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만들 청년들의 새로운 게임에 참여하시겠습니까. 내편으로 만들고는 싶지만 이해할 수 없어 불편한 '요즘 것들'이 박차고 거리로 나옵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청년들에게 누군가는 '너희가 아직 뭘 모른다'고 가르치려 하고 누군가는 '그래 나와 함께 저 사람에게 돌을 던지자'고 부추깁니다. 이 말들 어디에도 '요즘 것들'에 대한 이해는 없습니다.
우리는 지난 4년간 수없이 기대했고 그 때마다 실망했습니다. 촛불로 바뀐 세상에도 여전히 저희의 삶을 불안합니다. 천정부지로 솟는 집값을 보며 앞으로 10년을 상상하기는 더 어려워졌죠. 청년들을 위하겠다는 수많은 약속이 망가진 현실에 이젠 실망을 넘어 화가 납니다. 그래서 더이상 참지 않고 실패한 기성정치를 넘어 우리가 원하는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11월 14일 분노의 행진을 준비하는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에 함께하는 단체, 학생회 대표자들이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청년들의 새로운 게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편집자말] |
2018년 지방선거, 18살 고등학교 2학년인 나는 정치적 '비시민'이었고, #선거법_위반을_자수합니다 해시태그를 통해 정치적 비시민의 선거법 위반을 자백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사전투표일에 '#선거법_위반을_자수합니다'라는 해시태그 릴레이가 진행되었다. 해당 릴레이 참여자는 공직선거법 제15조(선거권, 당시 만19세 이상만 투표 가능)과 공직선거법 제60조(선거권이 없으면 선거운동 불가능)를 위반한 청소년들이었다.
"나는 선거법 상으로 지지나 낙선을 표현할 수 없는 청소년인데, 이를 어기고 주변 사람들에게 누구누구를 지지하라고 했고, 누구누구를 뽑지 말라고 했다. 나는 선거법 위반자니까 나를 잡아가보아라"라는 내용의 해시태그 릴레이는, 많은 청소년들이 소속과 지역, 나이를 불문하고 서로를 지목하고 참여하면서 점점 확대되었다.
그리고 뒤이어 들려온 소식은 당시 정당들이 청소년 참정권 논의를 재개했다는 소식이 아니라, 이 릴레이를 이어간 청소년들이 미성년자라 공직선거법 제60조 위반이라는 이유로 선관위의 경고나 연락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대선에 청소년은 없다
그 누구도 청소년을 말하는 대선후보는 없다. 본선에 들어가면서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깨어있고 젊은 후보"라는 하나의 좋은 타이틀을 얻기 위해 청소년들을 앞세울 뿐이다. 청소년들과 함께 사진은 찍겠지만, 정작 청소년들의 정치적 기본권 쟁취와 함께 하겠다는 후보는 없다. 2018년 자수 챌린지를 진행하고 나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청소년의 참정권은 여전히 바람 앞의 등불이다. 만 18세라는 나이의 잣대로 또 정치적 시민과 비시민이 갈리는 것이다.
청소년은 역사의 순간순간마다 자신의 발언이 어떤 잣대로 재단되는 일이 항상 발생한다. 어떤 청소년이 집회시위 현장에서 입을 열면 사람들은 "기특한 우리 아이들이 용기를 내어주었다", 혹은 "이런 우리 아이들이 후대에 살아갈 세상을 위해 어른들이 더욱 힘내자" 같은 말들을 한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서는 "아무 것도 모르면서 어디라고 입을 여나", "어른들이 선동해서 써준 거 받아 읽느냐" 라는 말들이 나온다. 전부 다 내가 박근혜 퇴진 촛불에서 발언한 영상에 달린 댓글이었다.
그 말들이 정치로 표출된 게 정치인들의 "우리 아이들" 발언과, 박근혜 퇴진 투쟁 당시 한 국회의원의 이른바 "청소년단체 내 종북주의 교사 배후설"이었다. 자신의 편일 때는 "역사를 바꾼 기특하고 위대한 청소년"이면서, 자신의 편이 아닐 수도 있다고 느낄 땐 "미성숙하고 경험이 부족한 어린 것들" 취급하는 기성정치에 우리는 더 이상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
선거를 앞두고 모든 진영을 초월하여 자신들의 정책을 이야기하고, 자신들의 정책을 반영해달라 이야기하고, 자신들의 정책을 반영하는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할테지만, 우리에게는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는다. 어디에서는 청소년의 선거운동을 막지 않았다고 비청소년이 실형을 선고당하고, 어디에서는 청소년들과 잘 맞는다고 생각한 정당의 지지선언에 참여했다고 선관위의 으름장을 받았다.
코로나19 시대에 학교에 가는 것도, 백신을 맞는 것도, 재난지원금을 받는 것도 다 자신의 손을 떠난 채 결정되는 것에 따라야 하는 청소년들이 분노를 표출해봐도 주민투표조차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할 수가 없다. 주민투표 가능 연령은 선거권 연령과 연동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우리를 띄워주는 것이 아니다. 나이라는 잣대로 가로막히는 정치적 기본권이다. 우리가 대통령을 뽑을 권리, 우리가 지역의 이웃들을 대표해서 선거의 후보로 나갈 권리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내 일상과 생활에 영향을 줄 사람은 내 스스로 뽑아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켜달라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 바로 우리의 목소리를 합법적으로 대선후보들과 정치인들의 귀에 대고 말할 수 있을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그러니 14일 우리는 모여서 소리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말하는 것도 시기를 봐가며 해야 하는 정치적 2등시민이 아니라 정치의 주인으로 설 거라고, 연속해서 죽어가고 고통받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이제는 제발 진심으로 들으라고 말이다.
선거를 앞두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 어떤 타이틀도 아닌 정치적 기본권이다. 내 삶을 바꿀 후보를 내 손으로 뽑을 권리를 넘어 내 힘으로 이웃을 대표해 의회의 의원이나 단체장으로 출마할 수 있는 권리, 선거기간 동안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권리, 어떤 정당, 혹은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할 수 있는 권리 모두 가져야 한다. 단 하나도 빠질 수 없으며, 단 하나도 빠져서는 안 된다. 이 모든 권리가 바로 민주주의와 정치적 기본권의 핵심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분노를 싣고 거리로 나선다. 내 손으로 뽑을 수도 없는 후보가 내 일상과 생활을 좌지우지하는 것 좀 그만 보고 싶다는 것이다. 본인들의 표 계산을 위해 가장 근본적인 권리마저 저울질하는 기성정치를 향해 우리는 강력한 목소리로 소리칠 것이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공직선거법을 이유로 눈치 보며 말도 못 하는 '정치적 2등시민'의 삶을 끝내고, 우리의 기본적인 참정권을 얻어내겠다는 선언이다. "청소년 참정권 전면 보장하라!"라고 외칠 우리의 구호는 단호하다.
18세 선거권도 제대로 통과되지 못했던 2018년으로부터 본질적인 것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에게 있어서 크나큰 비극이다. 그러나 우리는 18세 선거권을 위해 몇 십년을 싸워온 경험을 기억하며 청소년 참정권을 위한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유세은은 전국청소년진보연대 대표이자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 공동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