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을 지역구에서는 강은미 녹색정의당 후보가 양부남 민주당 후보에 맞서 선거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의 서포터즈 이름은 '강풍'. 단장은 지난 2019년 부산 소재 경동건설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산재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 정순규씨의 아들 정석채씨가 맡았다.
정씨는 아버지를 잃기 전까지 17년간 방송국에서 연예인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했다. '아버지 사건' 이후 진실규명에 뛰어들었지만 '대기업을 상대로는 안된다'며 모두가 외면했을 때 강 의원을 만났다고 한다. "유일하게 경청"해 준 강 의원과 경동건설을 상대로 싸움을 시작, 지금은 "전우이자 동지"가 되었다.
부산 사람인 정씨는 광주로 가서 선거운동 중이다. "강은미 의원이 없는 22대 국회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면서 "캠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고 있다. 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8일 정씨를 만났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유족과 함께 싸운 사람, 다음 국회에 꼭 있어야 한다"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난 2019년 부산 소재 경동건설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산재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 정순규의 아들 정석채입니다. 현재 강은미 선거캠프의 '강풍' 서포터즈 단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습니다."
- 강은미 의원과는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저는 17년간 방송국에서 연예인 스타일리스트로 살아왔습니다. 그러다가 아버지 사건을 겪고 그동안 겪어 보지 못한 '외면'을 마주했습니다. 연대하고 도움을 준 분들은 늘 소수였고, 다수는 저희 가족을 외면했습니다.
경동건설은 부산·경남의 터줏대감 기업이고 제주도의 도시가스까지 독점하고 있는 곳입니다. 지역사회에도 끈끈히 소속돼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버지 일을 열심히 알렸지만 어려움에 봉착했습니다
. 저희 아버지 일을 보도하는 데 실패한 언론사 기자가 강은미 의원이 산재사망, 중대재해 문제에 관심이 많다며 연락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2020년에 강은미 의원을 만나게 됐습니다. 제 이야기를 경청해 주는 그분에게 정말 바짓가랑이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제발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모두가 대기업을 상대로는 싸움이 안 된다고 하던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이후 강 의원과 함께 국정감사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후 강 의원 보좌관이 한껏 들뜬 목소리로 경동건설 회장이 증인으로 국회에 나오게 되었다고 전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날,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후 제가 참고인으로 국회에 가기로 했지만 그마저도 취소되었습니다. 이러다 알맹이 없는 국감이 될까 걱정됐습니다.
그러자 강은미 의원이 본인 질의 시간 7분을 5분으로 줄일 테니 영상 발언을 준비하자고 하셨습니다. 그 덕에 2분짜리 영상을 통해 저희 아버지 사건을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강 의원이 '노동부와 경찰 조사 결과가 다르다'며 '재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을 때 저희 가족은 목놓아 울었습니다."
- 국감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교류하셨나요?
"그분은 늘 연대하고 투쟁하는 현장에 계셨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관계가 생겨서 스텔라데이지호 미수습자 가족분들과 평택항 사고 이선호군 아버지, 이한빛 PD 아버지 그리고 저, 강은미 의원, 이태의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같은 분들이 주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단체채팅방을 만들었습니다. 저희는 전우이고 동지인 관계입니다.
지난해 산재노동자 추모의 날(4월 28일)에 노동부가 2006년부터 공개해 오던 산재 자료 제출을 거부해 '2023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이 무산됐습니다. 2022년에는 현대건설이었는데 지난해부터는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당시 강은미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떠나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었지만 기자회견장에 오셨습니다. 당시 기자회견장에는 제 뒤로 고 김용균님 어머님이 오셨고 강은미 의원은 혼자 오셨습니다. 진심으로 함께 아파하고 같이 싸우는 그런 모습을 봤기 때문에, 저는 이 분이 다음 국회에도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선거운동, 해보니까 어떠세요?
"현재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은 물론이고 정말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고 있습니다.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요새는 아침마다 출근 인사도 합니다. 손을 흔들고 인사를 건네면, 그냥 지나가시는 분들도 많지만 어떤 분들은 손을 흔들어주십니다. 그럴 때마다 정말 뿌듯합니다.
강은미 의원과 함께 경로당에 가서 인사를 드릴 때, 산재 유가족이라고 소개하면서 유가족과 약자들 편에 있는 강 의원을 지지해 달라고 말씀드립니다. 제가 광주에 내려와 있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면 어르신들 태도가 바뀝니다. 손을 꼭 잡아주시면서 애쓴다고 말씀해 주십니다. 그런 따뜻함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캠프에서 함께 하는 분들과의 시간도 소중합니다. 이번에 좋은 사람들도 많이 알고 갈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싸우는 유가족으로서 계속해야 할 싸움이 있습니다. 경동건설 측이 저희 아버지가 작성했다고 제시한 '관리감독자 지정서'가 필적 감정 결과 저희 아버지가 작성한 게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사문서 위조'와 관련된 기자회견을 앞두고 함께 탄원해 줄 분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기자회견 날짜는 선거 때문에 일부러 총선 이후로 잡았습니다.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주가량의 남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강은미 의원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정석채씨가 말한 탄원서 관련 내용은 다음 링크(https://url.kr/58h6sn)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