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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청문회에서 이 위원장의 문제점이 많이 드러났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을 비웃듯 바로 임명했다. 그리고 이 위원장은 임명된 날 공영방송 이사진을 교체했다. 야당은 이에 반발해 방통위 2인 체제 위법성을 주장하며 탄핵안을 발의했다.

탄핵안이 발의되면 전임 위원장이 그랬듯 이진숙 위원장도 사퇴할 거란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사퇴하지 않았고 탄핵안은 통과되었다. 이에 대해 의견을 듣고자 5선으로 과방위 소속인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난 7일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다음은 정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이진숙, 출세욕과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눈멀어"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 정동영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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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만에 국회 돌아오셔서 2개월이 지났는데 어떠세요?
"약간 낯선 풍경이에요. 국회 모습은 그대론데 지금 과연 우리가 촛불 혁명을 거친 정부와 국회의 모습인가란 거예요. 그래서 안타까운 점이 많죠."

- 이유가 뭘까요?
"물론 역사는 직진이 아니고 뱀이 가는 길처럼 구불구불 간다고 하지만 너무 퇴행이 심한 것 같아요. 그리고 지난 4월 총선에서 주권자인 우리 국민이 뭐라고 명령했어요? '지금, 윤석열 정부가 하는 국정 방향은 틀렸고 바꿔라'라고 명령해서 그 명령 받들기 위해 야당은 계속해서 주장하는 것인데 지금 윤 정부는 '너희는 그렇게 주장하느냐. 나는 내 갈 길을 간다'고 마이웨이 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죠. 그 과정에서 부서지는 건 국익이고 또 초래되는 건 국민의 불행이어서 그 점이 안타까운 거죠,"

- 상임위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잖아요, 과방위 얘기하죠.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결국 탄핵을 당했죠.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하는데 기각이나 각하로 나올 경우 이 위원장에게 날개 달아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지금 헌법재판소가 보수 성향 판사 다수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죠. 그러나 그거와 상관없이 이진숙씨를 방통위원장에 임명한 것은 최근 독립 기념관장을 친일파에 가까운 사람 임명한 것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진 인사였어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이것이 윤석열 정부 몰락의 신호탄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 그러나 탄핵이 기각되면 역풍이 불지 않을까요?
"국회로서는 국민들이 준 입법권을 행사한 것이고 또 헌재는 나름대로 또 헌재라는 시스템을 통해서 자기들이 판단한 것이기 때문에 어떤 판단이든 둘 다 존중해야 되는 거죠."

- 이진숙 위원장 인사청문회는 어땠나요?
"이진숙 A 이진숙 B로 나눠서 봤는데 이진숙 A는 내가 아는 이진숙이에요. 중동 전문 기자로 내가 아끼고 사랑했던 후배 기자였고, 이진숙 B는 권력에 포획돼서 완전히 방송 장악의 선봉장이 돼 있어서 굉장히 낯설은 장면이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이진숙 A가 이진숙 B로 바뀌었는가 그 점을 계속 파고들었던 거죠."

- 의원님은 같이 기자 생활 했잖아요. 기자 이진숙은 어떤 인물인가요?
"이라크 전쟁을 보도하면서도 강대국 편향적인 시각은 안 된다는 생각을 가졌고 또 전쟁으로 참혹한 피해 당하고 있는 이라크 민중들에 대한 연민 안타까움을 느끼는 양식이 있는 기자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노태우 정부 말기 MBC 노조를 파괴하려고 했을 때 거기에 저항해 전방에서 투쟁했던 아주 참 노조원이었다고요. 그래서 이진숙 기자에 대해 제가 아끼고 사랑했던 기자라고 말한 건 중동 전문 기자로서의 그런 능력과 노조 지키기 위해서 투쟁했던 그의 경력을 높이 평가했던 거죠."

- 그러면 왜 바뀌었을까요? 이진숙 위원장은 세계관이 바뀌었다고 하잖아요.
"세계관은 그렇게 쉽게 바뀌는 게 아니에요. 본인은 노조가 투쟁하면서 사람들에게 소금 뿌리고 아주 극렬한 행동 하는 것에 대해 노조에 대한 시각도 바뀌고 세계관도 바뀌었다고 했죠. 하지만 본인도 단식 투쟁까지 하면서 노조를 사수하겠다고 했던 강성 노조원이었는데 노조 파괴의 선봉으로 들어서기에는 그 이유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죠.

