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문제는 <조선일보>다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 5>

등록 2002.07.18 16:38수정 2002.07.1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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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도 상 (소설가) ⓒ 최정은

지난 7월 12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문부식 당대비평 주간의 인터뷰와 김명인의 반론을 읽고 나 역시 문부식에게 보내는 서간문의 형태로 오마이뉴스에다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7월 15일자 오마이뉴스에 변정수씨가 <'심약한 문사'의 폭력적 오독을 경계 한다> 는 반론 기사를 실었다.

그 형식은 인터뷰였지만 문부식 주간을 옹호하려는 열망이 너무도 커서 객관성을 상실하고 말았다. 실제로 변정수씨는 짐짓 객관적인 체 하지 않겠다고 노골적으로 선언하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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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대사건 ' 민주화 인정 ' 못한다면 ' 내 안의 폭력 ' 뒤늦게 눈뜬 자 착시"

결국 텍스트에 대한 폭력적 오독을 경계한다는 변정수씨는 텍스트에 대한 애정이 너무 지나쳐서 문제였다. 그렇다면, 우리 앞에 던져진 '진짜 텍스트'는 무엇인가?

아직 출간도 되지 않은 문부식의 책이 아니라, 모든 논란의 시발점이 된 7월 12일자 조선일보의 인터뷰 기사가 진짜 텍스트임을 상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만 옳다고 확신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선민(選民)의식으로 똘똘 뭉친 조선일보를 읽으면서 텍스트의 왜곡과 조작을 통해 그들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조선일보의 문부식 인터뷰 기사와 연관된 다른 기사를 읽으면서 중요한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첫째, 국가 폭력의 정당화를 은연중에 강조하고 있는 점이다. '우리 안의 폭력부터 성찰해야 국가 폭력도 비판할 수 있다'는 문부식을 통하여 교묘하게 국가의 폭력에 대항하는 폭력의 정당성을 부인하고 있다. 국가폭력에 대항하기보다 자기성찰(?)에만 골몰하여 역대 독재정권과 끊임없이 야합해온 자신들의 장기(長技)를 다시 한번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한총련 간부였다는 이유로 김준배의 국가 폭력에 의한 살인도 조선일보는 사설과 기사를 통해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이러한 부정은 한총련 학생이라면, 국가가 살인을 해도 좋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그런데 문제는 조선일보가 인정하는 국가의 정체성이다. 조선일보는 주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그리고 이회창으로 이어지는 파시스트 정당 출신 정치인이 권력을 독점하고 장악한 상태의 국가만을 인정하는 태도를 김대중 정권 이후에 줄곧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조선일보는 똑같은 사안에 대해 앞뒤가 다른 말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7월 12일자 사설 <한 지식인의 치열한 자기반성>에서는 "어떤 이념이나 가치도 생명에 우선할 수 없다는, 절절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세계관을 펼쳐 보인" 문부식의 정신적 홀로서기에 대해서는 갈채를 보냈다.

반면에 7월 10일자 사설 <대법원 판례 따로, '민주화 인정' 따로>에서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지난 97년 사망한 한총련 간부 김준배의 활동과 사망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한 것에 대해 "우리 사회의 정체성과 가치의 혼란이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가를 짐작케 한다"고 했다.

그 사설에서는 김준배가 한총련 간부이기 때문에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이적단체의 구성원이라는 것이다. 결국 조선일보는 한총련 간부인 사람은 국가의 폭력에 의해 희생되었더라도 그의 삶과 활동에 대해 명예회복은 불가하다는 주장인 셈이 되었다.

조선일보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논리로 국가 폭력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동의대 사건의 진상에 대한 객관적 해명은 외면하면서 화염병을 던지고 경찰을 죽인 학생들로 매도했고, 그들이 순직한 경찰관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명복을 빌었는지에 대해서는 한 마디의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 정보는 동의대 학생들이 만든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해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들이었다.

