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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원 한 명, 상차원 두 명으로 총 세 명이 한 조가 돼 쓰레기 수거 작업에 나선다. 사진은 유필성 운전원, 윤경범 상차원, 김영일 상차원.
운전원 한 명, 상차원 두 명으로 총 세 명이 한 조가 돼 쓰레기 수거 작업에 나선다. 사진은 유필성 운전원, 윤경범 상차원, 김영일 상차원. ⓒ 월간 옥이네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 누구보다 일찍 하루를 열고 세상을 청소하는 손길이 있다. 침출수에 손을 물들이고 날카로운 금속 폐기물에 찔려가면서도, 사람 몸무게만큼 무거운 봉투를 동틀 때까지 실어 나르면서도 바지런함을 멈출 줄 모르는 얼굴들이 있다. 우리가 깨끗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이유, 환경미화원들 덕분이다.

이제는 별생각 없이 입구를 질끈 묶어 내다 버려 온 불편한 차별을 꺼내 볼 시간이다. 쓰레기 분리배출의 허술한 실상을 환경미화원의 악전고투 일과 속에서 수거할 시간이다. 충북 옥천 환경미화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환경미화원은 어째서 새벽에 일하는가?"

어스름도 채 가시지 않은 새벽 4시. 육중한 배기음을 그르렁거리며 청소차가 활동을 시작한다. 운전원 한 명, 상차원 두 명으로 총 세 명이 한 조가 돼 쓰레기 수거 작업에 나선다.

허리 높이까지 오는 발판을 딛고 운전석에 오르면 상차원들도 얼른 청소차 뒤에 '입석'해 올라선다. 원칙대로는 청소차 뒤를 걸어서 따라와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업무 시간 안에 청소를 끝마치려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상차원은 상차원대로, 운전원은 운전원대로 위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차폭을 간신히 넘긴 좁다란 골목 어귀, 조도가 낮은 가로등 밑에 생활쓰레기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청소차가 수거 장소에 정차하자 상차원들이 재빠르게 쓰레기를 차에 옮겨 싣는다. 얼핏 스무 봉이 넘어 보이던 쓰레기봉투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정차부터 정리까지 1분 남짓이면 끝. '쾅쾅', 차체를 두드려 출발 신호를 보내면 다음 장소로 이동이다. 이렇게 수십 곳을 돌아다니면 하루 '할당량'이 끝난다.

"지금은 많이 좋아진 편입니다. 2년 전까진 2인 1조로 작업했습니다. 그땐 상차원 한 명이 저 많은 생활쓰레기를 옮겨 싣다 보니 몸이 남아나지 않았죠. 지금 운행하는 압착진개차(청소차)도 지난해 새로 들여온 놈이라서 쌩쌩합니다. 2.5톤에서 3.5톤으로 처리 용량도 한 단계 높였고요. 차량 적재 용량이 적으면 수거 중에 폐기물종합처리장에 들러 비우고 와야 하니 시간 소모가 큽니다."
 
 어스름도 채 가시지 않은 새벽 4시. 육중한 배기음을 그르렁거리며 '청소차'가 활동을 시작한다.
어스름도 채 가시지 않은 새벽 4시. 육중한 배기음을 그르렁거리며 '청소차'가 활동을 시작한다. ⓒ 월간 옥이네
 
 이날 운전원으로 만난 공공연대노조 옥천지회 유필성 지부장은 차량 내부에 설치된 후방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이날 운전원으로 만난 공공연대노조 옥천지회 유필성 지부장은 차량 내부에 설치된 후방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 월간 옥이네
       
이날 운전원으로 만난 공공연대노조 옥천지회 유필성 지부장은 차량 내부에 설치된 후방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덩치가 큰 청소차 뒷면은 사이드미러나 룸미러로 살필 수 없는 사각지대다.

