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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을 틀면 '병을 이기는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넘쳐납니다. 포털 사이트 '많이 본 기사'란에는 늘 질병 이나 건강 상식 기사가 상위권을 차지합니다. 그만큼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크다는 것이겠지요. 이는 청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평생 '완벽하게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질병을 앓는 신체는 그 자체로 '불완전한 몸'일까요. 아픈 몸을 사는 것은, 곧 불행해지는 길일까요. 오마이뉴스 청년기획단 시민기자들이 이 질문들에 답해봅니다. [편집자말]
 아직 회사에서 막내 직급인 우리는 야근이 많았다.
아직 회사에서 막내 직급인 우리는 야근이 많았다. ⓒ pixabay
 
"너 그거 들었어? 우리랑 동갑인 OO씨, 소화불량으로 고생하다가 병원 갔더니 위암이었대."

딱 나와 같은 나이, 친하게 지내진 않았지만 얼굴은 낯익었던 그 직원에 대한 얘기였다. 아직 회사에서 막내 직급인 우리는 야근이 많았다. 그 사람도 예외는 아니어서 항상 늦게까지 사무실 자리를 지키는 듯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분명 저번 주만 해도 멀쩡해 보였는데, 암이라니.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 소식 때문이었을까. 억지로 먹었던 저녁이 얹혔는지 속이 불편하다. 소화제를 습관처럼 꺼내 들다가 '설마... 나도?' 하는 불안감에 인터넷에 내 증상들을 검색해 본다. 처음에는 분명 '체했을 때 증상'으로 검색을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위암 초기 증상'에 대한 글을 읽고 있다.

귀신보다 더 귀신 같은 알고리즘은 이런 내게 '암 환자의 브이로그', '30대 암 환자의 식사습관', '암 환자가 알려주는 암이 좋아하는 음식들' 같은 동영상을 추천해준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비슷한 동영상들을 새벽까지 찾아본다. 지난 내 식사 습관들을 돌아보며 혹시라도 이미 내 몸에 암이 자라고 있는 건 아닐까 불안하다.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밤새 나를 괴롭힌다.

이제야 막 잠에 든 것 같은데, 알람이 울린다. 몸은 천근만근 무겁고, 침대에서 일으킬 수가 없다. '딱 10분만 더...'를 외치며 다시 눈을 감는다. 또다시 알람이 울리고,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 준비 시간을 최대한 단축해 빠듯하게 지하철에 오른다.

늘 출근 시간이 아슬아슬하다. 회사에 오면 하루가 정신없이 간다. 해야 할 일도 많고, 나를 찾아대는 사람들도 많다. 마치 건조기 안에 들어 있는 수건처럼 영혼까지 탈탈 털리고 나면 퇴근 시간이 온다. 오늘 회사에서는 그 직원이 위암이었다는 것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아직 젊은 사람이 벌써부터 어쩌면 좋니..."
"남 일 같지 않아, 건강 잃으면 아무것도 소용없어."
"이렇게 갑자기 휴직하면, 누가 대신 일 하니. 건강관리도 실력이야."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부터, 감정 이입하는 사람들, 공석이 생긴 것에 대해 은근한 압박을 주는 사람들까지 그 반응은 다양했다. 마치 건강한 것은 정상, 몸이 아픈 것은 비정상으로 분류되는 듯했다. 그 사람은 아직 젊은 나이라는 이유로 더 안타까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왜 청년들은 건강염려증에 빠지나 

이런 이유 때문일까.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병원에서 '건강염려증'을 진단받은 사람 중에 20대(11%)와 30대(9%)를 합친 비율이 20% 정도 비중을 차지한다. 조금이라도 몸이 불편하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지나칠 정도로 건강에 집착하는 심리적 장애를 건강염려증이라고 한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친 뒤로 우린 건강에 좀 더 집착하게 되었다. 목이 조금이라도 따끔거리면 혹시 코로나가 아닐까 두려워하게 됐고, 공공장소에서 누가 잔기침이라도 하면 눈살을 찌푸리게 됐다. 코로나19 이후, 직장인 5명 중 3명은 건강에 대한 관심과 염려가 많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그야말로 건강 강박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나도 20대 후반에 큰 수술을 경험했다. 건강검진을 하다가 우연히 몸속에서 혹을 발견했고 이를 절제한 후 조직검사를 했다. 다행히 악성이 아니어서 항암치료 없이 절제 수술만으로 치료를 끝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별거 아닌 수술이었지만, 처음 혹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리기까지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다.

악성종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나를 갉아먹었다. 마치 인생이 끝난 것 같았다. 지난날의 나를 곱씹으며 자책했다. 젊은 나이에 몸 속에 혹이 생긴 것을 내 잘못으로 여겼다. 사람들의 안쓰러운 시선이 싫어 아프다는 사실을 숨겼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보다, 내가 나의 현재를 인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 몸에 혹이 생긴 것은 내 잘못이 아니었다. 선천적으로 그렇게 태어났을 수도 있고, 운이 나빠 생긴 것일 수도 있다. 누구나, 언제든 아플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우리는 완벽하게 건강해야 할까?
우리는 완벽하게 건강해야 할까? ⓒ pixabay

아픈 것은 당연하다, 아픈 것은 괜찮다 

우리는 완벽하게 건강해야 할까? 한번 건강을 잃으면 마치 인생이 끝나는 것처럼 절망하는 이유는 뭘까. 물론 건강에 좋은 생활습관을 들이고, 꾸준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으로 식사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살다가도 우리는 갑자기, 운이 나빠 건강을 잃을 수 있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8가지 영양제를 챙겨 먹는 사람도 암에 걸릴 수 있고, 누구보다 건강했던 청년이 불의의 사고로 한쪽 팔을 잃을 수도 있다.

우리는 아플 가능성이 많은 현실에 산다. 나도 모르게 전염병에 걸릴 수도 있고, 숨과 함께 들이쉬는 미세먼지 때문에 폐가 건강하지 않을 수 있다.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그리고 또 불안한 미래 때문에 제때 잠들지 못하고, 제때 먹지 못해 몸과 마음의 면역력이 많이 약해졌을 수도 있다. 나이가 젊다고 건강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구보다 열심히 운동했다고 해서 평생 건강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이런 현실에 살면서도 우리는 건강을 잃으면 불행해질 거라는 생각으로 건강에 집착한다. 하지만 아픈 것은 당연하다. 아니, 아파도 괜찮다. 몸이 아프면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기대어 염려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을 받고 그에 맞는 치료를 받으면 되고, 마음이 아프면 그곳을 들여다보고 치료를 받으면 된다.

내 몸에 관심을 갖는 것과 내 몸을 염려하는 것은 작지만 큰 차이다. 언제나 완벽하게 건강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픈 몸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고 비정상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특히 젊은 나이에 건강을 지나치게 염려하는 동년배들이 있다면 우리가 젊다는 이유로 당연히 건강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꼭 완벽하게 건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www.brunch.co.kr/@silverlee7957)에도 중복하여 실립니다.


#2030#건강염려증#건강하지않은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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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오후에 마시는 아이스바닐라라떼만큼 책 읽고 글 쓰는 일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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