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육아를 누군가는 기록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언젠가 막이 내릴 시대이지만 안 그래도 힘든 육아에 이 시국이 무언가로 고통을 주는지 알리고 공유하며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습니다. 항상 말미에 적는 글이지만 아기를 양육하고 계시는 이 시대의 모든 부모님들께 위로와 응원 너머의 존경을 보내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기자말] |
새벽 이른 시간, 아내의 휴대폰이 울려서 놀라 황급히 잠에서 깨서 아기를 살폈다. 소리를 듣자 하니 문자가 왔나보다. 아기를 기르는 집이라 새벽 시간에는 보통 문자가 오지 않는데 의아한 일이었다. 게다가 무슨 일인지 문자를 확인하러 간 아내가 오랜 시간 돌아오지 않았다. 잠이 든 아기를 두고 걱정되는 마음으로 아내에게 가보니 아내는 거실의 소파에 앉아서 멍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무슨 일 있어요?"
"안 쓰는 아기 물건을 어제 중고 앱에 올렸는데, 올리고 나서 이런 문자 한 통이 왔어요. 이거 한번 읽어보세요."
아내는 휴대폰에 온 문자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문자에는 아기가 아파서 병원비가 필요하다는 어떤 엄마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여보, 이 분 도움이 급한 거 같은데 어쩌죠?"
"잠시만, 우리 잠시만 생각해 봅시다. 조금만 더 기다려봅시다..."
발을 동동 구르는 아내에게 일단 시간을 조금 가지자며 달래고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아기가 39도를 넘어가는데 그렇다면 119에 전화를 먼저 걸었어야 하는 건 아닌가? 특정한 금액인 2만 원을 빌려달라고 하는데, 그 금액으로 이 새벽에 병원비를 충당할 수 있을까? 의심이 다분히 가는 메시지였다.
"아기 응급실 갈 돈 2만원만"... "병원·학원비 모자라"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다가 예전에 비슷한 일을 겪었던 기억이 떠올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기 이력을 조회해 주는 한 사이트에 접속해서 발신자 전화번호를 넣어 보았다. 하지만 사기에 이용된 적이 없는 번호였다. 그래서 고민은 더 깊어졌다.
'지금이라도 전화를 해볼까? 문자 내용이 사실이면 어떡하지?...'
아기를 키우는 입장에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그냥 외면해 버리기에는 마음이 찜찜하고 무거운 메시지였다. 그날 밤 부부는 찜찜한 문자와 과거의 여러 번의 비슷했던 불미스러웠던 기억들이 떠올라 뜬 눈으로 아침을 맞았다.
이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 아내에게 사진을 캡처해서 저장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위 메시지가 사실일 경우와 아닐 경우, 둘 다 마음이 아픈 일이겠지만, 만약 후자라면 재발을 막는 작은 행동이라도 할 마음이었다.
우리는 전에도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기 용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판매자가 돈만 챙기고 잠수를 타버린 적도 있었다. 이번엔 신중히 고민했던 터였다. 그리고 다음번에도 혹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예비 피해자들을 줄이기 위해 이런 사실을 더더욱 꼭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컴퓨터에 포스트잇으로 발신자의 번호와 메시지가 온 시간과 날짜를 적어 두었다. 며칠 뒤 그 번호를 혹시나 싶어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다. 그런데 맙소사. 비단 우리에게만 온 메시지가 아니었다. 우려했던 것처럼 사기였던 것이다. 같은 이 번호로 수신된 메시지로 피해를 본 아기 엄마들의 글들이 여기저기 올라와 있었다. 상황은 심각했다. 아내처럼 걱정하다가 금전 피해를 본 엄마들이 있었다. 아니 많았다.
게다가 사연을 조금씩 바꿔가며 병원비 외에도 학원비가 부족하다는 핑계의 메시지를 받은 엄마들도 있었다. 몇만 원이 큰돈이면 큰돈이겠고 작은 돈이면 작은 돈이겠지만, 피해자들 또한 우리와 같은 심정으로 걱정을 하다가 돈을 보냈을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많이 아파왔다.
일부 엄마들은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이들은 피해 대처 방안을 함께 인터넷상으로 함께 의논하고 있었다. 이번 일로 피해를 입은 엄마들 외에도 다른 사기의 피해들을 호소하는 엄마들의 글들도 보였다.
