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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시골 사람의 도시 생활은 언제나 낯설었다. 초등학교 졸업한 이후의 삶은 늘 그랬다. 중학교 시절 후의 삶은 나와 잘 어울리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삶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어울리지 않는 듯한 도시의 삶을 정리하고 싶었다. 전형적 도시형인 아내,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시골에서의 삶이 몸과 정신을 지배하고 있었던 나, 다행히도 결혼하면서 삶은 시골 주택이었다. 소도시에서 아파트가 부족하던 시절, 개인 주택의 삶은 너무 좋았다. 뒤로는 넓은 들판이 있고, 야트막한 산이 둘러싸고 있는 주택이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눈이 오면 겨울 풍경이 아름다웠다. 

자그마한 주택이지만 나무와 채소를 가꾸는 삶은 행복했다. 맑은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살아가는 삶은 어려움도 많았다. 손수 집을 손보아야 했고, 난방 수단이었던 연탄 관리는 필수였다. 수도가 고장 나면 고쳐야 했고, 눈이 오면 치워야 했다.

모든 것을 손수 해결해야 했지만 나의 집이었고, 편안한 쉼이 있어 넉넉한 보금자리였다. 아이들을 돌보며 살아가는 삶은 즐거움뿐이었다. 몸에 스며 있는 자연과 어우러짐은 늘 가슴이 따스했다. 오랫동안 가슴에 있던 시골 생활, 이런 생활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10여 년의 시골 살이를 정리하고 도시 삶이 시작되었다. 

가난한 삶은 꼼짝없이 아파트 생활을 해야 했지만, 삶은 쉽지 않았다. 나무 한 그루 심을 수 없었고, 분재 한 개 마음껏 키워내질 못했다.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살아가기엔 너무나 힘에 겨웠다. 주차 공간도 마땅치 않은 보금자리,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10여 년을 버티어 내며 방안을 찾아야 했다. 시골에서의 삶이 두려운 아내, 새로운 터전을 찾아보기로 했다. 도시에 있는 전원형 주택이었다. 수없이 드나들던 전원주택단지, 적당한 집이 있을 리 없다. 어떻게 나에게 맞는 집이 있을 수 있을까? 하염없이 발품을 팔았다. 
              
한동안 헤맴 속에 도시형 전원주택을 찾아냈다. 4층짜리 빌라형 주택, 산으로 둘러싸여 녹지 공간이 잘 가꾸어진 곳이다. 동산 중턱에 마련되어 도시 소음과 완전히 차단되어 있었다. 아내도 흔쾌히 동의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살고 있던 아파트 두 배의 값이었다.

다만 위치와 시설은 아파트와는 비교할 수 없이 대단했다. 건설업자의 대담한 시도는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자재는 물론, 모든 시설이 최신식 시골을 닮은 주택이었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도심 속 자연주택에서 아이들 키우며 20여 년을 살았다. 세월이 주는 지루함, 여기서 계속 살 것인가? 세월은 흘러갔고 포기할 수 없는 전원의 삶이 그리웠다. 전원주택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은퇴를 생각해야 세월은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아무 준비 없이 맞이하게 된 은퇴, 집이라도 마련해야만 했다. 집터를 마련하고 가슴 속에 있던 집을 지어야 했다. 시골에 형성되어 있는 전원주택지 곳곳을 찾아 나섰다.
 
조용한 전원주택의 밤풍경  조용한 전원주택에 밤이 찾아왔다. 녹음이 우거진 전원주택의 밤은 고요하기만 하다. 가끔 찾아 오는 별빛이 있고, 뻐꾸기가 있으며 선선함만이 감도는 한적한 골짜기 속 전원의 밤풍경이다.
조용한 전원주택의 밤풍경 조용한 전원주택에 밤이 찾아왔다. 녹음이 우거진 전원주택의 밤은 고요하기만 하다. 가끔 찾아 오는 별빛이 있고, 뻐꾸기가 있으며 선선함만이 감도는 한적한 골짜기 속 전원의 밤풍경이다. ⓒ 박희종
 
마침 준비한 자전거를 타고 곳곳의 주택지를 찾아 나섰지만, 좋은 주택지를 찾기는 힘들었다. 세상에 내 마음에 드는 곳이 있다던가?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택지를 마련하고 집을 짓는 어려움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 지어 놓은 집을 사기로 마음을 바꾼 이유다. 수없이 발품을 팔기도 했지만 쉽지 않았다. 

