미일까요? <오마이뉴스> 청년기획단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편집자말] |
우리 집은 대대손손 아침형 인간이다. 밤 10시가 되면 집안을 소등하고, 새벽 6시가 되면 모두 일어나 아침밥을 먹는다. 두 마리의 강아지마저 해가 질 때 자고 동이 틀 때 일어나는 새 나라의 동물이 되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 '당신의 인생을 바꾸는 데 아침 6분이면 충분하다' 등의 흔한 구절처럼, 사회는 나 같은 아침형 인간에게 이유 없이 손뼉을 쳐주었다. 친구들과 떠난 지방 여행에서 배가 고파 혼자 새벽 6시에 보쌈을 데워 먹었다는 이유로, 푹 자고 와서 그런 것일 뿐인데 오전 수업에 졸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는 '부지런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아침은 정말 '기적'일까?
어느 날 SNS에서 '미라클 모닝' 챌린지를 접했다. 자투리 시간을 줄이기 위해 최소 밤 11시에 자고 새벽에 일어나 자기계발 시간을 가지는 도전이었다. 챌린지를 포기한 사람들은 또 늦게 잤다며 아침형 인간이 되기엔 글렀다고 체념했다. 이쯤 되면 나는 의문이 들었다. 과연 아침은 챌린지 제목처럼 기적 그 자체일까?
아침형 인간이 되어도 불안함은 똑같다. 고등학생 때의 일이었다. 모의고사다, 수능이다, 갑자기 쏟아져 내리는 시험에 정신을 못 차리고 허우적거렸다. 뒷일을 모르고 하하호호 놀기 바빴던 친구들도 하나둘씩 공부에 매진했다. 누군가는 새벽 2시까지 독서실에 있었다, 또 어떤 친구는 학원 숙제를 하다 보니 밤을 샜다며 하품을 했다. 그들은 서로를 토닥이며 고3의 '전우애'를 다졌다.
나는 그 사이에서 차마 밤 10시에 잠을 잤다고 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스스로가 태평하고 게으른 사람 같았다. 그 날 밤, 앞으로는 자정까지 공부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쌓아온 생활리듬이 갑자기 바뀌겠는가. 아직 밤 9시밖에 안 됐는데도 머리통에 불이 깜빡깜빡 꺼지기 시작했다. 꾸벅꾸벅 졸다 보면 밖에는 동이 트고 있었다.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하고 나니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생활리듬이 깨지자 아침에도 정신을 못 차렸고, 저녁에도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 결국 오기 끝에 시험 전날, 처음으로 밤 새우기에 성공했다. 머리는 부자연스럽게 개운했지만 한 손에 교과서를 들고, 동이 트는 것을 바라보니 기분이 좋았다.
마침 일어난 아빠에게 자랑을 했다. 사소한 것도 칭찬을 아끼지 않던 아빠가 처음으로 고개를 저었다. "깨어있을 때 열심히 하면 그걸로 충분해." 기껏 노력해서 밤을 새웠는데 칭찬을 받지 못하다니. 나는 입을 뚱 내밀고 학교에 갔다. 이런, 나는 졸음과 싸우다가 1교시 시험을 시원하게 망쳤다.
아빠의 말이 맞았다. 기껏 생활 리듬을 바꿨건만 그곳에 기적은 없었다. 중요한 것은 깨어있는 순간이었다. 그것을 모르고 애꿎은 생활 리듬만 바꿔댔으니. 어쩌면 낮에 제대로 일과를 못 했다는 이유로, 밤늦게 자려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밤새울 거니까 괜찮아'라는 핑계로, 내가 눈을 뜨고 있는 시간조차 물 쓰듯 낭비했던 것은 아닐까.
결국 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밤 10시면 아무리 공부가 잘 되더라도 책을 덮고 잠을 잤고, 아침 6시면 졸리더라도 일어나 꾸역꾸역 밥을 먹었다. 대신 남들보다 일찍 자는 만큼, 깨어있을 때 최대한 많은 것을 해치웠다. 자연스레 수업에 집중했다. 내 생활 리듬을 지키기 위해서는 5분의 시간도 그냥 흘려보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침형 인간'이 정답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아침형 인간이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학생들은 일찍 자고 싶어도 학원이나 독서실에서 돌아오면 밤 11시가 넘기 일쑤고, 직장인들은 아무리 일찍 일어나도 출근길에 시간을 다 까먹어야 하며, 저녁에는 회식이나 야근 등 사회생활이 발목을 잡는다. 더군다나 코로나 유행으로 인해 바깥과 단절되어 모처럼의 주말도 잠만 자다 보면 훌쩍 지나가 버리고 만다.
어쩌면 요즘 유행하고 있는 '미라클 모닝'은 단순히 아침에 일어나자는 움직임이 아니라, 의미 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꽉 잡고 놔주지 말자는 움직임 아닐까. 삶에 치여 불협화음을 자아냈던 생활리듬을 주도적으로 연주해보자는 얘기일지도 모른다.
아무도 올빼미를 보고 낮에 날지 않는다고 손가락질하지는 않는다. 결국 까치든, 까마귀든, 올빼미든 열심히 날 줄 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나는 말하고 싶다. 결국 우리가 향할 목표는, '미라클 모닝'을 넘어선 '미라클 데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