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년 앞두고 촛불시위 기념비 '철거 위기'

여중생범대위-종로구청 입장 팽팽... 범대위 "반드시 지켜낼 것"

등록 2003.11.26 14:04수정 2003.11.2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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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범대위는 2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촛불 기념비 강제철거 계획을 철회할 것을 종로구청에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이승훈

지난 겨울 광화문을 환하게 밝혔던 촛불시위를 기념해 세워진 '자주평화 촛불기념비'가 촛불시위 1주년을 앞두고 강제 철거위기에 처했다.

종로구청은 지난 6월 13일 촛불기념비가 세워진 이후 수차례에 걸쳐 자진철거하지 않으면 강제철거하겠다는 공문을 여중생 범대위측에 전달했고, 최근 다시 이달 30일까지 기념비를 자진철거하지 않을 경우 강제철거 하겠다는 방침을 여중생 범대위에 최종 통보했다.

26일 오전 문제해결 방법을 찾기위해 마련된 종로구청과 여중생 범대위의 면담자리에서도 양측은 입장차이만을 확인한 채 해법을 찾지 못했다.

채근식 사이버 범대위 위원장은 면담에서 "국민 10만 이상의 마음을 모아 건립된 촛불 기념비의 역사적 상징성을 고려해서 보존 가능한 방법을 찾아보자"며 "현재 청와대와 관계기관에 민원을 제기한 상태인 만큼 그 결과를 기다려 보자고 구청에 제안했지만 종로구청은 '불법건축물이라 어쩔 수 없다'는 원칙적 입장을 되풀이했다"고 주장했다.

면담을 마치고 광화문 촛불기념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여중생 범대위는 "반드시 촛불기념비를 지켜낼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범대위는 종로구청의 철거 방침에 대해서는 "건립 당시 종로구청에 촛불기념비 건립허가를 요청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고, 종로구청장 면담 신청도 거부당했다"며 "기념비 건립에 전혀 협조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았던 종로구청이 이제 와서 불법이라며 철거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철거계획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범대위는 또 구청의 보행권 침해 주장에 대해서도 "기념비는 시민들의 통행에 방해를 주지않는 인도 가장자리에 세워져 있어 시민들은 통행의 불편을 전혀 느끼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기념비를 보면서 효순이와 미순이를 추모하며 자주와 평화의 마음을 모으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념비는 역사적 상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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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촛불시위에 참여한 신한얼군이 2배 크기로 복원된 '자주평화촛불기념비' 앞을 지키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하지만 종로구청은 "촛불기념비가 도로교통법상 도로점유 허가를 받지않은 불법건축물이고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는 등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강제로 철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종로구청은 또 지난 달 불법건축물을 설치한 혐의로 범대위 상임대표 16인을 종로경찰서에 고발해 놓은 상태다.

종로구청 가로정비계의 한 관계자는 "촛불기념비가 법에 위반되는데다 우익단체들의 민원까지 제기되고 있어 우리도 난감하다"며 "범대위가 다른 장소로 기념비를 옮겨가든지 철거하지 않으면 법을 집행하는 우리들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여중생 범대위는 오는 29일 촛불시위 1주년을 맞아 광화문에서 대대적인 촛불행진을 벌이는 등 촛불기념비를 지켜내기 위한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한편 촛불기념비는 올해 6월 13일 고 효순·미선양 1주기 추모제에 맞춰 국민 성금으로 세워졌으며, 지난 7월에는 누군가에 의해 세 동강으로 조각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의 촛불기념비는 지난 7월 26일 같은 자리에 2배 크기로 다시 세워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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