중요한 건 뭐냐 2010년 3월에 이명박 정부가 MBC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서 김재철이라는 사람을 사장으로 내려보내요. 김재철 사장이 와서 내 말 잘 듣고 수행할 도구를 찾는 거예요. 그때 발탁된 사람이 이진숙 위원장이에요. 그때 워싱턴 특파원 마치고 돌아와 보직도 없이 근무하고 있던 이진숙 기자를 국장으로 발탁하고 본부장으로 승진시키고 벼락출세 시킨 거예요. 그러면서 사람이 180도 바뀌고 이진숙 B가 탄생하는 거죠."

- 그러면 의원님 보시기에 이진숙 위원장의 가장 문제는 뭐라고 보세요?
"사람이 자기 양심을 속일 수는 없잖아요. 자기 세계관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세계관이 바뀐 게 아니라 본인의 출세주의 출세욕과 권력에 대한 욕망이 완전히 눈을 멀게 한 거죠. 그래서 5·18을 폄하하고 또 이태원 참사 기획설을 얘기하고 세월호를 폄하하고 하는 극우적 운동을 하게 된 거죠. 그래서 탄핵을 당했어도 버티고 헌재에서 기각 당하면 내가 날개 달 것이란 망상을 하는 거로 생각합니다."

- 이동관 전 위원장이나 김홍일 전 위원장은 탄핵이 발의되면 바로 사퇴했는데 이진숙 위원장은 아니었죠. 이유를 뭐로 보나요?
"이동관씨가 KBS 사장을 바꾸고 나갔어요. 김홍일씨가 YTN을 팔아넘기고 갔단 말이에요. 이제 남은 건 MBC 사장 바꾸는 건데 MBC 사장 바꾸는 MBC 이사진을 이 위원장이 바꿨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KBS, YTN, MBC 다 끝났어요. 그러니까 버틸 수 있는 거죠."

- 법인 카드 문제는 어떻게 보세요?
"본인이 자료 낸 것만 한 7~8년에 걸쳐서 6억 원을 썼어요. 내가 장관과 당 대표 해봤는데 돈을 이렇게 써본 일이 없어요. 본인이 사적인 용도로는 만 원도 안 썼다고 했어요. 너무도 뻔한 거짓말이죠. 핵심은 뭐냐 하면 공사 구분 못 한 거예요. 본인은 대전 MBC 영업활동을 했어요. 그것도 양심 불량이에요."

- 왜요?
"(이진숙 위원장이) 노조 파괴 선봉에 선 공로로 워싱턴 지사장 했어요. 워싱턴 특파원은 모든 기자의 선망이고 꽃인데 특파원 갔다 오고 지사장까지 한 거예요. 이중의 혜택이죠. 지사장 갔을 때 방송문화진흥회 MBC 방문진 이사장으로부터 전화 받아요. 서울 MBC 사장으로 만들어줄 테니 들어오라고요. 그래서 들어오고 워싱턴 지사장 신분인데 MBC 사장 공모에 공모해요. 그러나 떨어지고 안광한씨가 됐어요.
그 후에 대전 MBC 사장 가잖아요. 그 목표가 뭐겠어요? MBC 본사 사장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1년에 100번 넘게 서울을 와요. 근데 전임 사장들은 1년에 잘 와야 20~30번 와요. 와서 흥청망청 누구를 접대하느냐면 방문진 6명의 여권 이사가 접대 대상이에요. 그 표를 얻으면 다음에 사장이 되는 거니까요. 그건 공적으로 쓴 거예요? 그것만으로도 이미 자격 없어요."

- 방문진 이사진을 교체했잖아요. 그건 어떻게 보세요?
"지금 거짓말 하고 있어요. 이진숙, 김태규 두 사람이 투표했다는 거 아니에요? 나는 이게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봐요. 그래서 청문회에서 국민을 향해 거짓말한 것에 대해 밝혀낼 필요가 있습니다. 투표한 게 아니고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져온 명단으로 방망이 쳤다고 우리는 파악하고 있어요. 전부 83명이거든요. 후보자가 면접도 없이 1시간 만에 했어요. 이건 절차적 정의를 위반한 거죠."

- 방통위 2인 체제에 대해 국민의힘은 민주당 책임이라고 헤요, 추천 민주당이 안 하니 2인 체제라는 건데.
"말이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최민희 위원을 추천했는데 7개월 7일 동안 임명하지 않은 채 2인 체제로 운영했던 이동관 위원장이 있었을 때는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2인 체제'라고 하는 말도 사실은 말이 안 됩니다. '체제'는 '시스템'입니다. '시스템'이 아니고, 지금 2명만 들어온 것이고, '2인 구성체'라는 말이 적절할 듯싶습니다."