상차원이 후진하는 청소차에 부딪히거나 차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데다, 차체에 낀 쓰레기 파편이나 도로 위 낙하물 등이 상차원에게 튀어 오르기도 한다. 아주 잠깐의 한눈도, 가벼운 실수도 치명적이다. 

"옥천은 환경미화 업무를 모두 외부 업체에 위탁해 처리하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 환경미화원은 지자체 소속 공무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지요. 저희는 군이 아니라 위탁업체 소속 노동자여서 휴가 등으로 이런저런 인원 누락이나 정비 소요가 발생해도 예산 부족과 행정의 벽에 막혀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사실상 사람이 '땜빵'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셋이 할 일을 둘이 하며 버티고, 어지간한 차량 잔고장도 그냥 몸으로 메우고 있습니다."

자연도 이들에겐 시련이다. 기온이 선선하고 궂은 날 드문 봄·가을은 그나마 일할 맛 나는 계절이지만, 여름과 겨울은 날씨 폭탄이 이들을 따라다닌다. 여름엔 폭우로 만수위를 넘긴 하천이 언제 범람할지 몰라 불안한 마음을 안고 쓰레기봉투에 든 빗물을 짜낸다. 찌는 더위에 대량 발생한 구더기와 벌레들을 견디는 수고로움도 포함이다.

겨울엔 온 도로와 골목이 지뢰밭이 된다. 폭설에 파묻히고 진눈깨비에 첨벙거린 쓰레기 더미를 보면 한숨만 폭 나온다. 빙판에 넘어져 허리 한 번 안 삐끗해본 직원이 없다고. 게다가 블랙아이스(도로에 생기는 얇은 얼음막)가 살의를 은닉한 채 항상 바큇살에 엉겨 붙는다.

환경미화원에 대한 세상의 시선도 이들을 날카롭게 찌른다. "환경미화원은 어째서 새벽에 일하는가"란 질문에 우리 사회는 여러 가지 답변을 내놓고 있지만, '보여도 보이지 않는 청소'를 바라는 눈길이 많기 때문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환경미화원 중에는 아침에 출근해 저녁에 퇴근하는 삶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들은 청소차가 교통체증의 원인 제공자요, 주택가 소음 민원의 주범이며, 안전사고 위험이 큰 요주의 차량인 세상에 산다. 아침 출근길마다 산뜻하게 청소된 도로와 골목을 음미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렇게 산다. 

'쓰레기 폭탄'을 해체하는 것은 인간애
     
"불길이 확 솟구치는데, 소화기 핀을 뽑자마자 일단 쏟아부었어요. 아, 그때는 정말 무섭더라고요. 소리부터가 수류탄 터지는 수준으로 펑 하니 겁이 났죠. 그래도 초반에 진압을 잘해서 큰 피해는 없었습니다. 지금도 스프레이나 부탄가스 통을 보면 흠칫해요. 만약 차 내부에서 터졌다면 더 큰 사고가 됐을 겁니다."

흡사 화재 진압에 나선 소방공무원의 증언처럼 들리는 이 이야기는 지난해 윤경범 상차원이 겪은 실화다. 종량제 봉투에 섞인 부탄가스 통이 압착 과정에서 폭발해 청소차에 불이 붙은 것. 구멍을 내 가스를 빼내지 않고 아무렇게나 버린 쓰레기 하나는 자칫하면 환경미화원 여럿을 부상시키거나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폭탄이 된다.
 
 새벽부터 작업 중인 충북 옥천 환경미화원들
새벽부터 작업 중인 충북 옥천 환경미화원들 ⓒ 월간 옥이네
 
"봉투를 뚫고 나온 깨진 형광등에 손가락을 다친 동료도 있습니다. 심하게 베어 결국 수술까지 해야 했죠. 어디 형광등뿐인가요. 커터칼, 송곳이나 드라이버 같은 공구류부터 창문 유리나 주스 병 같은 것도 아무렇지 않게 종량제 봉투에 담겨 버려져요. 여름엔 라이터가 열기를 못 견뎌 봉투가 폭파되기도 하고, 폐건전지가 압착 중에 터지면서 파편을 뿌리기도 합니다. 전쟁터에요, 전쟁터."

