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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옥천군 이원면 장화리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
충북 옥천군 이원면 장화리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 ⓒ 월간 옥이네
 
마을 공동급식이라고 다 같은 방식으로 운영될까? 정답은 '아니다'. 마을 사정과 상황에 따라 만들어진 이유도, 운영 방식도 가지각색이다. 그렇기에 충북 옥천에서 공동급식을 운영하는 세 마을의 주민은 "마을에 필요한 방식을 고민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원면 장화리, 마을 이름인 방아실로 더 잘 알려진 군북면 대정리 그리고 동이면 석화리는 옥천에서 공동급식을 운영하거나 주민의 힘으로 공동급식소를 마련한 마을이다. 마을 어르신들의 든든한 한 끼 식사를 보장할 필요에서 출발했다는 점은 같을지라도 깊숙이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이야기는 조금씩 다른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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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면 장화리] 마을회관 공동급식

"집에서 혼자 먹는 거랑 마을회관에서 먹는 건 아주 다르지. 마을회관에서 몇몇이 차려 먹는 것하고 공동급식할 때랑은 또 차원이 다르고. 밥상에 올라가는 반찬 가짓수가 다르고, 먹는 인원만 해도 두 배씩 차이 나니까.

요즘처럼 회관에 9~10명씩 모여서 먹으니까 그나마도 먹는 거지 집에서 한 끼 먹으려면 여기 있는 사람들 그냥 물에 밥 말아서 대충 후루룩 삼키고 말어. 먹기 싫은 사람은 먹지도 않고. 우리가 매 끼니 가짓수 따져가며 찬을 마련할 수가 있나. 그러니 하루에 한 끼라도 마을 식구들이 모여서 얼굴 보며 먹으면 얼마나 좋아. 코로나19 땐 이런 게 참 나빴어." (배순예씨, 85세)

"평소 회관에서 먹을 때는 집에서들 반찬 조금씩 가져오고, 김치랑 국이랑 그렇게 한 그릇씩 먹지요. 공동급식으로 해서 먹을 땐 고기나 생선을 더해서 뷔페식으로 좀 더 풍성하게 차리고요. 이장님이 장 봐오고, 주민들이 반찬 조금씩 내놓고. 그렇게 해서 먹을 땐 사는 재미가 있지요.

당번을 정해서 운영하니까 차리고 치우기도 용이하고 사람들도 더 많이 와요. 아무리 바빠도 노인들이 차려 먹는 데 와서 먹고만 가면 민망할 것 아니에요. 마을 사람들 나와서 먹다 보면 매일이 잔치 같았어요. 안부도 묻고 얼굴도 보고 그럴 땐 밥도 더 잘 넘어가는 것 같아요. 그러니 공동급식 계속해야지." (이월순씨, 81세)

"농촌 마을에서 농번기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가 공동급식이지요. 우리 마을에서는 농번기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마을 어르신들 한 끼 식사를 책임져보자는 이야기가 일찍부터 나왔어요. 마을에서 농사짓고 땅을 일구며 살아오신 이분들이야말로 우리 마을과 이 땅을 한평생 지켜오신 분들이지 않습니까. 이분들의 한 끼 식사를 마을에서 함께 책임져보자는 의견이 있던 거지요." (장화리 강대우 이장)

현재 이원면 장화리에 거주하는 가구는 약 48가구, 이 중 80대 이상 초고령 가구가 총 16가구로 19명 정도. 대부분 홀몸 노인이다. 거동이 불편해 때마다 장을 보기도 어려울뿐더러 수입원이 마땅치 않으니 매 끼니 챙겨 먹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 이에 강대우 이장을 비롯한 마을 주민이 마을회관 공동급식 논의를 시작한 건 2018년이다.