여기서 우리를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결국 이번 논란의 와중에서 동의대사건의 주역과 민주화운동 세대들이 최대의 피해자가 된 채로 조선일보는 참으로 교묘하게 "치고 빠졌다"는 점이다. 조신일보는 왜곡과 오독의 진짜 주범이면서도 논란의 중심에서 비켜나간 것이다.

요즈음 들어 특히 파시즘의 유령이 더욱 더 기세를 등등하게 내세우고 있다.

그 유령은 공화당에서 시작하여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 그리고 한나라당까지 파시즘의 정신을 끊임없이 이어주고 있다.

나아가 조선일보와 같은 언론권력은 파시즘의 그늘에서 기득권을 누리며 무한성장을 했던 추억을 잊지 못해 파시즘 찬가를 부르고 있다.

그 유령은 탈냉전이라는 시대의 눈높이를 견디질 못한다. 그리하여 끊임없이 파시즘의 시대에 횡행했던 냉전과 폭력과 일체화에 대한 그리움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파시즘의 시대에 살인과 고문과 탄압과 야만에 대해 법의 이름으로 면죄부를 하사했던 판사 출신 정치인과 '긴밀히' 협조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파시즘의 유령이 왜곡해내고 조작해내는 텍스트의 이미지들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일이다.

문제는 <조선일보>다.
나는 조선일보 7월 11일 문화면에 실린 문부식의 말을 조선일보에 돌려주고 싶다.(괄호 안의 글씨는 필자가 넣은 것이다)

"자기 정당성이 어느 집단보다 우위에 있다고 믿는 집단(특히 조선일보) 속에서 폭력은 옹호되거나 합리화되기 쉽다. 자신들은 오류가 없다고 믿고 싶은 욕구가 강할 때 폭력은 성찰될 기회를 잃는다."

덧붙이는 글 | 2002년 대선을 앞둔 시기, 신문의 편파·불공정·왜곡보도에 대한 감시운동을 위해 각계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민주화운동의 대표세대인 3,40대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희망네트워크'(www.hopenet.or.kr)의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는 매주 화, 목, 토 격일간격의 릴레이로 5회째를 이어가고 있다.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에는 소설가 정도상씨를 비롯해 문학평론가 김명인씨,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 홍세화씨,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 남북문제 전문가 김창수씨,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최민희 사무총장, 권오성 목사, 상지대 서동만 교수, 김택수 변호사, 한서대 이용성 교수, 중앙일보 문화부장을 지낸 방인철씨, 대학생 오승훈씨 등 각계 전문가가 함께 하며 일반 독자 1인의 기고를 포함한다.

독자로서 필진에 참여하고자하는 분들의 기고와 ‘최고-최악의 기사’에 대한 의견은 희망네트워크 홈페이지(www.hopenet.or.kr)「독자참여」란이나 dreamje@freechal.com을 이용하면 된다.

덧붙이는 글 2002년 대선을 앞둔 시기, 신문의 편파·불공정·왜곡보도에 대한 감시운동을 위해 각계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민주화운동의 대표세대인 3,40대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희망네트워크'(www.hopenet.or.kr)의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는 매주 화, 목, 토 격일간격의 릴레이로 5회째를 이어가고 있다.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에는 소설가 정도상씨를 비롯해 문학평론가 김명인씨,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 홍세화씨,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 남북문제 전문가 김창수씨,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최민희 사무총장, 권오성 목사, 상지대 서동만 교수, 김택수 변호사, 한서대 이용성 교수, 중앙일보 문화부장을 지낸 방인철씨, 대학생 오승훈씨 등 각계 전문가가 함께 하며 일반 독자 1인의 기고를 포함한다.

독자로서 필진에 참여하고자하는 분들의 기고와 ‘최고-최악의 기사’에 대한 의견은 희망네트워크 홈페이지(www.hopenet.or.kr)「독자참여」란이나 dreamje@freechal.com을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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