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십시오, 이게 우리나라 법입니까, 도와주십시오..."
23명이 숨진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와 관련해 구속 기소된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국회 동행명령장 발부에도 국정감사에 불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또다시 밝혔다. 그 시각 유족들은 국회 앞에서 피켓을 들고 절규했다. 앞서 수사와 재판을 이유로 국정감사 출석을 거부했던 박 대표는 현재까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종합감사에 출석하지 않은 상태다(25일 오후 4시 기준).
"도와주십시오" 울부짖어도 박순관 또다시 '불출석'
환노위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이날 공개한 박 대표의 불출석 확인서를 보면 박 대표는 "국회 환노위에서 본인(박순관)에게 발부한 동행명령장을 수령했으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불출석한다"라며 그 사유로는 "기제출한 불출석 사유와 동일하다"라고 밝혔다. 해당 확인서는 환노위 종합감사가 진행되는 25일 작성된 것으로 수원구치소장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
박 대표는 앞서 22일 안호영 환노위원장에게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에서 "저는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와 관련해 현재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수원구치소에 구속 수감 중이며 10월 21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또 경기남부경찰청에서는 관련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현재 저에 대해 진행 중인 재판과 수사가 이와 직접 관련된 내용인 만큼 답변을 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국회에서의 답변 내용이 향후 수사 및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따라서 제가 증인으로 출석하더라도 본건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을 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임을 양해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당초 박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았던 환노위는 나중에 박 대표를 추가 출석요구 증인 명단에 포함했으나 박 대표는 불출석 의사를 밝혀왔다. (
관련 기사: '23명 참사' 아리셀 대표, 환노위 국감 막판에 부른다) 이에 환노위는 박 대표가 불출석 사유서를 보내온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박 대표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25일 오전 내내 환노위 국정감사장에 박 대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리셀 참사 유가족은 이날 점심 국회 정문 앞에서 '23명 목숨을 빼앗은 살인자 박순관을 엄중 처벌하라', '고인과 가족에게 사과 한번 없었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했다. 한 유가족은 국회를 오가는 사람들을 향해 "아이들이 냉동실 창고에 있습니다", "도와주십시오"라며 울면서 외치기도 했다.
불출석 고발 요청... 환노위원장 "양당 협의로 알려달라"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와 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불출석 사유서에 언급된 형식적 사과는 진정한 사과가 아니다. 박 대표는 언론 앞에서만 대국민 사과를 했을 뿐 정작 사과받아야 할 희생자 유족들에게 직접 사과하지 않았다. 구치소를 찾아 사과를 받기 위해 접견을 신청했지만 박 대표는 그조차 거부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른 아침부터 일말의 기대를 갖고 농성장을 떠나 국회를 찾은 유족들은 오늘까지 박순관을 대면할 수 없었다"라며 "우리는 아리셀 참사의 주범인 박순관의 죗값을 철저히 물을 것이며 제대로 사과를 받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주영 의원은 이날 오후 속개된 국정감사에서 "박순관 대표이사가 국회 동행명령 집행에도 불구하고 불출석했다. 이는 국회 모독을 넘어 아리셀 참사로 목숨을 잃은 23명 노동자들과 그 유가족에 대한 모독"이라며 "박순관 증인의 국감 불출석과 관련해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고발해 주실 것을 위원장께 요청드린다"라고 말했다. 안호영 환노위원장은 "고발 여부에 대해 양당 간사가 의원들과 협의해 결과를 알려주시길 바란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