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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 GGM지회 김진태 지회장의 명찰.
 금속노조 GGM지회 김진태 지회장의 명찰.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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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3년 3월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이 본인의 SNS에 쓴 글
 지난 2023년 3월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이 본인의 SNS에 쓴 글
ⓒ 김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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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오는 26일로 예정된 가운데 김 후보자의 과거 행적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중에서도 노동 문제에 대한 인식 관련 논란이 거세다.

김 후보자는 경사노위 위원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3월 광주글로벌모터스(아래 GGM)에 방문한 후 "감동을 받았다"며 "노조가 없다. 현장에서 핸드폰은 보관하고 사용할 수 없다. 평균임금은 4천만 원이 안 된다(현대·기아차의 40% 정도)"라고 칭찬했다.

김문수 전 위원장의 고용노동부 장관 지명에 대한 GGM 노동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최근 노동조합이 없다던 GGM에 노동조합이 조직됐다. 지난 7월 금속노조에 가입한 금속노조 GGM지회 김진태 지회장은 "저희 노조는 김문수 후보자 덕에 조직된 거나 다름없다"고 했다.

21일, 금속노조 GGM지회 김진태 지회장을 인터뷰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김 후보자가 회사 다녀간 후 노조 결성 앞당겨져"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금속노조 GGM지회 김진태 지회장입니다. 저희 노조는 지난 1월 19일에 기업노조로 출발했습니다. 이후 제2노조와의 통합을 거쳐 지난 7월 8일 금속노조 산하 단일 노조로 출범했습니다. 저는 단일노조 지회장으로 선출됐습니다."

- 노조 결성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입사 당시 여긴 '광주형 일자리'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련된 상생형 사업장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근무해 보니 심각한 현장 탄압이 성행하는 고강도, 저임금 사업장이었습니다. 휴대폰을 걷는 등, 상생과는 거리가 먼 구조였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노동자가 퇴사했습니다.

일각에서는 GGM은 노조를 만들면 안 됐던 곳이었단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회사에 입사하는 과정에서 상생협의회가 노조 역할을 한다는 말은 들었어도 노조를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은 들어본 일이 없습니다. 현재 저희 노조에는 현장직 500여 명 중 40%도 넘는 200여 명이 가입해 있는 상황입니다. 통합 출범이 지난달의 일이었으니, 올해 안에는 과반 달성이 확실시됩니다."

- 최근 사측에게 징계를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공장 라인에서 가끔 나오는 빈 공간을 '공피치'라 합니다. 이때 노동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에 쉬어야 합니다. 일할 땐 움직일 때보다 가만히 있을 때 더 힘듭니다. 그래서 현장에 공피치가 나왔을 때 잠시 쉴 수 있는 의자를 비치했습니다. 전임 부서장과 협의해서 한 일입니다. 그런데 신임 부서장이 의자를 치우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부서장에게 '왜 치워야 하느냐'고 물었고, 의자가 없으면 피로도가 누적된다고 항의했습니다.

저는 GGM 상생협의회 위원 6명 중 1명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상생위원이든 지회장이든 찾아오지 말라'는 말만 돌아왔습니다. 이에 업무가 끝난 후에 '노동자 탄압, 부서장은 물러나라'고 항의했는데 명예훼손을 이유로 징계위가 열려 정직 1개월 및 보직해임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에 노조는 엄중히 항의했고 노동위 구제신청 예정입니다. 노동자의 피로도 누적은 사측의 이익에도 악영향을 주는데 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 김문수 후보자 지명 후 GGM 관련 발언이 논란입니다.
"김 후보자가 회사에 다녀간 후, 현장 상황이 더욱 열악해졌습니다. 사측은 사원들에게 김 후보자의 칭찬을 좋은 사례처럼 언급했고, 휴대폰 검사도 강화했습니다. 사측은 휴대폰 수거는 자발적인 규정 준수와 자율적 보관으로 관리한다고 하지만 하루에 2번씩 검사하고 적발될 경우 다른 그룹으로 전출시켰습니다. 경고장도 발부했습니다.