어플 말고 '따로 대화' 시도하는 사기꾼들... 분유까지 사기
최근 이러한 사기 유형 중 제일 자주 발생하는 것은, 따로 결제를 하자고 권유하는 시도다. 중고 어플 자체에 연동돼 있는 대화 시스템이 있음에도 이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고 메신저의 메시지로 대화를 유도하거나 카카오톡 아이디로 대화를 하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이른바 '오픈 채팅방'을 만들어 대화하면서 특정 링크를 보내서 결제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사기의 구체적 방법은 이렇다. 일단 구매를 원하는 사람이 연락하면 사는 지역을 묻는다. 그리고 코로나를 핑계 삼아 비대면 거래를 요구, 구매자와 최대한 먼 지역에 거주한다고 거짓말을 하며 택배거래를 유도한다. 혹은 집에 아기가 있어서 비대면으로 거래하자고 하는 경우도 있다.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사전에 아기 사진을 도용해 자기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수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거나 다른 구매자가 있다는 등의 핑계를 대면서 빠른 거래와 결제를 부추기고 유도한다.
개별로 결제 채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기꾼들은 '안전거래' 링크를 전송한다. 이마저도 가짜의 링크인데, 이를 혹시 상대방의 친절로 받아들여서 클릭하게 되면 피해를 보게 된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다. 사기꾼은 링크를 보내고 링크 안에서 결제를 유도한다. 링크는 가짜 사이트인데 워낙 교묘하게 만들어 둔 터라 진짜 사이트와 매우 유사하다. 눈을 씻고 찾아보지 않는다면 속기 십상이다.
링크로 결제한 이후에는 일정 금액의 돈을 다시 송금하라고 한다. 이어서 수수료가 입금이 되지 않아 송금이 된 상태를 확인하기 어렵다거나 인출이 되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고 다시 수수료를 포함한 금액의 송금을 요구한다. 이전에 송금된 돈은 수수료를 포함한 금액을 입금하면 돌려준다고 안심을 시킨다. 다음에는 구매확정을 하지 않아서 재결제를 해야 한다며 유도하는 수법 등으로 계속 송금을 받다가, 구매자가 의심을 하는 순간 바로 연락을 끊어버린다.
그리고는 자신의 아이디와 메신저 등을 다 지워버려서 이후 추가 확인이나 후속조치를 할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린다. 피해자에게 일부러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다. 이곳 저곳에서 사기당한 분들이 신고나 대처를 하지 못하거나 안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금액이 크지 않은 금액이라면 신고가 어렵거나 복잡하다고 여겨서 포기하는 사람들 또한 많아 보였다. 이를 사기꾼들이 악용하는 것이다.
신생아 부모들에게 꼭 필요한 물품인 분유와 기저귀 사기도 극성이다. 사기 이력을 조회할 수 있는 한 사이트에 사기 피해 사례글들을 보면 아기 엄마들이 기저귀와 분유를 사기당해서 올려둔 글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분유와 기저귀 대신에 휴지를 넣어서 배송하는 사기 수법인데, 송장을 발급받아서 보내는 방법이라 택배를 받기 전까지 사기임을 눈치 채지 못한다는 점을 이용한 악성 사기 수법이다.
아기를 기르다 보니 아기 용품은 '극단적인 필수품'이었다. 그 필수품인 아기 물품 중고 거래를 하는 아기 엄마들과 아빠들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나와 아내가 겪은 여러 번의 일들은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특히 급한 마음에 조금이라도 알뜰하게 아기용품을 구매하려고 하다가 이런 일을 겪었을 다른 엄마 아빠들의 마음 또한 나와 같을 것 같아 더 가슴이 쓰리다.
이 시간에도 아기 물건은 거래되고 있다. 아기에게 제때 필요한 것을 주려는 따뜻한 마음들로 지금도 아기 물건을 찾고 올리는 부모님들께 진심 어린 응원과 격려,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그런 마음을 이용하는 이러한 사건들의 유형을 잘 파악해 안전 거래만을 하길 바란다.
사기를 예방하는 방법은 경찰청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인
사이버캅(바로가기)이나 사기 이력 조회가 가능한
더 치트(바로가기) 같은 사이트에 전화번호나 아이디를 조회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거래하기 전 포털에 전화번호나 계좌번호를 쳐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안전 거래'라는 상대의 말에 현혹돼, 상대 측이 보내온 링크에서 바로 결제를 하지 않는 게 가장 우선일 것이다.
거래시에는 상대방의 이전 거래 내역을 다시 확인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만약 불행히도 이러한 일을 겪게 될 경우에는, 그 금액이 적더라도 꼭 신고를 하는 것이 추후 제3자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다는 점을 꼭 함께 기억하셨으면 한다. 부디 또 다른 피해자가 이런 일을 겪지 않기를, 만약 누군가 겪게 되더라도 현명히 대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추후 기자의 브런치와 블로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