"공동급식 전에도 마을 어른들께 식사 대접은 종종 했어요. 그때마다 '함께 모여 먹으니 사람 사는 것 같고 우리 마을 참 든든하다'고 말씀하시던 게 기억에 남죠. 주민 대부분이 농민이라 농번기에도 공동급식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고요.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보니 우리 마을에 필요한 건 사실 함께 먹고 일상을 나누는 일이 아닐까 싶었어요." (강대우 이장)

"우리 모두 마을을 지키는 사람" 마음이 모여 이뤄낸 기적
 
 충북 옥천군 이원면 장화리 강대우 이장
충북 옥천군 이원면 장화리 강대우 이장 ⓒ 월간 옥이네
 
 충북 옥천군 이원면 장화리 마을회관 공동급식을 준비하는 주민들
충북 옥천군 이원면 장화리 마을회관 공동급식을 준비하는 주민들 ⓒ 월간 옥이네
 
주민들이 말하는 장화리 공동급식 운영 비결은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장화리 주민들이 마을 어른을 각별하게 여겨 공동급식을 계획한 이유도 이와 관련이 깊다. 2018년 개심저수지에 들어설 뻔한 태양광발전소 저지 행동에 마을 어르신들이 앞장선 것이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에도 마을을 지키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보행 보조기를 이끌고 군청 앞에 나섰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까지도 콧등이 시큰해진다는 강대우 이장이다. 

"저마다 살아온 시대는 다르지만,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같은 곳에서 살아온 우리가 결국 이 마을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마음을 나누게 된 거지요. 그 소임을 일찍이 다해오신 분들이 어른들이고요. 한자리에 모여 밥을 먹다 보면요, 마을 발전을 위해 귀담아들을 의견이 많아요. 안부를 나누며 어떻게 하면 더 함께 살기 좋은 곳이 될까 자연스럽게 곱씹어보지요.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공동급식이고요. 그렇게 함께 식사하면서 진정한 마을 공동체가 뭔지 깨닫는 거죠." (강대우 이장)

장화리 주민들은 조금씩 힘을 보태 마을 공동급식의 기반을 닦았다. 기존 마을회관에서 나눠 먹던 식재료에 쌀과 무, 배추와 감자같이 상시 필요한 작물을 나눔도 해가며 자급자족의 의미도 되살리자 했다. 그렇게 2018년 장화리는 그동안 숙원하던 마을회관 공동급식을 추진할 수 있었다. 옥천군 마을 공동급식 지원 사업을 통해 식기와 주방 집기, 인건비 등을 마련한 것이다.

이때의 경험을 기반으로, 공동급식 지원 사업이 중단된 2019년에도 마을 기금 500만 원을 활용해 농번기인 4~6월에는 자체적인 공동급식을 이어 나갔다. 지원 사업은 중단됐지만, 마을에 공동급식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됐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식단표를 짜고, 식사 당번을 정해 농번기 일손의 수고로움도 덜었다. 경로당 식사 도우미로 활동하는 어르신 일자리 참여자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힘을 보탰다.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평소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에서 식사 도우미 역할을 해주시는 분이 두 분 계시긴 해요. 하지만 마을에서 운영하는 공동급식과 이 일자리 사업은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누구나 마음 편히 밥을 먹을 수 있어야 하는데, 경로당에서 어르신이 차린 밥을 먹고 곧장 일터로 돌아가는 게 마음 편한 일은 아닐 테죠. 마을 상황을 고려해 주민들의 힘으로 운영하는 공동급식은 아무래도 이런 불편함이 적지요. 정해진 당번이 있으니 마음이 편하고, 급식에 갖는 관심과 부담도 다를 수밖에요. 식단의 질은 당연하고요." (강대우 이장)

배식이 아닌 뷔페 형식으로 운영하니 잔반이 거의 나오지 않아 처리도 원활했다. 운영하는 50일간 하루 40여 명의 주민들이 얼굴을 맞대고 밥을 먹었다. 이광자(86)씨는 "매일이 잔치 같고 사람 사는 곳 같았다"며 당시를 회상한다.

