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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위성정당 사태로 얼룩진 미완의 선거제도 개혁. 선거제도개혁연대의 진단과 처방을 들어본다.[기자말]
 대선을 비롯해 총선, 지선 등에서 늘 존재해왔던 개념은 '사표론'이었다.
대선을 비롯해 총선, 지선 등에서 늘 존재해왔던 개념은 '사표론'이었다. ⓒ pexels
  
한국 대선의 고질적 병폐, 사표론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선거는 대통령선거다. 역대 선거를 비교해 봐도 비슷한 시기의 국회의원선거에 비해 투표율이 10%p에서 20%p 더 높을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크다.

대선이 이만큼 전국민적 중대사지만 국민들은 안타깝게도 선호하는 후보에게 마음 편히 투표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어 왔다. 그 원인은 첫째가 '사표 심리'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투표가 당선자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죽은 표, 사표가 될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

"너는 누구를 뽑았니?"라는 질문 속에는 한국인들이 가진 선거 결과에 대한 한 조각의 집착이 숨어있다. 그러나 당선 여부와 무관하게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유권자들이 모아준 표만큼 정치적 힘을 얻을 것이고, 다음의 선거를 준비할 수 있는 자산이 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사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회창을 뽑으면 이회창이 되지만, 이인제를 뽑으면 김대중이 됩니다."

1997년 제15대 대선에서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으로 이인제 후보에게 밀렸던 이회창 후보는 '사표론'을 들고 나와 지지율을 회복했다. 이처럼 사표론은 정치인들이 적극적으로 선거에 활용하며 실제 선거에서 막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두 번째 원인은 더 고약한 '차악론'이다. 최악의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나마 최악보다 나은 차악 후보에게 울며 겨자 먹기로 투표를 하라는 것이다. 차악론은 사표론의 더 적극적인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이제 80여 일 남은 제20대 대선에서는 특히나 차악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의혹 및 윤석열 후보의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동시 특검'에 대한 찬성은 47.6%에 이르고, 특검 자체를 반대한다는 의견은 7.6%밖에 되지 않는다. 거대 양당의 후보 중 한 사람은 대장동 사건으로 다른 한 사람은 고발 사주 의혹으로 특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절대다수인 지경이라, 대통령으로 기꺼이 뽑고 싶은 후보가 없다는 유권자가 너무도 많은 현실이다(MBN·매일경제 의뢰, 알앤써치 조사, 11월 15~17일 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우리는 왜 이런 사표론과 차악론에 시달리며 마음이 불편해야 할까? 언제까지 국민을 이런 고통 속에 방치할 것인가? 정말 쉬운 해결책이 있는데도 말이다.

해법은 있다, 결선투표제  

대통령 결선투표제. 이제는 도입해야 할 때가 됐다.

대통령 결선투표제는 통상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당선조건으로 하고, 이를 만족하는 후보가 없을 시, 득표 1위와 2위만을 대상으로 2차 투표를 실시해 최종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당선자의 대표성을 확보하고, 사표론과 차악론으로부터 자유로우며, 유권자의 소신 투표가 가능한 제도다.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는 프랑스다. 프랑스는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총선, 지방선거까지 모두 결선투표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밖에 오스트리아, 몽골, 폴란드, 러시아, 체코, 페루,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대다수 국가의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2014년 기준 88개국에 달한다.

결선투표제는 1차 투표에서 각 후보가 자신의 진정한 지지율을 알게 함으로써, 정치적 투명성을 보장한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실례로 2017년 프랑스 대선에서 마크롱은 1차 투표에서 겨우 24%밖에 득표하지 못했지만, 2차 투표에서 극우파 르 펜의 집권을 우려하는 중도우파, 중도좌파, 좌파 등의 몰표를 얻어 66% 이상을 득표했다. 당연히 마크롱은 66%의 지지를 받는 강력한 대통령이 아니라 24% 지지율의 겸손한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 결선투표제가 없는 우리는 사표론과 차악론으로 부풀려진 허구적인 높은 지지율의 대통령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진짜 다수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

1987년 군사독재 종식 이후 처음 치러진 제13대 대선은 89.2%라는 기록적 투표율 속에 36.6%라는 초라한 득표의 노태우 후보가 당선했다. 그를 지지하지 않은 대다수 국민은 민주적 절차에 의해 대통령이 됐으니 승복하고 축하해줬을까? 이런 결과를 낸 대통령 선출 과정이 민주적 절차가 맞다고 과연 인정은 했을까? 결과를 인정할 수 없고 승복할 수도 없는 이와 같은 과정이 1987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2022년 대선은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결선투표제는 절차상 2차 투표에서 적어도 국민의 절반 이상의 지지를 얻은 이가 대통령이 돼 정부를 이끌도록 제도적으로 강제한다. 대통령이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도록 함으로써, 국가권력은 민주적 정통성과 대표성을 보장받고 국민의 신뢰를 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 결선투표제의 기대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나 더 들고 싶다.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고 세대와 성별, 지역 등의 다층적 분열이 존재하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결선투표제는 국민통합에 일정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에서 제시되는 국가의 미래 비전에 대해서도, 결선투표 과정을 거치면서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안이 채택되므로 국가 운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높일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 결선투표제는 유권자인 국민에게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한국 사회의 정치적 투명성을 높이며, 국민 과반의 지지를 담보로 국가권력의 정통성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다. 또한 분열의 한국 사회에 통합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는 국민의 37%의 지지와 63%의 반대를 받은 후보가 당선될 수도 있는 선거 제도는 대한민국에서 사라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진짜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을 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양호영씨는 선거제도개혁연대 운영위원입니다.


#대통령선거#결선투표제#선거제도개혁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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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의당 성남시위원회 위원장 현) 정의당 류호정 국회의원 보좌관 현) 선거제도개혁연대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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