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씨가 2022년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해 컷오프 예정이던 김진태 당시 예비후보(현 강원도지사)를 자신이 살렸다고 말하는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특히 이 녹음파일의 명씨 발언 중엔 김 여사로 추정되는 '사모님'도 등장한다.
더불어민주당은 21일 오전 녹음파일 5개를 공개하며 "2022년 지방선거 공천이 논의된 4월과 선거 직후인 6월 중순에 명씨가 김영선 국민의힘 전 의원실 회계담당자인 강혜경씨와 제3자 등 지인과 대화한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라고 밝혔다.
명씨는 2022년 4월 '김진태 컷오프'가 발표되기 직전 녹음된 음성파일에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 11명 중에 3명이 김진태 컷오프하면 안 된다(고 하고), 8명이 컷오프 시키라고 됐다"며 "한기호(당시 사무총장)가 (김진태에게) '니 문제는 대통령이 정리해야 된다'고 얘기를 해서, (김진태로부터) 나한테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김진태 전화 와 25분 통화, 명 대표님 뜻대로 됐다더라"
당시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의 컷오프 발표 후 김 후보는 즉각 이의를 신청(4월 14일)했고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4월 15일)했다.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는 농성장을 방문해 "최고위에 (경선 경쟁자인 황상무 예비후보의) 강원도지사 단수공천안이 상정되면 공관위에 재심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공관위 결정에 반발했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사흘 뒤인 2022년 4월 18일 "김진태 후보가 5.18 및 조계종 망언을 대국민 사과하면" 경선 기회를 준다고 발표했다. 이에 김 후보는 공관위 입장이 나온 지 1시간 15분 만에 농성장 앞에서 2019년 자신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등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최종적으로 공관위는 결정을 번복해 김 후보는 경선 기회를 얻게 됐다.
명씨는 공관위 결정 번복이 공표되기 전 녹음파일에서 "김진태 얘기하던가. 내가 밤 12시에 또 엎었다. 오늘 아침에 완전히 박살을 냈다"며 자신이 이 상황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세 번 말을 바꿨는데 아니 대통령 말을 거역하는 거대한 세력이 있나?"라며 "정진석(당시 공관위원장)이가 김진태한테 전화(해서) 5.18하고 조계종 사과로 끝냈고, 아침에 애(김진태)가 '잊지 않겠습니다' 하고 울고"라고 덧붙였다.
명씨는 같은날 오후 강씨와의 통화에서도 "김진태는 그거 내가 살린 것"이라며 "아는 분이 김진태(한테) 갔는데 내 얘기를 하니까 벌떡 일어나 손을 잡고 '그분(명태균)이 내 생명의 은인'이라고 손 잡고 막 흔들(었다)더라"라고 말했다.
또 "어제 잠도 못 잤어. 김진태(가) 내 보고 '주무시면 안 돼요, 주무시면 안 돼요', '사모님' 그래서, 밤 12시 반에 내가 해결했다"며 김건희 여사로 추정되는 '사모님'를 언급하기도 했다.
명씨는 김 후보가 강원도지사에 당선된 후인 6월 중순 지인과의 대화에서도 "어제 김진태 전화 와서 25분 통화를 했다"며 "김진태가 '다 명 대표님 뜻대로 저도 되고 박완수(경남도지사)도 되고'"라고 언급했다.
명씨는 지난 10월 31일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녹음파일에서도 강원도지사 경선을 언급했고, 이후에도 꾸준히 당시 상황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 측 관계자는 19일 <오마이뉴스>에 "경쟁력이 월등한 (김진태) 예비후보를 컷오프하고 대선 캠프에 있던 황상무 예비후보를 단수공천한 것은 공천개입이 없는 것이고, 모든 후보에게 경선 기회를 준 것은 공천개입이란 말인가"라며 "정쟁에 휘둘리지 않고 도정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