"제2부속실 만든다고 그동안의 일 없어지진 않아"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정동영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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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전이긴 합니다만 의원님은 스타 기자 출신이잖아요. 기자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의 언론관은 어떻게 보세요?
"(언론을) 정권의 선전 매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언론의 핵심은 권력 비판이거든요. 언론은 원래 불편한 거예요. 불편한 언론과의 동거가 바로 권력과 언론의 관계인데 이걸 못 참는 것 같습니다.

윤 대통령이 초반에는 이른바 도어스테핑 했죠. 직접 언론과 소통하고자 하는 시도는 아주 멋있고 좋은 시도였다고 봅니다. 그런데 거듭된 실수로 인해 문 닫았는데 결정적인 건 '바이든 쪽팔려서 어쩌냐'라는 거죠. 그때 여당에서도 상식을 가진 정치인들은 깔끔하게 사과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록위마의 길을 선택했어요. 사슴을 가리키면서 말 맞지 맞지 말이라고 안 하는 놈은 다 처형해라고 한 중국의 고사잖아요. 그것은 국민을 우습게 본 거죠. 거기서 잃어버린 것은 신뢰입니다. 신뢰를 잃으면 위험해지는 거예요. 거기서부터 위험해졌다고 보는 거예요."

- MBC 민영화 얘기가 윤 정부 출범 이후 계속 나와요, 정부 주장은 1공영 다민영이 세계적 추세라는 건데.
"이 정부의 관심은 1공영 다민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MBC에 재갈 물리는 것이고 입틀막 하는 데에 관심이 있는 거예요. 그런데 민영화는 불가합니다. 왜 불가하냐면 MBC는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라서 설립된 방문진이 70% 대주주예요. 근데 국회에 지금 국민의힘은 108석을 갖고 있는데 방문진법을 자기들이 바꿀 수 있나요?"

- 지금 야당이 법안 통과시키면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하는 게 무한 루프처럼 반복되고 있잖아요, 치킨 게임처럼 강대강으로 부딪히기만 하면 남는 게 없을 것 같거든요. 이 부분 어떻게 보세요?
"이 과정에서 국가의 미래가 부서지고 국민이 손해를 보고 있어요. 그래서 빨리 정치를 복원해야 합니다. 오늘(7일) 아침에 AI 모빌리티 조찬 포럼하고 나서 우리 방에서 몇 분 모여 얘기하는 가운데 이런 얘기도 나왔어요. 계속 거부권만 행사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예를 들면 야당이 지역 상권 살리자는 건 일리가 있는 거니까 그러면 25만 원씩 주는 게 13조가 들어가는데 그거 절반만 주고 절반은 AI 지원하는 데 절반 쓰자고 제안하면 어떠냐는 얘기도 나왔어요. 그런 것도 대화 해볼 거리가 되는 거죠."

- 지금 중요한 게 채 상병 특검법이잖아요. 그건 방법이 있을까요?
"지금 한동훈 대표가 얘기한 제3자 특검 있죠. 특검답지 않은 특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 야당이 비토권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이라면 제3자 특검도 받아도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개인적 생각이에요."

-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 추천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하던데.
"사실 채 상병 특검이 아니라 이건 윤석열 특검이기 때문에 이 정권 쪽 냄새가 나는 특검은 안 되는 거죠. 그러나 정치를 복원하기 위해 제3자 특검도 한번 검토 해볼 필요가 있어요."

- 지금 모든 이슈가 김건희 여사로 모이는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보세요?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면 인사 개입을 비롯해서 국정 개입이 심각한 상황인 것 같아요. 그래서 김건희 특검을 주장하는 거죠."

- 국정농단으로 볼 수도 있을까요?
"이런 게 증거가 나오면 국정농단이죠. 김건희 여사는 국민이 선출한 게 아니잖아요. 그냥 개인이죠. 그런데 어떻게 해서 중요 인사에 개입하고 주요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했다면 그것이 국정농단이죠."

- 제2부속실 설치한다고 하는데 그건 어떻게 보세요?
"제2부속실은 임기 초부터 했었어야죠. 그리고 그동안 저질러놓은 일이 제2부속실 만든다고 다 덮어지는 건 아니죠."

- 지난달 김건희 여사가 검사 수사 받은 건 어떻게 보세요?
"법 위에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민주공화제는 무너진다고 이원석 검찰총장이 한 말이 저는 핵심이라고 봐요. 근데 조사하러 간 검사들 휴대폰 다 뺏으면 김건희씨가 검사들을 수사한 거잖아요."

덧붙이는 글 | '전북의소리'에 중복게재 합니다


#정동영#이진숙#방송장악#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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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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