윤경범씨와 한 조로 근무하는 김영일 상차원 역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맞장구를 친다. 재난 현장에 출동한 소방차도 아닌데 청소차 여기저기에는 소화기가 비치돼 있고, 부상에 대처하기 위해 응급구호품을 싣고 다니는 환경미화원도 있단다. 

"이게 참 처음 들으시는 분들은 어색할 수 있지만요, 우리가 가장 무서워 하는 게 게딱지에요. 아마 부상당한 원인 중 무엇이 1등이냐 고르라면 게딱지나 조개껍질이 항상 우승할 겁니다. 검은 봉투가 종량제 봉투 상단에 딱 있으면, 아주 그냥 두근두근합니다. 저 안에 분명 먹고 버린 게딱지나 날카로운 무언가가 들어있겠지..."

'국물'과는 허물없는 사이가 됐다. 음식물쓰레기를 소각로로 직행시켜 불태워 없애는 옥천식 처리법은 그 어떤 죄책감이나 거부감 없이 종량제 봉투를 하수구로 만드는 원동력이다.

그나마 '신선한' 음식물쓰레기는 좀 다행이란다. 거무튀튀할 정도로 발효된 침출수는 쓰레기를 집을 때마다 환경미화원의 옷과 손, 장갑에 그대로 인쇄돼 따라다닌다. 누군들 이런 냄새를 좋아할까만, 그저 불쾌한 기분이 문제가 아니다. 이들은 음식물쓰레기 배출 방식이 건강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위생 사항임을 항상 소리치고 있지만, 옥천의 변화는 요원해보인다.

"오히려 식당 음식물쓰레기는 문제가 적습니다. 양이 많으니 대부분 전문 업체에 맡기거든요. 일반 가정의 음식물쓰레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군에 당장 음식물쓰레기 분리 체계를 만들라고 하기도 힘들죠. 음식물쓰레기 전용 수거 차량과 재활용 시설, 수거 용기 등을 모조리 도입할 예산이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우리 이웃의 의식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말 쉬운 노력으로 사고를 상당히 줄일 수 있어요." (유필성 지부장)

환경미화원들은 누군가의 소박한 행동에 목마르다. 당장 '게딱지 함정'을 막을 방법부터가 아주 간단하다. 게딱지를 종량제 봉투 상단이 아니라 밑바닥에 넣으면 된다. 입구 부분을 들어 수거하기 때문에 설사 봉투 바닥이 뚫려도 부상 위험이 크게 준다.

오래되면 냄새를 풍기니 맨 마지막에 넣고 봉투를 묶기 마련인데, 바닥에 게딱지를 버리는 작은 성의만으로 환경미화원의 고통을 막을 수 있다. 깨진 유리창을, 다 쓴 커터칼 날을 봉투에 담기 전 신문지로 감싸는 사소한 배려면 족하다.

현장에 정말 쓸모있는 고민이 필요한 때
 
 충북 옥천에서 나온 쓰레기들
충북 옥천에서 나온 쓰레기들 ⓒ 월간 옥이네
 
 충북 옥천에서 나온 쓰레기들
충북 옥천에서 나온 쓰레기들 ⓒ 월간 옥이네
 
현재 옥천의 쓰레기 처리 과정은 이렇다. 청소차가 온다. 쓰레기들은 봉투째 압착된다. 모든 이가 의무 동참자는 아니므로, 압착 과정에서 온갖 재활용품이 차 안에 비벼진다. 다음엔 재활용품 수집 차량이 온다. 없어야 할 국물과 음식물쓰레기, 담배꽁초와 휴지 더미가 구분 없이 탑승한다.