지난 사건은 저희 회사의 태도를 바꾼 계기가 됐습니다. 덕분에 저희 노조의 청년 조합원들은 김 후보자의 행적은 잘 몰라도 그가 SNS에 쓴 글은 다들 읽어봤습니다. 이 사건의 아이러니는 김 후보자가 다녀간 후 사측의 탄압이 거세진 탓에 노조 결성이 앞당겨졌다는 점에 있습니다. 사측은 김 후보자 방문 전에는 '노조를 만들어도 파업을 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김 후보자가 다녀간 후 '노조를 만들면 안 된다'는 기조로 나왔습니다. 이에 대한 반발이 결집된 덕에 저희 노조는 순식간에 조직률 40%를 달성했습니다."

 GGM 사측이 휴대폰 소지자에게 발행한 경고장.
 GGM 사측이 휴대폰 소지자에게 발행한 경고장.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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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균임금 4천만 원에 대한 언급도 있었습니다.
"저희들은 이곳은 저임금이 아닌 사회적 임금을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입사했습니다. 주거, 의료, 교육을 지원해 준다는 건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입사 전 약속된 주거 지원의 경우, 금방 될 것처럼 이야기됐지만 아직 착공조차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2029년쯤에나 제공된다고 합니다. 이에 현장직은 주거 지원 명목으로 월 30만 원을 받고 있습니다. 원룸도 얻기 어려운 금액입니다. 의료의 경우 2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비를 지원해 줍니다.

교육은 더 황당합니다. 저희 회사엔 어린이집이 있습니다. 그런데 650여 명에 달하는 전 사원의 자녀 중 이곳의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아동은 2명뿐입니다. 저희는 오전 7시 30분에 업무를 시작합니다. 회사엔 적어도 7시엔 도착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아이까지 데리고 출근하려면 적어도 5시 30분에는 기상해야 합니다. 저희 공장은 전남 함평에 있는데 노동자 대부분은 광주에 살기 때문입니다. 평균 출근 시간만 생각해도 '그림의 떡'같은 지원입니다.

광주시가 GGM의 대주주라고 하길래 믿고 입사했는데 급여는 낮고 사회적 급여는 현실적이지 않았습니다. 지난 4년간의 GGM 퇴사자가 200명도 더 되는 근본적 이유입니다. 저는 지난해 주 49시간 노동했고, 연말 정산 때 보니 제 연봉은 4250만 원이었습니다. 경력직으로 들어왔음에도, 이게 현실입니다.

저희 공장은 설비 자동화율이 다른 완성차 공장에 비해 떨어지는 상황이라 사람이 직접 하는 일이 많습니다. 편성률(생산 시간 중 실제 작업시간의 비율)은 80% 후반대에 달합니다. 현대·기아차는 60%대입니다. 다른 곳에 비해 더 힘들게 일하고 낮은 임금을 받는 저임금, 고강도 노동 현장인 것입니다. 김 후보자가 대체 어디서 감동을 느꼈는지 모르겠습니다. 2030청년들이 완성차 공장에서 주 50시간에 가까운 고강도 노동을 하면서 월 200만 원대 초반의 실수령액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게 감동적입니까? 모두가 이직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가 볼 때 여기에 감동은 없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정치와 별개로, 노동장관은 노사관계 발전에 대한 기본 소양은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조에 대해 합리적 수준의 인정은 하고 대화 상대론 생각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노조가 없어서 감동이라는 후보자를 보니 참, 걱정스럽습니다.

저희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화의 상징인 광주시가 최대주주인데 선진적인 문화를 만들긴커녕 오히려 더 열악한 부분도 많습니다. 사측은 황당한 사유를 들어 저희의 교섭 요청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조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진 장관이 지명돼 우려스럽습니다."

 금속노조 GGM지회 김진태 지회장
 금속노조 GGM지회 김진태 지회장
ⓒ GGM 지회 측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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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글로벌모터스#김문수후보자#김문수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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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일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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