"여럿이 먹으면 맛도 좋고 무엇보다 외롭지 않잖아. 혼자 먹는 것보단 훨씬 낫고. 집에선 찬물에 밥 말아 간장만 놓고 퍼먹을 때도 많아. 근데 모여앉으면 밥맛이 좋아지지. 반찬도 그렇지만, 둘러앉아 밥 먹고 안부 묻고 그냥 그 자체가 좋은 거야."

각 마을 상황에 맞는 공동급식 방식 논의해야
 
 충북 옥천군 이원면 장화리 마을회관 공동급식에서 식사하는 어르신들
충북 옥천군 이원면 장화리 마을회관 공동급식에서 식사하는 어르신들 ⓒ 월간 옥이네
 
코로나19로 마을회관에서 식사가 어려워지면서 장화리 공동급식도 주춤하는 듯 보였지만, 주민들은 함께 식사하며 쌓아온 화합의 온정을 쉽게 잊지 않았다. 방역 지침이 완화된 2022년, 공동급식을 포함한 내용으로 마을 공동체 지원사업(1단계)에 선정돼 받은 지원금으로 농번기 공동급식을 부활시킨 것이다.

"코로나19 때 가장 어려운 게 뭐였느냐 물으면 같이 밥 못 먹는 게 많이들 아쉽다고 그러시죠. 전처럼 모여서 밥 먹고 싶다고. 그도 그럴 것이 혼자 식사하실 땐 대충 물에 말아 먹거나, 김치 한 가지 간장 조금 놓고 국 하나로 몇 끼를 해결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니까요. 이런 상황을 보면서 마을 공동급식을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 여러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강대우 이장)

꼭 농번기가 아니더라도 마을 주민들이 편히 모여 밥을 먹고, 건강하고 든든한 한 끼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강대우 이장의 생각이다.

"공동급식이 확대된다면 농번기 농민이나 어르신뿐만 아니라 앞으로 마을에 이주해올 어린이 돌봄까지도 원활해지리라 생각해요. 부모가 일을 가면, 마을회관에서 할머니와 농민, 어린이가 함께 둘러앉아 식사하는 식으로요. 이런 장면이 바로 공동체의 한 장면이 아닌가 생각해 보죠.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할 수 있는 공동급식 체계가 마련돼야지요." (강대우 이장)

학교가 있는 마을에서는 학교 급식과 연계해 공동급식을 운영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 많고 한 공간에 모이기 어려운 마을에는 반찬 배달을, 다른 마을과 연계해 남는 채소 등을 맞교환하는 등 각 마을 상황에 맞춘 운영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먼저 여러 마을이 함께 목소리를 내면 좋겠어요. 옥천에도 공동급식이 이루어지는 몇몇 마을이 있고, 공동급식소가 있는 마을도 있잖아요?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서 식사도 할 테고요. 각 마을 간의 상황을 공유하고 논의하다 보면 더 좋은 방식으로 운영되리라 봅니다." (강대우 이장)

하루 수십 명의 끼니를 채우기 위해서는 마을 기금이나 주민 후원, 봉사에만 기대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 이에 장화리는 지난해부터 회관 근처 15년째 방치되던 땅을 정리해 공동텃밭을 마련, 고구마를 재배해 공동급식 기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이 텃밭에서 발생한 수익금은 140만 원가량이다.

"마을은 마을대로, 군은 군 차원으로 방안을 마련해야지요. 군에서 반찬 나눔 사업을 하기도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닿지 않는 경우도 많잖아요. 또 마을 만들기 사업이나 농번기 공동급식 등의 일시 지원이 아닌, 정말 필요한 방식의 먹거리 복지 체계 마련을 위해 마을과 행정이 구체적인 논의와 소통을 계속하면 좋겠습니다." (강대우 이장)

[다음기사] "나이 들면 소외되는 게 당연? 여기선 있을 수 없는 일" https://omn.kr/22uos

월간옥이네 통권 68호(2023년 2월호)
글‧사진 서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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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급식#옥천#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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