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 장마가 끝나고 있다. 장마 뒤 태풍 개미가 걱정이었지만 다행인지 불행이지 중국 쪽으로 방향을 틀어 우리나라는 간접 영향만 받고 있는 듯하다.
이번 장마 기간 지역마다 크고 작은 홍수 피해를 입었다.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피해. 이런 피해는 4대강사업만 하면 모두 사라진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기성 공약이 떠오른다.
장마가 가져다 준 팔현습지의 명과 암
대구의 3대 습지이자 빨리 국가습지로 지정해 누대로 보전해야 할 금호강 팔현습지도 긴 장마 끝에 여러 가지 피해를 입었다. 습지 안에 든 시설물이 파손되고, 나무들이 쓰러지고, 떠밀려온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널렸다.
하천변에 편의 시설들을 자꾸 설치했는데 이런 시설물은 하루빨리 치우는 것이 옳다. 피해가 해마다 반복되고 더 커지기 때문이다.
아직도 쓰레기를 하천으로 투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장마에 큰 하천으로 모여들었다. 언제까지 이런 쓰레기들을 보아야 할까. 우리 인간들이 깊이 반성해야 한다.
하천변 파크골프장 같은 시설도 참 문제다. 장마나 태풍이 몰아치면 어김없이 침수되는 이런 시설을 세금을 들여 하천변에 세워 피해를 유발하고 그것을 복구한다고 또 세금을 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세금을 허투루 쓰는 이런 일을 막아야 한다.
폭우를 동반한 긴 장마는 이렇듯 다양한 피해를 일으켰다. 그러나 좋은 점도 있다.
우선 하천이 깨끗해졌다. 인간이 버린 각종 오물로 부영양화가 된 강물이 일거에 쓸려 내려가면서 수질이 좋아졌다. 탁수만 가라앉으면 거의 계곡 같은 청청수가 흐른다. 하천이 가장 깨끗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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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현습지는 잠자리들의 나라 장마 뒤 팔현습지의 식생이 새로 새팅이 되고, 그 위를 수천수만의 잠자리들이 날고 있다. 시나브로 팔현습지는 잠자리들 세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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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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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천을 뒤덮었던 풀들이 큰물에 대부분 지고 새로운 식물들이 돋아난다. 이에 따라 다양한 곤충들도 몰려든다. 지금 팔현습지는 잠자리들의 세상이다. 수천 수만의 잠자리들이 장마 뒤 새로워진 팔현습지 창공을 가르며 날고 있는 광경이 장관이다.
신의 장엄과도 같은 팔현습지의 황홀한 일몰
무엇보다 이번 장마에 팔현습지는 너무 근사한 경관을 우리에게 선사해주었다. 난생 처음 만나는 장엄한 일몰을 팔현습지에서 만난 것이다. 학창 시절 배운 영미 자연주의 시인의 '신의 장엄'이라는 시가 절로 떠오르는 광경이었다.
팔현습지에 드리운 그 검붉은 빛깔의 일몰은 절대 잊을 수가 없다. 자연이 주는 위대한 선물이란 소리가 절로 나오는 풍경. 이것이 이번 장마가 안겨준 팔현습지의 최대 선물이 아닌가 싶다.
이렇듯 폭우를 동반한 장마는 우리 생활에 크고 작은 피해를 안기기도 하지만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인간들이 내지른 오물을 일거에 쓸어가 버리는 순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장마에는 명과 암이 있다.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할 뿐이다. 하천변 파크골프장과 그 부대시설 같은 이상한 시설을 더이상 들이지 않고, 쓰레기를 하천으로 더는 투기하지 않은 양심을 지닌다면 장마는 하천에 필요한 연례 행사가 된다. 그것도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해 주는 강력한 빛깔로 남게 된다. 그러니 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하천에서의 장마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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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현습지의 일몰 금호강 팔현습지에 드리운 일몰. 빛깔이 환상적이다. 신의 장엄이란 시가 절로 떠오르는 광경이다. 장마가 안겨준 대자연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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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대위'와 천주교 대구대교구 생태환경위원회에서는 오는 27일 토요일 오전 11시에 팔현습지 현장에서 팔현습지와 뭇생들을 위한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하고, 이후 팔현습지 장마 쓰레기 대청소를 한다고 한다. 인간들이 버린 오물을 인간 스스로 치우는 행사다(문의: 010-2802-0776).
덧붙이는 글 | 가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