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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원 용산구 보건소장. 지난 2022년 12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모습.
최재원 용산구 보건소장. 지난 2022년 12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모습. ⓒ 남소연
   
이태원 참사 현장에 실제보다 30분 이상 일찍 도착했다고 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최재원 용산구보건소장 재판에 17일 한 현직 보건소 직원이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로만 일관했다. 최 소장이 여전히 현직을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부하 직원들의 법정 증언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마은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 소장의 공전자기록위작·행사 사건 재판에는 현재 용산구 보건소에 재직하고 있는 배아무개 주무관이 피고인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배아무개 주무관은 참사 이튿날인 2022년 10월 30일 오후 문제의 보고서가 허위로 작성됐을 때 보건소 사무실에 있었던 인물이다. 그는 상사인 김아무개 팀장으로부터 신속대응반 등의 현장 도착시각을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은 뒤 박아무개 주임 등 실무자들에게 전화를 돌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배아무개 주무관은 법정에서 박아무개 주임과 전화를 했던 사실 자체만 기억날 뿐, 통화한 결과 현장도착 시각을 알아냈었는지, 또 그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했는지 여부 등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배아무개 주무관이 검찰 측의 거듭된 질문에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만 하자 급기야 재판부가 나서 "그래도 기억을 한번 더듬어보라"고 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아니, 일반적으로 우리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면, 시간이 좀 지났더라도, 세세한 얘기는 기억이 나질 않더라도 어떤 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그 목적이 달성됐다'거나, 전화를 했는데 '그 사람은 통 모르고 있더라'거나 뭐 이런 감각은 있지 않나"라고 했다. 그러나 배아무개 주무관의 답변이 달라지진 않았다.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TF의 강솔지 변호사는 재판 직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재판부에서도 의문을 표했듯이 자세한 대화 내용까지는 기억이 안 난다 하더라도, 상사의 지시로 출동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는데 원하는 내용이 확인됐는지 안 됐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조직에서 계속 생활을 해야 하는 공무원 입장에서 진술을 잘못했다가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두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보건소에 근무하는 이들이 법정에 와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데, 이런 것도 증인으로 법정에 나온 공무원들의 진술에 압박이 될 것"이라고 했다.

"허위라는 인식 없었다"… 거듭 혐의 부인한 최재원 용산보건소장
  
 이태원 참사 당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의 모습.
이태원 참사 당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의 모습. ⓒ 권우성
 
최 소장 측은 이날 공판에서도 "(보고서 상) 2022년 10월 29일 23시 30분에 현장 도착했다는 문구가 허위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없었고, 사무를 그르치게 할 목적도 없었다"면서 재차 혐의를 부인하는 모습이었다.

최 소장이 실제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참사 발생(2022년 10월 29일 오후 10시 16분) 후 2시간 가까이 지난 2022년 10월 30일 오전 0시 6분이었다. 하지만 ▲이태원 사고 관련 출동결과보고서(2022.10.30) ▲핼러윈데이 이태원 사고 관련 출동 및 근무보고서(2022.10.30) ▲이태원 사고 관련 보건소 신속대응반 출동결과 보고(2022.10.31) ▲국회의원 요구자료 답변서 제출(2022.11.4) ▲현장응급의료소 운영일지(2022.11.14) 등 총 5건의 보고서에는 최 소장의 현장 도착시각이 2022년 10월 29일 오후 11시 30분으로 허위기재 돼있다.

최 소장의 현장 도착시각이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이태원 참사 당시 그가 재난의료 컨트롤타워였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매뉴얼'에 따르면, 최 소장은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응급의료대응 책임자로서 환자를 분류하고 응급처치, 환자 이송을 지휘했어야 한다.

[관련기사] 응급의료 '컨트롤타워'가... "이태원 도착시간? 중요한 사안 아니었다" https://omn.kr/2741c

#이태원공판기#이태원참사#이태원#최재원#용산구보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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