자동차로 드나드는 사람들, 현지인들이 싫어했다. 곳곳을 누비고 다닐 수도 없다. 때마침 준비한 자전거가 대단한 역할은 했다. 시골 곳곳을 누비고 다닐 수 있고, 어느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언제나 놀이 삼아 즐길 수 있는 자전거로 전원의 입지 조건을 확인했지만, 수없이 많은 조건들이 앞을 막았다. 

집이 좋으면 동네 조건이 맞지 않고, 조건이 맞으면 집이 어색했다. 자전거를 타고 헤매기도 했고, 부동산 중계소를 수없이 드나들었다. 결론은 마음에 드는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주택 주변엔 작은 산과 물이라도 있으면 하는 마음이었지만, 찾을 수 없었다.
             
세월은 흘렀고 전원을 포기할 수 없었다. 잔디밭이 있고, 맑은 바람이 찾아오는 자그마한 집을 찾아야만 했다. 원주민과의 삶이 편리한 곳을 찾기 위한 발걸음은 끝나지 않았다. 이렇게 몇 년을 헤맨 끝이 원하던 집을 찾는 행운이 왔다. 주인이 살려고 지은 집, 정말 살려고 지은 집이었다.

안주인이 적응하지 못해 도시로 나가야 하는 사정이었다. 단란한 이층 주택이 작은 산을 배경으로 들어서 있다. 앞으로는 작은 도랑이 사철 흐르고 있으며, 원주민과는 떨어진 곳에 지어진 주택이었다. 집 앞으로는 잔잔한 잔디가 심어져 있고 갖가지 나무가 집을 둘러싸고 있다. 됐다.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하고 아내와 함께 찾아갔다.
               
많은 전원주택을 보았던 아내가 처음으로 끄덕이는 집이었다. 이층으로 지어진 집에 햇살이 밝게 찾아온다. 앞산에서 푸르른 바람이 넘어오고, 앞 도랑엔 사철 물이 흘러간다. 여기에 원주민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만들어진 전원주택이었다. 서둘러 집을 팔려는 주인과 계약을 하고 서서히 이사 준비를 했다.

세월이 흘러 명예퇴직을 한 처지, 더 미룰 여지가 없었다. 문제는 한겨울 아내의 시골 생활이었다. 어떻게 혹독한 추위를 견디어 낼 수 있을까? 할 수 없이 찾아낸 묘안, 임대 주택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임대 주택을 마련해 놓고, 혹독한 겨울에만 아파트 생활을 하는 방식이었다.               

전원의 삶은 고되지만 아름다웠다. 은퇴를 하면서 얼른 전원으로 몸을 감추었다. 사시사철 자연이 주는 혜택을 받으며 삶을 설계하게 되었다. 햇살이 찾아오고 맑은 이슬이 찾아오는 이층집이다. 푸른 잔디가 심어져 있는 정원엔 손녀가 뛰어놀고 있다. 작은 화단에는 꽃이 가득 피어있고, 작은 텃밭에 각종채소가 심어저 있다.

가끔 찾아오는 친구들과 어울려 삼겹살을 굽고, 어둑한 밤이면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바람소리와 함께 일어나는 아침,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연이 춤추는 곳이다. 여기에서 그림을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며 하루를 설계한다. 커피 향이 가득한 서재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전원의 삶은 아름다웠다.

덧붙이는 글 | 준비없이 맞이한 은퇴, 서둘러 은퇴후의 삶을 위해 준비한 전원주택의 삶이 주는 고단함과 즐거움을 서술한 이야기다.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살골살이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나름대로의 경험을 서술해 놓은 글이다.


#전원살이#전원주택#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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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무렵의 늙어가는 청춘, 준비없는 은퇴 후에 전원에서 취미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가끔 색소폰연주와 수채화를 그리며 다양한 운동으로 몸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세월따라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아직 청춘이고 싶어 '늙어가는 청춘'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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