다음 과정은 더 허탈하다. 폐기물종합처리장으로 호송된 이 쓰레기들의 종착역은 둘 중 하나다. 소각로와 재활용 분류 컨베이어벨트다. 기껏 수거해온 재활용품은 오물이 묻고 생활쓰레기와 섞여 있어 수작업으로 처음부터 다시 분류해야 한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상당수는 한 줌 재로 종말한다. 현행 방식으로는 실질적인 분리배출과 자원 순환이 불가능할 지경이다.

"몇 년 전까진 종이류를 따로 수거하는 체계조차 없었습니다. 기억나는 분이 있네요. 도시에서 옥천에 이사온 주민이었는데, 하던 대로 우유갑을 싹 씻어 차곡차곡 포개 가지런히 들고나오셨죠. 그런데 그 정성이 일반쓰레기와 함께 청소차 속에서 압착되니까 얼마나 허탈하셨겠습니까. 그때 본 그분 표정이 잊히지 않아요. 열심히 분리배출에 나선 주민조차 의욕이 떨어지게 만들면 안됩니다." (유필성 지부장)

행정의 노력이 없는 건 아니다. 분리배출 계도 기간을 정해 캠페인을 벌이기도 하고, 동네 단위로 음식물쓰레기 저감 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2018년 환경부는 종량제 종류별로 무게를 제한해 환경미화원의 노동 권익을 보호하고자 '종량제 봉투 중량 제한'을 발표했다.

옥천군 역시 '옥천군 폐기물 조례안'을 마련하면서 흐름에 동참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또 100리터 봉투 사용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올해부터 100리터 봉투를 단종하고 75리터 봉투 생산과 보급에 나섰다. 아울러 깨진 유리병, 금속 캔, 스프레이 통 등 환경미화원 부상 원흉인 불연성 쓰레기를 분리배출 하도록 일명 '마대'로 불리는 불연성 쓰레기봉투를 마트 등에 공급하고 행정복지센터에서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한계도 또렷하다. '옥천군 폐기물 조례안'에는 정작 가장 핵심인 무게 제한 기준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 기준이 지켜지길 바라는 건 과욕이다. 불연성 쓰레기봉투는 무게와 용도 제한을 명시했지만, 마트 계산원이 구매자에게 용도를 묻고 무게를 감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용량도 최대 40리터라 원 목적보단 산업·건축폐기물을 버리는 용도로 자주 오용된다. 일단 황급히 제도부터 만들면 끝나는 게 아니다. 현장에 잘 녹아들도록 실용적인 세칙을 마련하고 보수해나가는 것이 훨씬 유효하다.

"행정 편의적인 정책도 바뀌면 좋겠어요. 수거 장소에 대형 쓰레기통이 놓인 경우도 보는데, 쓰레기를 모아 한곳에 담으니 길거리에 널려 있는 것보다 보기 좋아서 설치한 것 같거든요. 그런데 위탁업체에는 집게차(크레인이 달린 청소차)가 없어 통째로 싣질 못해요. 결국 미화원이 쓰레기를 전부 꺼내서 옮겨야 해요. 시간 낭비, 돈 낭비. 현장에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주시길 바라요." (윤경범 상차원)

옥천읍 양수리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신축 시설이 하나 있다. 옛 쓰레기 수거장에 다시 쓰레기 수거장을 붙여 새로 지은 것. 하나는 재활용 전용, 하나는 생활쓰레기 전용이란다. 실제론 기존 수거장에만 쓰레기가 버려진다. 다른 하나는 정류장으로 오해받아 버스를 기다리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같은 예산으로 위험한 환경 개선에 나섰다면, 대체 인력 인건비로 사용했다면... 온갖 아쉬움이 남는다.

이 모든 모순마저 묵묵히 수거하며 매일 거리를 치우는 환경미화원들처럼, 내일은 옥천이 문제를 하나 더 주워 해결하길 바란다. 어느새 100리터 쓰레기봉투가 사라졌듯이.

월간옥이네 통권 64호(2022년 10월호)
글 김성민 사진 김성민·박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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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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